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깅 97번째
좁은 골목길에 놓인 음식물쓰레기들을 차가 치고 지나갔다. 지난 여름 끝 무렵, 쓰레기배출일날 쌓아둔 그 쓰레기봉투가 차바퀴에 눌려 터졌다. 눌러 터진 쓰레기 모양새를 보아하니 쓰레기를 치고 간 차가 적어도 두 대 이상인 듯하다. 집 앞 골목은 빌라촌 약 80가구의 쓰레기가 모이는 곳이다. 마침 한가한 날이라서 내가 치우기로. 그런데 양이 만만치 않아서 주워 담는 데에 시간이 좀 걸렸다.
큰 쓰레기봉투에 대충 담고서 플로깅 완료! 음식물 물기가 고인 바닥에서 스멀스멀 냄새가 올라와 골목을 진동하니까, 물이라도 좀 뿌려야 하는데. 땀이 뻘뻘 나니 갑자기 일과 후 피곤이 몰려오는 듯 물청소는 포기. 하릴없다. 이날 나의 최선은 여기까지.
다음날 비가 내렸다. 고맙다. 비님!
그리고 비 그친 오후 늦게 일을 마치고 귀가하는데, 하늘에 무지개가 떠 있었다. 짜잔. 마침 길을 건너려고 신호를 기다리는 중이라, 무지개를 정면으로 보았다. 와. 행운.
한강 다리를 건너던 버스에서 승객들이 비 그친 오후 강 서쪽 하늘 저편에 떠오른 무지개를 우연히 발견했다. 승객들이 떠들썩 감탄하며 찰칵찰칵 사진을 찍는데, 버스기사님이 잠깐 차를 세우고 함께 무지개를 보았다고 한다. 팬데믹이 한창이라 너도나도 마음이 어둡던 몇 년 전에 들었던 뉴스이다. 맘에 오래 남아 있는 좋은 소식이었다.
빛의 굴절일 뿐인 무지개지만, 희망을 준다. 물방울에 빛만 있으면 얼마든 볼 수 있단 사실을 알게 됐을 때부터 그다지 감흥 없던 자연현상이 이제 내게 힘을 준다.
기후위기, 핵위기(오염수 내부피폭 포함), 그리고 기나긴 점령과 장벽과 전쟁... 왜 이렇게 사는 걸까. 자연과 이웃을 착취하는 삶의 방식을 원치 않는 사람들이 그래도 제법 되는데, 왜 이러고 살고 있나. 권력의 노예가 아니라 도덕적인 행위자가 되기를 갈망하며 나는 누구며 무엇을 해야 하는가 질문해보는 사람들이 꽤 있지만, 일상을 둘러싼 이 세계의 모습은 여전히 불만족스럽다.
책임 있고 권한 있으나, 아무것 하지 않거나 폭력과 추태를 보이면서 자기 권세만 누리고 마치 자연이나 이웃과 공존, 평화를 퍽이나 바라는 것처럼 기만하는 권력자들. 나만은 영원히 살 줄 알고 세상을 나쁘게 사람에 해롭게 쥐락펴락 활개 치며 사람 목숨줄 갖고 노는, 세상에 한 줌도 채 되지 않는 자들의 꼬락서니와 이걸 보고 배워 따라하면서 스스로 양식 있다고 우쭐하는 자들의 꼬락서니. 권력과 지성인의 콜라보 꼬락서니. 꼬락서니 아니면 글쎄 뭐라 해줄까? 욕을 얼마나 더 해야 하나요? (열심히 사찰해보시오! 내가 가만있나. 쓰레기 더 줍고 더 쓰지)
우스꽝스럽게 서글픈 세상에 좀 지쳐서 응당 해야 할 말을 발신하고 싶지 않았었지만, 이제 기도를 하늘 저편에, 무지개에 실어본다.
내 앞의 세상이 아름답게 복원되었다.
내 뒤의 세상이 아름답게 복원되었다.
내 아래 세상이 아름답게 복원되었다.
내 위의 세상이 아름답게 복원되었다.
내 주위의 모든 것이 아름답게 복원되었다.
내 목소리가 아름답게 복원되었다.
그것은 아름답게 완성되었다.
그것은 아름답게 완성되었다.
그것은 아름답게 완성되었다.
그것은 아름답게 완성되었다.
인디언 나바호족의 의례 챈트 중 일부인데, <마더피스> (비키 노블 지음 백윤영미, 장이정규 옮김 196쪽)을 읽고 알게 되었다. 챈트 전체 영문은 아래와 같으며, 이런 지혜로운 기도를 읊는 나바호족이 우라늄 광산 거주지로 내몰려 우라늄 광산(네네, 원전과 핵무기에 농축해서 쓰는 그 우라늄 말이죠)에서 일을 하며 피폭으로 고생해왔다는 건은 극히 최근에서야 알게 되었다...
그리고 오늘... 가자의 희생자 40%가 어린이이고, 연이은 공습폭격 때문에 가자의 어린이들이 언제 죽을지 모른다면서 팔뚝에 제이름을 적고 있는 뉴스를 보았다. 가슴이 무척 아프고 이런 비극에 할 수 있는게 기도밖에 없다는 게....
House made of dawn.
House made of evening light.
House made of the dark cloud.
House made of male rain(torrential rain).
House made of dark mist.
House made of female rain(low clouds and mist).
House made of pollen.
House made of grasshoppers.
Dark cloud is at the door.
The trail out of it is dark cloud.
The zigzag lightning stands high upon it.
An offering I make.
Restore my feet for me.
Restore my legs for me.
Restore my body for me.
Restore my mind for me.
Restore my voice for me.
This very day take out your spell for me.
Happily I recover.
Happily my interior becomes cool.
Happily I go forth.
My interior feeling cool, may I walk.
No longer sore, may I walk.
Impervious to pain, may I walk.
With lively feelings may I walk.
As it used to be long ago, may I walk.
Happily may I walk.
Happily, with abundant dark clouds, may I walk.
Happily, with abundant showers, may I walk.
Happily, with abundant plants, may I walk.
Happily on a trail of pollen, may I walk.
Happily may I walk.
Being as it used to be long ago, may I walk.
May it be beautiful before me.
May it be beautiful behind me.
May it be beautiful below me.
May it be beautiful above me.
May it be beautiful all around me.
In beauty it is finished.
In beauty it is finished.
prayer - from the navajo healing ceremony Night Chant
https://www.youtube.com/watch?v=CDTvfZJ2Oys&t=34s
https://youtu.be/Jhib-hYRDLQ?si=dWDu-HL4LL3mcyG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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