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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자훈련소장 Feb 08. 2021

청무피사

부동산 신조어

대한민국에만 존재하는 여러 단어들이 있습니다. 지난번 언급했었던  '재벌, 금수저'와 최근 부동산 트렌드를 반영한 '똘똘한 한 채' 등 영어로 표현이 어려운 단어들입니다. 그리고 여기 또 하나의 단어가 있습니다. 


청무피사

'청약은 무슨 피 주고 사'의 줄임말이라고 합니다. 청약에 당첨되지 않는 현실을 반영한 말이죠. 근데 단순히 청약이 안 되는 현실만을 비꼬는 말일까요? 전 사실 부동산 시장을 꿰뚫는 혜안이 담겨있는 말로 느껴집니다. 제가 첫 집을 구입할 때는 이러한 단어가 유행하지 않았습니다. 그때 유행했다면 좋았을 텐데 말이죠. 


제 블로그에 청약과 관련된 글이 여럿 있습니다. 국토부 보도자료를 바탕으로 작성된 글들입니다. 또한, 전국적으로 진행 중인 몇몇 단지의 분양 분석글도 있습니다. 대부분 로또 분양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저는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알게 된 사실 있습니다. 



청약 제도와 아파트 분양에 정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런 글들은 조회수가 단숨에 올라갑니다. 관련된 질문도 많이 받습니다. 왜 그런 걸까요? 무엇이 제 블로그로 그리고 해당 글들로 사람들을 끌어왔을까요? 제 다른 글들도 부동산과 관련된 글이며 그 근본은 부자가 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는데 말이죠.


제 해석은 그렇습니다. 사람들은 지금 당장 빠르게, 그리고 쉽게 돈을 벌기 원한다. 바로 한방이죠. '청약만 당첨돼 봐라! 내가 한방에..!' 이건 너무나 당연한 사실입니다. 저도 그랬기 때문이죠. 누구나 다 그렇습니다. 분양과 관련된 글을 작성할 때, 주변 시세를 비교해봅니다. 과거에는 주변 시세와 분양가가 비슷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최근에 분양하는 아파트들을 살펴보면 주변 시세보다 적게는 수천만 원에서 억 단위의 시세차익을 깔고 가는 곳들이 많습니다. 흔히들 말하는 로또 분양입니다. 당첨되자마자 큰돈을 벌고 시작하게 되는 것이죠.  




무주택자의 시선

유주택자는 청약이 제한된다. 청약에 당첨되면 큰 시세차익을 누릴 수 있다. 그리고 각종 특별공급 제도를 추가하여 당첨 확률이 높아졌다. 기존 집을 구입하려고 하니 이미 가격이 너무 올라 구입하기 꺼려진다. 정부는 청약을 장려한다. 그리고 다들 청약을 이야기한다. 너도 나도 뉴스도.


현실이 그렇습니다. 내 집 마련을 하려는 많은 분들이 겪는 현실입니다.   

'청약이냐, 집을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저는 청약 제도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애당초 선분양 제도 자체가 수요자가 아닌 공급자 중심의 제도이기 때문이죠. 수억 원의 돈을 지불하고 구입하는 물건을 실물도 보기 전에 구입한다. 그것도 선불로. 선분양 제도가 관행처럼 굳어져 버렸기 때문에 지금은 많은 이들이 이에 대해 근본적 문제 제기를 하지 않고 있습니다. 다들 당첨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죠. 



청약을 통해 내 집을 마련한다. 이 말은 청약이 당첨되면 내 집을 마련한다는 말과 같습니다. (가정법) 그리고 이것의 주체(결정권자)는 나 자산이 아닙니다. 청약을 하는 것은 나 자신이지만 최종 결정, 당첨은 내가 아닌 운에 맡겨져 있습니다. 세련된 표현으로 당첨 확률이죠. 동일 단지라면 평수와 구조를 잘 선택해야 합니다. 경쟁률이 낮은 곳을 잘 선택하고, 일반 공급이 아닌 특별 공급을 이용해 당첨 확률을 높이는 구조이죠. 그래서 최근에는 청약 관련 스터디도 있습니다. 또한 청약 컨설턴트도 생겼습니다. 돈을 받고 아파트 청약을 컨설팅해 주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사실 청약 제도가 너무나 자주 바뀌고 있습니다. 공고문을 읽고, 내용을 이해하는데만 한참의 시간이 걸립니다. 내용도 많이 복잡해졌죠. (누굴 위해..?)



