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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법은 조변 Sep 13. 2023

변호사의 인간관계에는 특별함이 있다.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

서로 상대를 적당히 두려워하는 상태(일명 “상호허겁”)가 서로에게 예의를 갖추며 평화를 유지하게 만든다. 우리 인간은 무슨 까닭인지 자꾸만 이러한 힘의 균형을 깨고 홀로 거머쥐려는 속내를 내보인다. 그러나 내가 그동안 관찰해 온 자연은 그렇지 않다. 우리가 자연에서 제일 먼저 배울 게 있다면 이 약간의 비겁함이다.        
- 동물행동학자 최재천 교수, <숲에서 경영을 가꾸다>     



12년 차 변호사이지만 여전히 어려운 것이 있다면, 변호사로서의 인간관계이다. 그래서 변호사 생활을 하는 동안 생각하고 고민했던 나만의 인간관계론을 얘기해 볼까 한다. 사실 일반적인 인간관계도 어렵다. 그런데 그 인간들 중에 ‘변호사’가 더해지면 더 복잡해진다.      


실무 경험이 부족했을 때, 변호사를 찾는 사람은 모두 진솔하고 순수한 줄 알았다. 마치 천주교 신부님을 뵙는 사람, 의사를 찾는 사람처럼 변호사를 만나는 사람도 그 순간만큼은 순수한 의도로 진실만을 얘기할 것 같았다. 그랬던 나 자신이 너무 순수했다.      


솔직히 말하면 변호사는 이용의 대상이다. 사람을 수단으로 대하지 말고 목적으로 대하라는 철학자 칸트가 보면 역정을 낼 것이다. 변호사라는 존재가 자신의 목적 달성을 위한 수단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애석하지만, 동의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변호사로서는 자신에게 접근ㆍ연락ㆍ방문ㆍ침범하는 사람의 의도를 추측하고 파악하여야 한다. 변호사의 조력과 의견이 필요한 것인지(실질적인 변호사의 도움), 변호사의 권위 그 자체가 필요한 것인지(“변호사가 그렇게 생각합디다”)를 상담과정에서 파악하여야 한다. 전자의 경우에는 팩트와 배경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가 오고 가지만, 후자의 경우에는 일명 “답정너” 대화(내가 말하는 결론을 변호사 당신도 똑같이 그렇다고 말하라)가 오간다. 답정너의 대화 안에서는 변호사가 도와줄 부분이 거의 없다.     


상담에 관하여 하나 더 말하자면, ‘개업변호사’든 ‘사내변호사’든 심지어 ‘휴업변호사(공무원 등)’든 변호사라면 ‘법률상담’은 숙명이다. 눈감는 그 순간까지 변호사는 상담을 피할 수 없다. 그들은 변호사의 전문분야나 업무 관련성을 따지지 않는다. 변호사법 제1조 제1항에 ‘변호사는 기본적 인권을 옹호하고 사회정의를 실현함을 사명으로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 것을 그들은 너무 잘 알고 있다.      


실제로, 출근길에 카톡으로 블랙박스 영상을 여러 개 보내고 ‘과실비율’을 즉답해 달라는 요청이 있었다. 업무시간 중에 정말 중요한 법적 문제가 있다면서 자신의 층간누수문제를 해결해 달라는 요청도 있었다. 업무시간 중에 '지인'의 '아들'의 '여자친구'의 BMW 차량 혼유사고(경유 차량에 휘발유를 주유사고)에 따른 피해 금액을 받아달라는 사람도 있었다. 수십 개의 사례가 더 있지만...... 전부 우열을 가릴 수 없을 정도로 대단하여...... 더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앞서 봤듯이, 변호사의 공익적 역할은 변호사법 제1조에서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공익’을 바라보는 관점이 다 다르다. 개인의 경제적 이익을 위한 ‘무료상담’, ‘무료변론’이 ‘공익’인지 아닌지는 불분명하다. 현실에서 가장 어려운 지점이다. 나는 견적까지만 잡아드렸다. 해당 사안이 법적인 문제가 맞는지 아닌지, 법적인 문제라면 형사인지 아니면 민사인지, 해결하기 위해서는 실제로 어떤 절차를 거쳐야 하는지까지, 즉 사안의 견적만 잡아드렸다. 그 이상은 변호사 보수가 필요한 영역이라 생각한다.

      

“보수를 주지 않으면, 도와드리지 않습니다.”라고 딱 잘라 말하지 못하는 성격이기도 하다. 의사가 아픈 사람을 보면 그냥 넘어갈 수 없듯, 나도 법적인 문제라고 하면 일단 들어보게 된다. 하지만, 상담은 상담에서 끝나야 한다. 나의 전문분야가 아닌 문제면 더욱 그렇다. 그래서 나는 견적만 잡아드리고 있다. 나만의 방식이다. 다른 변호사에게 이런 방식을 강요할 수도 기대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한편, 변호사의 태도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언제나 자신의 의견과 상황을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특히, 신입 변호사는 'YES Person'이 되기 쉽다. 나 또한 그랬다. 이미 주말까지 일해야 하는 업무가 한 트럭인데도, 파트너 변호사의 새로운 사건을 또 받고 받았다. 그때는 그래야 하는 줄 알았다. 당연히 결말은 ‘비극’ 또는 ‘호러’였다.


뭉크 '절규'


일이 이미 너무 많으면, 너무 많다고 지금 당장은 어렵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도 된다. 아니 그래야 한다. 그래야 어쏘변호사에 대한 신뢰가 생기고 신뢰가 두터워질 수 있다. 눈치 살살 보면서 이리 빠지고 저리 빠져서 일을 적게 하라는 말이 아니다. YES Person 캐릭터는 하지 말자는 것이다. 그게 맞다.

      

도입에서 최재천 박사님의 글을 인용한 이유를 말하자면, 변호사에게 꼭 필요한 조언이기 때문이다. 변호사는 가깝지만, 가볍지 않은 존재가 되어야 한다. 가까움의 정도는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이다. 변호사는 그 누구와도 너무 가까워지도 않게, 너무 멀지도 않게 딱 그 정도의 거리감으로 있어야 한다.      


변호사는 원래 외로운 존재이다. 그 외로움도 숙명이다. 그들은 결코 기쁘고 즐거운 일을 변호사와 함께 하지 않는다. 변호사라면 어느 정도의 외로움과 고립감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 나의 반성적 결론은 그러하다.



1. 변호사는 자신에게 접근하거나 연락하는 사람의 '의도'를 파악할 줄 알아야 한다.  

2. 변호사의 태도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언제나 자신의 의견과 상황을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이다.

3. 변호사라면 어느 정도의 외로움과 고립감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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