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언급했듯이, 나의 학부 전공은 경영학이다. 경영학을 공부할 당시 ‘전략 컨설팅’이 무척 멋있게 보였다. 문제점을 진단하고, 해결방안을 제시하는 컨설팅펌이 여럿 있었다. 대기업도, 증권회사도 컨설팅펌의 조언에 귀 기울였다. 컨설팅을 하면서 고액 연봉을 받으며, 나이스하면서도 똑똑하고 멋지게 사는 컨설턴트의 모습을 동경한 적도 있다.
로펌 바른에서 1년을 채워갈 무렵, 나는 ‘엘리오앤컴퍼니’라는 전략 컨설팅펌의 ‘컨설턴트’ 채용 공고를 보고 말았다. 다시 경영학도로 돌아간 나의 가슴은 뜨겁게 뛰고 있었다. 정신을 차리고 나니 이미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다운받아 작성하고 있었다.
법무법인 바른이 나를 “변호사”로 만들어 주었다면, 컨설팅펌 엘리오앤컴퍼니(이하 “엘리오”)는 나를 “차별화된 변호사”로 만들어 주었다. 엘리오에서 나는 기획업무를 할 수 있는 변호사, 전략적 사고를 하는 변호사, 한글만큼 파워포인트와 엑셀을 잘 다루는 변호사, 고객과 눈높이를 맞추고 고객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변호사, 발표와 강의를 즐기는 변호사로 변모할 수 있었다. 학부 전공이 경영학이어서 그런지, 엘리오에서의 2년은 나에게 '즐겁게 일하고 마음껏 성장했던 시간'이었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엘리오에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제출하였지만, 면접 일정을 잡는 것부터가 쉽지 않았다. 빡세고 빡센 로펌 일정 사이에서 면접 일정을 은밀하게 만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다행히 삼성역에서 논현역까지의 동선은 길지 않았고, 점심시간을 이용하여 논현역 2번 출구에 있는 영풍빌딩으로 면접을 보러 갔다.
로펌 바른에 면접을 보러 갈 때도 그렇게 설레지는 않았다. 경영학도로 돌아간 그 변호사는 일찍 도착하여 엘리오 면접을 기다렸다. 오래전 일이라 구체적으로 어떠한 질문과 답변이 오갔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변호사로서 컨설팅을 할 수 있는 기본 역량을 갖추고 있는지, 경영학 전공자로서 기본적인 회계지식과 경영학 이론을 알고 있는지, ‘컨설턴트’로서 일을 하는 것에 거부감은 없는지 등을 묻고 답했던 것 같다.
그렇게 나는 “컨설턴트ㆍ변호사”라는 새로운 직함을 갖고 엘리오에서 일하게 되었다. 맥킨지, BCG, BAIN과 같이 세계적인 전략 컨설팅펌은 아니었지만, 컨설턴트로서 전략 업무를 할 수 있게 되어 설레었고, 변호사로서의 커리어를 이어나갈 수 있어서 만족했다.
로펌과 컨설팅펌은 업무강도가 강한 것 외에는 비슷한 점이 없었다. 프로다운 면모이겠지만, 엘리오의 모든 구성원들 얼굴에는 여유와 미소가 있었다. 흔히 신입에게 기대되는 각종 허드렛일도 없었다. 일에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 그러면서도 서로 간에 편하게 질문하고 경청하고 답하는 분위기가 매우 인상적이었다. 임원에게도 팀장에게도 쉽게 묻고 쉽게 어울릴 수 있는 상황이 한동안 낯설기도 했다.
공식적인 급여가 아주 살짝 줄어들긴 했지만, 엘리오의 복리후생은 단연 최고였다. 궁금하면 직접 지원해서 경험해 보시라(엘리오 입사지원 사이트 링크). 구체적인 사항을 열거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지만. 무엇보다 일에 몰입할 수 있도록 최적의 업무환경을 만들어 주었다. 기본적인 식사, 간식, 사무용품, 노트북 등의 장비, 장기출장 시 숙박지원 등은 최고 수준이었다. 아쉬움이 전혀 없었고, 저축금액에도 차이가 없었다.
엘리오에는 아주 다양한 전문가들이 있었다. 공인회계사도 있었고, 의료인도 있었고, 건축전문가도 있었고, IT전문가도 있었으며, 마케팅전문가도 있었고, 디자이너도 있었고, 인사전문가도 있었다. 자격증이 중요하지 않았다. 모두가 특정 분야의 전문가였다. 그래서 서로를 존중하고 함께 고민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이렇게 일할 수도 있구나 싶었다. 놀라웠다.
법조사회와 공직사회에서 매우 중요한 “권위”와 "당위"는 없었다. 대신 그 자리에 “논리”와 "합리"가 있었다. 권위로 찍어 누르는 것이 아니라, “논리”로 설득하고 협력을 이끌어 내는 것이 당연했다. 대표님, 전무님도, 상무님도, 이사님, 팀장님도 그렇게 일을 했다. 누구든 필요한 것이 있으면, 설득하고 이해를 구하고 인센티브를 제시했다. 그 모두가 자신의 “고객”이었던 것 같다(실제로, 경영학에서 직장동료를 ‘내부고객’이라고도 한다).
엘리오는 철저히 고객 중심의 회사였다. 아니, 엘리오를 포함한 모든 전략 컨설팅펌은 고객 중심의 회사이다. 고객의 실적을 분석하여, 고객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그 원인을 찾아내서, 고객을 위한 해결책을 제시하며, 중장기 성장전략을 제안하는 곳이다. 그래서 고객용 보고서도 보기 편하게 파워포인트로 작성하는 경우가 많다. 고객이 주는 보수가 그 만한 가치가 있도록 내용도, 형식도, 표현도 모두 고객의 눈높이에 맞춘다. 당연한 말이다. 그래야 한다.
로펌도, 변호사도 고객을 위하여 일한다. 고객의 문제에 조언하고,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는 존재이다. 업역이 달라 단순 비교가 힘들겠지만, 직접 경험한 결과 컨설팅펌의 '고객 지향성'만큼은 참고할 만하다.
컨설턴트는 스토리텔링에 강하다.
그 이유는 고객이다.
변호사도 스토리텔링에 강한가?
1. 컨설팅펌 엘리오는 나를 고객 중심의 차별화된 변호사이자 컨설턴트로 만들어 주었다.
2. 엘리오는 일에 몰입하면서도 서로 간에 편하게 질문하고 경청하고 답하는 분위기가 매우 인상적이었다.
3. 컨설팅펌에서는 '권위'로 찍어 누르 듯이 일하지 않는다. '논리'와 '합리'로 설득하며 사람을 움직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