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깅 81번째
오늘은 주운 쓰레기양이 평소보다 많다. 그래서 20리터 종량제봉투를 샀다.
그간 플로깅하면서 주운 동전을 모아서, 490원짜리 20리터 종량제봉투 1장을 샀다. 10원, 50원, 100원 며칠째 아무도 주워가지 않는 그런 동전들을 그동안 틈틈이 주워서 차곡차곡 모아놓아 두었었다. 이제 길바닥에 떨어진 동전은 별로 줍지 않는 시대가 된 것 같다. 그런 동전을 줍고 모아서 잘 써서 뿌듯하다.
천재인가 인재인가. 며칠 전 튀르기예(터키), 시리아에서 일어난 강진이 지각판 3개가 충돌해서 발생한 것 이상으로, 인재일 수도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사망자가 너무 많다. 1999년 8월에 대지진이 있던 이래 튀르기예에서는 지진세를 걷었다는데, 지진세 재원으로 대비가 잘 안 된 것인지 구조 장비가 없어서 희생자가 늘었다고 한다. 금세기 들어 최악의 지진이라는데, 잔해에 깔린 더미 속에 차례로 자녀들이 죽어갔다고 울부짖는 어머니의 모습은 정말 안타까웠다.
그리고 2011년부터 내전이 계속된 시리아는 분쟁지라 그런지 심지어 구호물자도 잘 전달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전에 이스탄불에 간 적이 있었다. 출장길에 경유지로 체류하게 되었는데, 일이 좀 생겨서 예정보다 이스탄불에 오래 머물게 되었다. 나와 동행한 이가 갑작스레 몹시 아프게 되어서 이스탄불의 한 병원에서 급히 수술을 하고 입원하게 된 것이었다. 며칠째 숙소와 병원을 오가며 당황스럽고 막막한 기분에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는데, 병원에서 근무하는 시리아인을 알게 되었다. 당시는 시리아 내전이 시작되기 전이었는데, 시리아에서 터키로 일하러 온 이주민이었다.
시리아에서 대학을 나왔는데, 시리아 경기가 좋지 않아 터키로 돈을 벌러 나왔다고 한다. 병원에서 청소일을 하면서, 외국인 통역 업무를 돕고 있었다. 내 표정이 줄곧 어두운 게 그이의 마음에 걸렸는지, 커피 한 잔을 사주시면서 금방 나을 거라고 위로해주셨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나와 동행한 이는 아픈 몸이 낫게 되었고 무사히 귀국했다.
바쁜 일정에 이것저것 처리하고 오느라 제대로 된 감사 인사도 못하고 돌아왔다. 한국에 와서 메일을 한 번 주고받긴 했는데, 이후로 어느새 연락이 끊겼다. 가족들은 시리아에 남겨 두고 터키에 홀로 나와서 일하고 있다고 했는데, 시리아 내전 발발 소식을 들을 때부터 이번 지진까지 그분 생각이 난다. 잘 지내고 계시겠지. 원화로 환산하면 얼마 되지 않지만, 그분에게 내가 얻어먹은 커피 한 잔 값은 아마도 반나절은 일해야 벌 수 있는 그런 돈이었을 것이다.
타지에서 고되게 노동하는 그이가 내게 아무런 대가 없이 대접해준 커피 한 잔의 가치, 희망의 가치를 떠올리며 조금이나마 지진 구호 성금을 보냈다. 돈은 예전만큼 벌지 못하지만, 살아가는 동안 사람답게 연대하며 살고 싶다.
내 돈 안 내고, 응원 하트만 눌러도 100원이 기부되는 카카오같이가치 (2023년 2월 11일 현재 10개 모금처가 있는데 응원 하트만 10번 누르면 1,000원이 기부되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