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글은 수정 및 편집 과정을 거쳐 2024년 2월에 출간된 다음 단행본 원고에 포함되었습니다: '버티는 힘, 언어의 힘' (신동일 저, 서울: 필로소픽)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12228266
지난 2년 동안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어떠셨나요? 혹시 당신의 개별적이면서도 자유로운 일상이 노골적으로 침해되었다고 생각한 적이 있나요? 그때는 바이러스가 창궐한다는 이유로, 혹은 모두의 생명이 위험에 처하지 않도록 방지한다는 이유로, 삶의 동선마저 모두에게 공개되고 조사될 수도 있었죠.
권력적이면서도 공학적인 네트워크로부터 내 신체와 일상이 정교하게 감시되거나 관리되면서 나는 전체주의 체계의 통치가 이런 것일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위험하니까, 예방해야 하니까, 더욱 효과적인 방식이니까, 자본과 국경을 지키기 위해서 어쩔 수 없다며 나라마다 “봉쇄”와 “행정명령”의 강력한 조치를 감행했죠. 가정, 교회, 혹은 사적인 공간도 자율적인 통제에 맡기지 않았죠. 서로 다르게 살아가는 (혹은 그렇게 살아갈 수밖에 없는) 다양한 방식이 획일적으로 관리되었죠.
그런 중에 똑같은 옷을 입고, 똑같은 말과 행동을 반복하며, 자신의 영혼이 획일적으로 통제되도록 허락한 신천지 종교집단의 청년들을 보게 되었습니다. ‘텔레그램 n번방’의 10대 소녀들이 무력하게 자신의 몸과 마음을 26만명이라는 남성들에게 내맡긴 사건도 있었습니다. 신종 바이러스가 우리의 삶을 이전엔 상상하지 못한 수준으로 압박하고 있을 때 새로운 매체 위에서 신종 폭력이 새롭게 위세를 떨치고 있었던 것입니다.
제도권 권력도 대단했습니다. 폐쇄적이고 거대한 여야 정당이 팔짱을 끼고서 정체불명의 위성 정당을 허락했고 비례투표의 등가성으로부터 보장받아야 하는 다양한 소수 정당의 원내 진입을 가로막았습니다. 아무리 여소야대, 탄핵소추가 염려스럽다는 명분이라도 개정된 선거법과 신종 위성 정당의 출현으로부터 양당으로 대립되는 진영 정치, 제왕적인 대통령 중심제도가 꿈쩍도 하지 않았어요.
거대 진영의 지지자들이야 추종하고 있는 위대한 리더 혹은 도덕적으로 ‘늘’ 우월하게 보이는 집단적 이념에 전념했겠지만 어느 편에도 속하지 않은 나와 같은 사람의 눈에는 모두 배타적인 교조주의자로 보였어요. 세상은 바이러스의 창궐로 우리의 심신을 틀어막았고 제도권 정치는 서로 다른 삶의 지향점을 경청하지도 타협하지도 않았습니다.
감염의 시대는 내게 한없이 우울한 때였습니다. 세상은 자유가 사라진 디스토피아로 보였어요. 코로나 바이러스가 창궐하기 바로 직전에 아버지가 말기 암으로 갑자기 돌아가셨거든요. 고향인 대구에 어머니가 홀로 남으셨는데 바이러스가 대구 지역에서 걷잡을 수 없이 퍼졌죠. 감염과 위험의 시대에 권위주의는 창궐했고 서로 다른 개별적 삶은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목숨만 붙이고 있다고 사는 것이 사는 것일까요? 그땐 참 막막했습니다.
그래도 묘한 흥분감도 있었습니다. 방역의 이름으로 자유가 하나씩 제거될수록 자유롭게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다시금 기억하고 기대할 수 있었어요. 눌린 만큼 다시 튀어 오를 소망이 크게 느껴졌다고 할까요. 몸은 갇혀 있었지만 그럴수록 ‘자유롭게’ 살고 싶다는 꿈을 꾸었습니다. 눈치 보지 말자고 다짐했죠. 글을 쓸 때라도 스스로 검열하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당시에 내 페이스북 소개 창에 나는 이런 슬로건을 만들었습니다.
‘The values of freedom, love, and languages are in the forefront.’(자유, 사랑, 언어들의 가치를 맨앞으로 놓다.)
감염의 시대가 언제 완전하게 종결될까요? 새로운 전염병이 다시 창궐할 수도 있겠죠? 만약 우리의 몸이 다시 꼼짝없이 갇힌다면 그때 우리는 다르게 반응해야 합니다. 예를 들면, 격리와 폐쇄가 적절한 조치인지 다양한 시선에서 이의를 제기해야 합니다. 생명은 귀하지만 자유가 전제되어야 합니다.
격리를 도무지 허락할 수 없다면 글이든 말이든, 비대면 플랫폼이든 전통적인 매체이든, 자유로운 삶과 관계를 소망하고 기획할 수 있도록 무엇이든 동원되고 지원되어야 합니다. 다중모드로부터 나다움을 표현할 수 있는 자유, 영혼을 자유케할 수 있는 배려나 제도가 고안되어야 합니다. 자유가 허락되지 않는다면 생명이 존재하는 가치는 무엇인지 질문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