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눈물벽

by 운전하는 Y
kier-in-sight-archives-Lvjj_-1tKiU-unsplash.jpg 사진: Unsplash의Kier in Sight Archives


눈아래꺼풀에 보이지 않는 벽이 있다


어느 날 예고 없이 불어온 바람은 날을 가진 바람,

바람이 머문 자리에 쪽바른 붉은 선이 피어났다


그날부터 그곳에는 벽이 서있다

날을 가진 바람이 불 때마다 벽의 키는 자랐다


무딘 빵칼에 일 센티, 면도날에 삼 센티

겉보기엔 예쁜 과도는 오 센티

뭐든 썰 것만 같은 식칼은 십 센티


폴짝 뛰어넘을 수 있을 것 같던 보는

고개를 젖혀야만 끝을 가늠하는 댐이 되고,

가는 골짜기에 고여있던 개울물은

속도 모르고 마냥 불어나

끝을 모르는 벽을 타고 올라간다



*


눈으로부터 낙하하는 물은

부피가 커야 감정이 큰 걸까

무게가 무거워야 마음이 무거운 걸까


새카맣고도 하얗게 질린 어둠을 먹고 자란 물은

그래서 벽을 타고 오르는 물은


또르륵, 또롱

방울져 흐르지 못한다

또르륵, 똑

소리를 내지 못한다


안간힘을 써 벽을 타야 하는 물은

마음대로 떨어지지도 못하는 물은

그렇게 눈에서부터 이미 짓이겨져 나온 물은


그제야 벽 너머

상앗빛 들판에 넓고 엷게 번져


눈물인지 땀인지도 아무도 모를

여름날의 그 물은...




커버이미지 출처 : 사진: UnsplashAlireza Skndari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