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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목이 아프다면, 어제

- 뱃속의 상태도 알려줍니다

by 하늬

어렸을 적, 친구들끼리 손바닥에 전기를 통하게 해 준다며 손가락 끝부터 시작해서 손바닥, 손목까지 쥐어짜듯 꾹꾹 눌러 피가 안 통하게 하던 경험 다들 있을 것이다.

이때 손바닥 부위 중 가장 통통한 부분, 그래서 특히나 아프게 조여지던 곳이 바로 이 어제가 아닐까 싶다.


어제라 하면 오늘의 하루 전인 yesterday가 제일 먼저 생각나지만, 혈자리 어제는 전혀 다른 뜻을 가진다.

어제(魚際) 혈은 손바닥 중에서 엄지손가락 쪽 볼록한 곳인 엄지두덩*에 위치한다. 어(魚)는 이곳이 마치 물고기의 배처럼 볼록하게 생겼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고, 제(際)는 가장자리, 가, 끝을 뜻한다. 즉 어제는 엄지 손가락 쪽 손바닥의 끝, 가장자리이자 손바닥의 하얀 살과 손등의 약간 불그스름한 살을 구분 짓는 경계인 적백육제(赤白肉際)에 있다. 손과 팔, 발과 다리 안쪽의 피부가 손등, 발등을 포함한 팔, 다리의 바깥쪽 피부보다 하얀빛을 띠는 것을 떠올리면 쉽게 알 수 있다.


어제는 폐 경락에 속해있는 혈자리로, 기본적인 효과는 폐나 기관지 등 호흡기관의 기능과 관련이 있다.

즉 목이 건조할 때 혹은 목이 붓고 아플 때, 기침을 할 때 두루 사용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어제 부위의 피부색으로 위나 간 기능을 예측할 수 있다.

엄지 쪽 손바닥, 즉 어제 주변의 색깔이 유난히 푸른 사람이 있는데 이런 이들은 위중(胃中, 뱃속)이 차고 위의 기능이 떨어져 있다. 몸의 어떤 부분이 차다는 것은 순환이 안 되는 것을 뜻하고, 이는 곧 그 부위의 기능이 약해질 수밖에 없음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발이 유난히 찬 사람은 다리 쪽의 순환이 좋지 않은 것이고 이것이 오래되면 발목이 자주 삔다거나 무릎이 시리고 아픈 증상이 나타난다.

한편 어제 부위가 유난히 붉은 사람은 위중에 열이 있으며, 간 기능이 좋지 않다. 뱃속에 열이 있으면 소화가 잘 되는 편이라 배가 잘 고프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뱃속이 찬 것보다는 오히려 낫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것도 건강한 상태는 아니다. 지나치게 익히고 태운 음식을 과식하여 생긴 병증으로, 갈증이 나고 입 냄새가 나며, 가슴이 답답하다. 소변 양이 적고 붉으며, 대변이 단단한 변비가 생기기도 한다. 이것이 심해지면 입 안이 헐거나 잇몸이 붓고 아프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과음이나 과식으로 위에 부담이 될 때, 간 기능이 떨어지고 피곤할 때 어제를 자극해주면 좋다.

때로는 어제 부위가 검은빛을 띠기도 하는데, 이는 안 좋은 병의 기운(사기*)이 몸에 오래 머물러 있어 혈액순환이 안되고, 팔다리가 저리고 마비되는 증상(비증*)까지 의심해볼 수 있다.


어제 혈자리의 정확한 위치는 손바닥 엄지 손허리뼈의 중점으로 적백육제에 있다.


어제.jpg


어제 혈과 관련된 근육은 짧은엄지벌림근과 엄지맞섬근이다.

짧은엄지벌림근은 엄지두덩을 이루는 근육들 중 제일 겉에 위치한다. 이름처럼 긴엄지벌림근과 함께 엄지손가락을 벌리는 역할을 한다. 엄지손가락을 모으는 엄지모음근과 반대의 작용이라 할 수 있다.


엄지맞섬근(무지대립근) 역시 엄지두덩근육들 중 하나이다. 맞섬이란 엄지손가락과 다른 손가락들의 끝을 맞닿게 하는, 즉 한 지점으로 모으는 동작을 뜻한다. 이 때문에 엄지손가락은 다른 손가락들과 달리, 검지부터 새끼손가락까지 모든 손가락과 맞붙이는 것이 자유롭다.

이러한 엄지맞섬근은 앞서 소개한 합곡 혈의 엄지모음근과 함께 'weeder's thumb(잡초뽑는 사람의 엄지손가락)'이라고도 불린다. 잡초뽑기를 할 때 엄지가 어떤 식으로 움직이는지 생각하면 이 두 근육의 작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이 근육은 병뚜껑을 여는 것을 비롯하여 글을 쓰고 바느질할 때 등 일상생활에서 자주 사용된다. 그만큼 근육에 피로가 쌓이기도 쉽고, 가끔은 쥐가 나는 것처럼 심하게 당길 때도 있다.


어제 혈자리를 효과적으로 풀어주려면, 어제 혈을 누른 채 주먹을 쥐었다가 손가락을 벌리면서 쫙 펴는 동작을 하는 것도 좋다.





* 엄지두덩 : 손바닥에서 엄지손가락 쪽에 두툼하게 솟은 부분.


* 사기(邪氣) : 몸에 해를 끼치고 질병을 일으킬 수 있는 나쁜 기운을 말한다. 차거나 뜨거운 기운, 열, 바람, 습기, 건조함 등이 있다.


* 비증(痺證) : 병사(病邪)가 경락과 장부, 팔다리를 막음으로써 발생하는 여러 가지 증상. 관절이 저리거나 붓고 통증이 있으며 심하면 팔다리를 잘 움직일 수 없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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