집을 구입하는 방법은 크게 3가지가 있습니다. 

1. 매매

2. 청약 당첨(분양)

3. 경매


매매부터 생각해볼까요. 

매매는 가장 확실하고 대중적인 방법입니다. 물건을 직접 고르고, 아파트의 경우 동, 호수까지 결정할 수 있습니다. 가격은 시장의 수요공급에 의해 결정되지만, 상황에 따라 조율이 가능합니다. 부동산 시장의 특성상 시세는 존재하지만 정해진 가격은 없습니다. 구매자의 실력이 중요합니다. 물건을 고르는 능력과 협상 스킬 등. 매매는 가장 일반적인 방법입니다. 그렇기에 보통 시세대로 거래가 됩니다. 다만, 다음의 2가지 방법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비싸게 구입하게 됩니다. 


다음으로 청약이 있습니다. 

청약 또한 인기 있는 방법입니다. 단지를 직접 고를 수 있습니다. 새 아파트라는 장점이 있고요. 최근에는 분양가 상한제로 인하여 당첨 즉시 큰 평가이익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다만, 경쟁이 그만큼 치열합니다. 수요공급상 수요가 월등하게 높습니다. 특정 조건을 갖춘 소수를 제외하곤 나머지 90%는 확률에 의존해야 합니다. 하지만, 당첨만 된다면 세상이 바뀌죠. 


마지막으로 경매가 있습니다. 

공부가 필요한 분야입니다. 잘못하면 큰돈을 잃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기회가 많습니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죠. 보통 매매보다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습니다. 일부 접근이 어려운 물건의 경우 시세보다 월등하게 저렴하게 구입이 가능합니다. 그만큼 실력이 중요한 분야입니다. 




여러분은 어떤 방법을 선호하시나요? 

현 추세는 청약이 가장 인기 있는 방법인 것 같습니다. 특별공급도 확대됐고, 당첨 즉시 큰 평가 이익도 가능하기 때문이죠. 그리고 가장 결정적인 이유가 추가됐습니다. 일반 매매 가격이 너무 크게 상승했습니다. 무주택자, 신혼부부가 감당하기 힘든 수준입니다. 불과 몇 년 전과 비교하여도 가격차이가 크게 나기 때문에 일반 매매로 접근하기가 부담스러워졌습니다. 한편 경매는 관심은 가지만 위험이 따르고 어렵습니다. 


그럼 어떡하죠? 청약밖에 답이 없나요? 사고의 유연성을 갖고 여러 선택지를 동시에 가져가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청약은 훌륭한 내 집 마련 방법이지만, 결정권이 나에게 없습니다. 내 집 마련, 다른 말로 내 삶을 외부환경적 요소와 운에 맡겨야 합니다. 


확률적으로 생각해보시죠일반공급 1순위 경쟁률은 적게는 50:1에서 많게는 100:1의 경쟁률을 보입니다. 특별공급 또한 보통 10:1 이상의 경쟁률을 보입니다. 내가 원하는 지역의 청약은 1년에 많아야 몇 차례 없습니다. 과연 청약에 언제 당첨될까요?  


우리 함께 생각해보시죠. 1,000세대 분양이 있습니다. 1만 명이 청약했습니다. 10:1의 경쟁률.

결과는 1,000명 당첨, 9,000명 탈락. 하지만 대다수는 운이 좋은 1,000명에 집중하죠. 그들의 당첨 후기를 읽습니다. '몇 동 몇 호 당첨됐어요. 옵션은 어떡하죠? 대출은 어떡할까요? 어디가 로얄인가요? 등' 

나머지 9,000명에게 관심 갖지 않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9,000명의 탈락자가 누적되는 구조입니다. 


압도적인 다수의 탈락자와 소수의 당첨자. 한평생 청약에 도전했지만, 죽을 때까지 청약에 당첨되지 못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몇 번 청약에 도전하고 바로 당첨되는 사람도 있습니다. 모든 것은 운입니다. 하지만 앞선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내 삶을 운에만 맡기기엔 인생이 너무 짧습니다. 




