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장 건강에도 좋아요
후계(後谿)의 후(後)는 뒤를, 계(谿)는 시내, 시냇물을 가리킨다.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뒤쪽의 시내'란 뜻으로, 이는 후계 혈자리의 위치가 새끼손가락 손허리손가락 관절의 뒤쪽 움푹 파인 곳에 있어 붙여진 이름이다.
후계는 소장 경락에 속해, 소장의 병증에 효과가 있다.
또한 경혈, 즉 특정 경락에 속한 혈자리는 우리 몸 중에서 그 경락이 지나가는 부위의 통증과 질환에도 사용할 수 있다.
소장경의 정식 이름과 경락의 흐름을 통해 후계의 효능을 살펴보도록 하자.
보통 오장육부라는 말을 많이 하지만, 한의학에서 기본이 되는 경맥은 12개로 육장육부와 각기 짝을 이룬다. 오장(간, 심장, 비장, 폐, 신장)과 육부(담, 소장, 위, 대장, 방광, 삼초)에 하나의 장(심포)을 더한 것이 바로 6장6부이다. 이렇게 6개의 장과 6개의 부과 각각 관련된 경맥이 존재하는데, 그 이름을 살펴보면 족궐음간경, 수소음심경, 족태음비경, 수태음폐경, 족소음신경, 족소양담경, 수태양소장경, 족양명위경, 수양명대장경, 족태양방광경, 수소양삼초경, 수궐음심포경이다.
음과 양의 특성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음경(소음, 궐음, 태음)은 몸의 안쪽을 지나고 양경(소양, 양명, 태양)은 주로 몸의 바깥쪽을 지난다. 즉 수삼음경(수태음폐경, 수궐음심포경, 수소음심경)은 팔의 안쪽을 지나고 수삼양경(수양명대장경, 수소양삼초경, 수태양소장경)은 팔의 바깥쪽을 지난다. 손으로 예를 들어보면, 피부색이 좀 더 진한 손등이 바깥 손바닥이 안쪽에 해당된다. 팔도 마찬가지로 손등과 연결되어 팔꿈치를 따라 어깨로 올라가는 부위가 밖, 손바닥과 연결되어 주름진 팔오금을 지나 겨드랑이 안쪽으로 들어가는 부위가 안쪽이다. 손바닥을 다리의 옆쪽에 붙이고 엄지손가락이 앞을 향하는 차렷 자세로 서있을 때 몸과 가까이 있는 쪽이 안이라고 구분 지으면 조금 더 쉽다. 족삼음경과 족삼양경이 속한 다리도 비슷한 원리이다.
팔다리를 제외한 몸통을 살펴보면, 몸의 뒷부분은 양(陽), 앞은 음(陰)에 해당된다. 손등과 손바닥처럼 등과 배를 생각하면 된다. 피부색이 짙고, 피부도 조금 더 단단한 곳이 양(陽), 상대적으로 하얗고 연약한 부위가 음(陰)이 된다.
수태양소장경은 손등에서 시작해 팔의 바깥쪽을 따라 어깨의 뒤쪽, 목의 옆쪽을 따라 흐른다.
그래서 소장경에 속한 후계는 목과 어깨의 통증 등 소장 경락이 지나는 부위의 질병에 사용할 수 있다. 즉 어깨가 아프다고 하더라도, 어깨의 앞이나 옆쪽보다는 뒤쪽이 뭉치고 뻐근할 때 후계를 지압하면 효과가 좋다. 소장 경락이 어깨의 뒤쪽을 지나기 때문이다. 목도 위아래로 움직이는, 고개를 숙였다 젖혔다 하는 동작이 힘들 때도 도움이 되지만, 좌우로 돌리기 어려울 때 좀 더 효과적이다. 소장 경락은 뒷목이나 척추를 따라 중앙으로 흐른다기보다는 목의 옆쪽으로 흐르기 때문이다.
후계의 정확한 혈자리는 새끼손가락인 5번째 손허리손가락 관절에서 손가락이 아닌 손등 방향에 있다. 손끝이 아닌 몸 쪽으로 오목한 곳이며, 손바닥과 손등의 경계부인 적백육제(赤白肉際)에서 찾을 수 있다.
쉽게 후계를 찾는 방법은 주먹을 살짝 쥐었을 때, 손바닥의 가로 손금이 주름지면서 새끼손가락 방향으로 볼록 솟은 곳이다.
후계 혈자리에는 새끼벌림근과 새끼맞섬근이 지난다.
새끼벌림근은 5번째 손가락을 벌리는 작용을 하며, 새끼맞섬근은 5번째 손가락과 엄지손가락을 맞닿게 한다. 새끼손가락과 엄지손가락이 닿는다는 것은 손바닥을 오목하게 모으며, 이는 물건을 집을 때 이용된다. 단지 엄지맞섬근은 엄지손가락을 2번째부터 5번째까지 나머지 모든 손가락과 맞닿게 할 수 있지만, 새끼맞섬근은 엄지를 제외한 다른 손가락들과 맞닿게 할 수 없는 차이가 있다.
새끼벌림근과 새끼맞섬근은 모두 새끼두덩을 이루는 근육이다. 새끼두덩이란 손바닥에서 새끼손가락 쪽의 통통한 부분을 말하는데, 엄지두덩과 비교해볼 수 있다. 어제 혈자리가 속한 엄지두덩에도 엄지맞섬근과 짧은엄지벌림근이 속해있어 비슷한 역할을 한다.
그래서 뭔가를 힘주어 쥐거나 잡는 동작을 반복할 때, 어제 혈과 마찬가지로 후계 혈도 긴장되기 쉽다. 이때 후계혈을 충분히 풀어주기 위해서는 혈자리를 누른 채 손가락을 쫙 벌렸다가 주먹을 쥐듯 손을 모으는 동작을 하면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