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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드플로거 Jan 26. 2023

정산해봤습니다.

플로깅 80번째

해를 보내고 새로 맞이하는 한달 여간. 어떤 이들에게는 쓰레기문제보다 더 속상한 일들이 훨씬 많다는 책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의 구절을 떠올리면서 쓰레기를 주웠다. 비록 활동량이 많은 여름이나 가을만큼 줍지는 못했지만, 면벽수행이나 묵언수행을 한다고 여기고서 집 주변 골목은 적어도 일주일에 세 번은 줍도록 노력했다.


선善이냐, 선禪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어디보자. 쓰레기봉투를 한 번 동네 플로깅 때에 5리터 정도 주으니까 (10리터 쓰레기종량제 봉투의 절반값인 125원*3일*4주(한달)= 1500원. 한달에 적어도 1500원을 정기적으로 쓰고 있다. 지난해 봄여름가을에는 의욕이 넘쳐서 20리터, 50리터 봉투를 쓰기도 했으니까 총 쓴 쓰레기봉투값만 1만8000원(한달 1500*12달)+알파군요. (처음 글 올릴 때 아마도, 난방비 폭탄때매 정신이 혼미하여 계산값이 틀렸어서 다시 계산해서 썼습니다.)


쓰레기봉투값 등을 충당하려 작년초에 글 한편 기고해서 받은 감사한 원고료는 이미 다 썼고, 요새 글보다는 쇼츠 영상의 위력을 실감하기도 했지만, 어찌됐건 100번째까지는 계속 가보렵니다.



줍줍.줍줍.줍줍.... 중독된 나의 줍줍..ㅎㅎ



연말에 구강검진 위해 치과에 다녀오는 길. 버스정류장에서도 줍줍.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 이 책은 꽤 흥미로운 관점의 책이었다. 나는 원자력에너지는 위험하고 (위험비용을 넣으면) 발전단가도 아주아주 비싼 에너지라고 생각하므로, 저자의 원전에 대한 옹호 관점은 전혀 동의를 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영감을 꽤 받았다. 예를 들어 위기에 놓인 환경을 대할 때 어쩔 수 없이 갖게 되는 급한 마음 -종말론적이며 비관론적인 시각에도, 동시에, 내가 쓰레기를 주음으로써 나는 좋은 인간이라고 내가 나 스스로를 세뇌시키는 데에도 일침을 놓기에 아주 그만인 좋은 책이었다.


물론 작년에 영부인이 플로깅을 한답시고 반의 반도 안 찬(비어있다시피한^^) 종량제 봉투를 갖고 다니는 사진을 봤을 때랑, 철지난 멸공을 외치고(이제 다음달 2023년 2월이면 국가보안법도 위헌결정을 앞두고 있는데^^) 일베 논란을 자초한 정0진도 플로깅을 한다는 사진을 봤을 때. 그런 한심하고 떠들썩한 사진들을 봤을 때도, 삐뽀삐뽀 경각심을 갖게 됐었다. 알량한 자존심과 위선을 경계하라. 어찌됐든 뭐든 배울 건 있다.


나의 휴대폰에 그득한 쓰레기 사진들. 이게 뭐라고 이리 애지중지하고 있지? 가끔 생각한다.



지난해 여름 동네 놀이터 앞에 각종 쓰레기가 방치된 쓰레기터에서 나의 최대 플로깅 성과를 올리면서 인증샷을 찍었었다. (위에 저 사진들이에요) 하지만 이내 지워버렸다. 진짜로 세상 누구보다도 열심히 치웠다고 자부했던 밤이 지나고, 며칠 지나서 오며가며 보니까 헉. 이건 뭐 요강까지 쓰레기가 또 마구 버려져 있었다. (요강은 감히 엄두가 안 나서 못 치웠..ㅋㅋ)


새해가 힘차게 밝아올 즈음에 구글 포토 클라우드에서 핸폰에서 지워버린 사진들을 찾게 됐다. 그런데 요강 사진은 보면 볼수록 나름 애착이 간다. 어릴 적에 시골 외갓집 푸세식 화장실에 못 가고 요강 쓰던 때 생각도 나고, 아이들이나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은 그래도 요강을 요긴하게 쓸텐데 왜 저렇게 버려져 있을까 애잔하기도, 저렇게 버린 이가 괘씸하기도? 양가적 감정은 애착이 오래 가나? ㅎㅎ


아무튼 이 사진 보면서 올해도 열심 전진해보렵니다. 간만에 쓴 글인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두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벌 받을 부패세력들은 심판과 응당한 벌 꼭 받길 기원드리고요. 제발 권좌에서 물러나라. 끌어내릴때까지 힘낸다! 아자아자! 정산+선문답 나의 플로깅 80번째 기록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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