바람을 다스리는 태충

- 눈병에도 좋아요

Mar 27. 2022

발등에서 유난히 항상 긴장되어 있고 마치 쥐가 날 것처럼 당기는 부분, 바로 그곳이 태충이다.

태충은 엄지와 검지 발허리뼈 사이에 있는데, 이곳을 누르면 악 소리가 나도록 아픈 사람이 많다. 그래서 침을 맞을 때 전기에 감전된 듯이 놀라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렇게 뭉치기 쉬운 곳이기에 평상시에 이곳을 자주 지압해주면 시원하고 피로가 풀리는, 건강에 아주 좋은 혈자리 중 하나이다.

태충(太衝)의 태(太)는 '크다', 충(衝)은 '용솟음치다, 목·요긴한 곳'이란 뜻으로, 기혈이 왕성한 혈자리임을 의미한다.

그만큼 태충은 다양한 효과를 가지는 혈자리 중 하나이다.

태충은 간 경락에 속해 있는데, 그렇기 때문에 태충 혈의 효능에 대해 알기 위해서는 간이라는 장기가 어떤 기능을 가지는지, 우리 몸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먼저 알 필요가 있다.

한의학에서 간은 풍(風)과 관계가 깊다. 이는 오행(五行)에서 그 근본을 찾을 수 있는데, 오행이란 우주 만물을 이루는 것이 목(木; 나무), 화(火; 불), 토(土; 흙), 금(金; 쇠, 금속), 수(水; 물) 다섯 가지라는 이론이다. 사주를 볼 때 물이 많다거나 불이 적다거나 하는 풀이도 이러한 오행 이론을 바탕으로 한다. 다섯 가지의 장, 즉 우리가 보통 오장육부라고 부를 때의 오장은 간, 심장, 비장, 폐, 신장이다. 이 중 간은 오행 중 목(木)에 속하고, 나무는 바람과 관련이 있다. *

우리는 가끔 "풍이 왔다, 풍을 맞았다."라는 표현을 한다. '풍'이라고 하면 보통 중풍(中風 *)을 떠올리기 쉽지만 한의학에서는 이보다는 좀 더 넓은 의미를 갖는다. 떨리고 어지러운 등 다양한 증상을 포함하는데, 이는 곧 바람의 특성과 연결된다.

태충은 간의 기운을 조화롭게 하는데, 이로 인해 몸 안의 비정상적인 풍을 그치게 한다. 그래서 풍으로 인해 생기는 중풍, 의식을 잃고 경련을 하는 것, 머리가 아프고 어지러운 증상에 활용할 수 있다.

또한 오장 중에서 간은 눈과 관련이 깊다. *

<동의보감>에서는 "간의 기운은 눈으로 통하므로, 간의 기능이 조화되면 오색 빛을 잘 구별할 수 있다.", "눈은 간의 상태를 겉으로 보여주는 곳이다.", "간이 허하면 눈이 침침하고 잘 보이지 않고, 간에 열이 있으면 눈에 핏발이 서고 붓는다."고 간과 눈의 관계를 설명한다.

그래서 간 경락에 속하는 태충 혈을 자극하면, 눈에 염증이 생겨 충혈되고 이물감이 느껴지는 결막염이나 각막염*에 도움이 된다. 밤에 사물이 잘 보이지 않는 야맹증에도 활용할 수 있다.

태충은 발등에 위치하는데, 엄지와 검지 발가락 사이를 따라올라와 두 개의 발허리뼈가 만나는 사이, 오목한 곳으로, 손에서의 합곡 혈자리와 비슷하다. 태충 혈 아래쪽으로 발등동맥이 지나기 때문에, 가만히 눌러보면 박동을 느낄 수 있다.

태충과 관련된 근육은 긴엄지폄근, 짧은엄지폄근, 등쪽뼈사이근이 있다.

긴엄지폄근과 짧은엄지폄근은 엄지발가락을 펴는 역할을 하는 근육들이고, 등쪽뼈사이근은 첫째부터 다섯째 발허리뼈 사이사이에 위치하는 4개의 근육들로 2, 3, 4번째 발가락을 벌리는 작용을 한다.

태충은 눌러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자극이 되는 혈자리이지만, 지압을 한 채 발가락을 굽혔다 폈다 해주면 조금 더 효과적이다.

* 오행 중 간은 풍(風), 심장은 화(火), 비장은 토(土), 폐는 금(金), 신장은 수(水)에 속하며, 이는 다시 풍(風)과 목(木), 화(火)와 열(熱; 뜨거움), 토(土)와 습(濕; 젖다·축축하다, 습기), 금(金)과 조(燥; 마르다, 건조), 수(水)와 한(寒; 차가움)과 연결된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 뜨거운 불, 축축하게 젖은 흙, 건조한 금속, 차가운 물을 떠올리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