그렇다고 확률을 높이기 위해 계획에 없던 결혼을 하고, 자녀를 출산할 수는 없습니다. 일부는 불법을 자행하기도 합니다. 통장 거래, 위장전입, 위장 낙태 등. 청약을 하지 말라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청약에 모든 걸 맡기기엔 내 삶과 현재의 시간이 너무 소중한다는 이야기입니다. 나머지 2가지 방법(일반 매매, 경매)도 충분히 고려해 봐야 합니다.  


무엇보다 내 집 마련이 절실하다면 공부를 해야 합니다. 

어떤 아파트가 우리 가족에게 잘 맞는지. 내가 원하는 지역의 아파트 시세는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 현재 나오고 있는 매물들이 적정 가격인지. 급매가 있는지. 해당 단지의 로얄동은 어디인지. 매매가뿐만 아니라 전세가 또한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 해당 지역에 개발 호재가 있는지. 또는 악재가 있는지. 중개사와 친해지고 자주 연락해야 합니다. 급매가 있다면 먼저 연락을 받을 수 있게 준비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매 가격이 부담스럽다면 경매도 공부해보는 것입니다. 경매 절차가 어떻게 되는지. 권리 분석 방법이 어떻게 되는지. 좋은 물건을 찾는 방법. 임장 방법 등. 




큰돈이 들어가는 과정이 아닙니다. 열정을 바탕으로 노력이 들어가는 과정입니다. 돈 대신 나의 노력이 투입되고 해당 노력이 좋은 물건을 저렴하게 매입할 수 있게 만들어줍니다. 처음에는 효과가 없는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 큰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줄 것입니다. 스노볼 효과라고 하죠. 이것은 씨앗이 되어 나의 경제적 성장을 도와줄 것입니다. 


그렇게 병행해 나가는 것입니다. 3가지 방법 모두 내가 결정권을 갖고 선택할 수 있어야 합니다. 통제권을 갖고, 최종 결정은 내가 하는 것입니다. 청약에 당첨된다면 좋겠지만, 당첨되지 않더라도 내가 원하는 좋은 물건이 원하는 가격에 나타나면 해당 물건을 차지할 수 있어야 합니다. 


청무피사 "청약은 무슨 피 주고 사"

청약에만 목을 매다가는 평생 무주택자로 살 수도 있습니다. 오르는 전세 가격을 보며 이사 걱정을 하고 강남에서 강북으로 강북에서 외곽으로 점점 밀려나갈 수 있습니다. 전세난민이 되는 것이죠. 집값이 오르는 것을 바라보며 한탄과 함께 청약 공고가 올라오길 기다리는 것입니다.  


이미 피 주고 산 사람은 어떨까요? 

청약에 당첨되면 지불하지 않아도 되었을 프리미엄(웃돈)을 주었기 때문에 큰 손해를 본 것일까요? 프리미엄은 수요공급 법칙에 의해서 정해진 가격입니다. 매도자는 평생 1번 올까 말까 한 행운을 판매한 것입니다. 그리고 매수자는 원하는 동, 호수를 직접 지정하여 새 아파트를 구입할 수 있는 것입니다. 프리미엄을 주고 판매한 매도자와 프리미엄을 주고 구입한 매수자 중 누가 더 만족할까요? 




여러분이 과거로 돌아간다면 어느 쪽이 되시겠습니까?

이제는 분양권 전매가 되지 않습니다. 청무피사란 단어도 무의미해졌습니다. 시장은 똑똑합니다. 집단지성의 힘은 위대합니다. '똘똘한 한 채', '청무피사' 등 


미래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과거를 되돌아볼 수 있습니다. 과거가 있기에 현재가 있습니다. 과거의 선택이 현재의 결과를 만들었다면 현재의 선택이 미래를 만들 수 있습니다. 


여러분에겐 아직 기회가 있습니다. 미래는 결정되지 않았습니다. 


무주택자로 살 것인지, 유주택자로 살 것인지. 


세입자로 살 것인지, 집주인이 될 것인지. 


여러분이 선택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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