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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법은 조변 Jun 25. 2024

감사합니다. 박사과정 첫 학기를 무사히 마쳤습니다.

박사과정 첫 학기를 마친 소감과 후기를 짧게 남깁니다.

안녕하세요.

'나만 몰랐던 민법', '조변명곡', '조변살림&조변육아'를 쓰고 있는 조변입니다.


이번 글은 "박사는 내 운명"에 관한 글입니다.


박사과정 첫 학기를 무사히 잘 마쳤습니다.

브런치 독자님과 작가님들의 응원과 격려 덕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감사의 마음을 담아서 인사를 올립니다. 감사합니다.

 

1. 학생 라이프를 적응하는 것은 쉽지 않았습니다.


12년 만에 학생의 삶으로 돌아가는 것부터가 쉽지 않았습니다.  

박사과정에 입학하기 위하여 행정법과 헌법 전 범위를 공부해야 했고,

행정법과 헌법에 관한 필기고사와 면접을 통과하면서 박사과정 입학자격을 받았습니다.



12년 만에 다시 모교로 돌아가서 공부하는 느낌은 좋았습니다.

행정심판법 공부도 좋았고, 공정거래법 공부도 좋았고, 국세기본법 공부도 좋았습니다.

학생이 되어서 논문을 읽고, 토론하면서 무언가를 조금씩 알아가는 느낌도 좋았습니다.


그렇다고 마냥 좋기만 하지는 않았습니다.

세종에서 대구까지 다녀온 거리는 총 4,000km 정도 되었던 것 같습니다.

목 19시, 금 19시, 토 9시, 3일 연속 강의가 있었는데, 가끔 금요일 강의가 없을 때는 금요일 오전에 세종에 왔다가 다시 토요일 새벽에 강의를 들으러 나가기도 했습니다. 사실 운전하는 저도 힘들긴 했지만, 저보다 더 힘들었을 사람은 아내입니다. 목요일 저녁, 금요일 저녁, 토요일 아침까지 제 아들을 혼자서 먹이고 씻기고 하느라 많이 힘들었을 것입니다. 아내가 고생이 많았습니다.


첫 학기에 만난 교수님과 학우분들은 모두 좋았습니다. 가식이 아니라 진심으로 모두 좋았습니다.

다들 열심히 강의를 준비하여 왔고, 열심히 의견을 나누었으며, 더 열심히 논문 발표를 해주었습니다.

그래서 저도 많이 배웠고, 조금은 더 성장한 것 같았습니다.


2024학번이 되어서 가장 특이했던 점은,

더 이상 실물 학생증(신용카드 겸용)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스마트폰 앱을 통하여 QR코드로 출입문도 열고, 책도 빌리고 있습니다.


2. 몰입도 필요하고 탈출도 필요하다.


육아휴직을 하고, 브런치를 하고, 민법 글을 쓰고 있던 저에게 법학 박사과정은 도전이었습니다.


왜 돈을 쓰면서 사서 고생을 하느냐.

육아도 힘들고 살림도 힘든데 고생을 자처하느냐 등등의 말씀도 들었습니다.


지도교수님의 진지한 권유가 있지 않았다면, 저도 박사과정을 시작하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저에게 어떠한 계기가 필요했었던 것 같습니다.


회사에서 충분한 성장을 할 수 없다는 점,

현실에 만족하고 살기에는 아직 젊다는 점 등의 생각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3월부터 6월까지 정말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특히, 공정거래법 강의에서는 "담합으로서의 정보교환행위"에 대한 발표문을 제법 열심히 썼습니다.

학부 전공이었던 경영학 관련 논문을 찾아보면서, 왜 경영자의 입장에서는 정보교환행위가 불가피한지를 법학 발표문의 서문에 썼습니다. 사실, 타 전공의 논문을 인용하는 경우는 매우 드문데, 저는 용감하게 경영학의 SCM(공급망관리) 관련 논문을 인용하면서 발표를 시작했습니다. 경영학 전공자로서, 변호사로서, 법제업무 담당자로서 "정보교환행위"에 관하여 약간은 입체적인 견해를 제시했습니다.  



교수님의 피드백 첫마디는 "관련 실무를 한 적이 있었나요?"였습니다. 칭찬이었습니다.

열심히 준비한 보람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수업시간에 발표한 "정보교환행위" 발표문을 토대로 학술논문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8~9월 중 투고를 목표로 제 인생 두 번째 논문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열심히 작성한 숙제(발표문)는 논문의 밑그림이 되는 것 같습니다.


육아를 하고 살림을 하고 브런치를 할 때는 몰랐던 사항이 있습니다.

그보다 훨씬 더 몰입하는 경우에는 스스로 그 몰입감에서 탈출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육아와 살림과 브런치는 삶의 일부라서 몰입도 탈출도 불필요하지만, 법학 공부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특히 위 "정보교환행위" 발표문을 준비할 때에는 가끔씩 탈출(의도한 휴식)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그때 영화 "파묘"를 챙겨봤습니다. '곡성'과 '사바하'를 재미있게 봤던 터라 효과적인 탈출이 되었습니다.


3. 논문을 자기 글로 쓰기 위해 노력하다. 


"남의 글을 베끼지 않겠다."


박사과정 첫 학기에 제가 제 스스로에게 심어주고 싶었던 가장 중요한 태도입니다. 

홍영기 교수님의 "법학논문작성법"을 2 회독하고 난 결론이기도 합니다.



사실, 남의 글을 보고 그대로 따라 적는 것은 너무나도 쉽게 할 수 있는 일입니다. 그리고 그 유혹은 너무나도 강력하고 강렬합니다. 남의 글을 보고 타이핑하면서 조사와 어미만 조금씩 바꾸는 것에는 긴 시간이 걸리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쓴 글은 나의 글이 아니고 나의 견해가 아니며 나의 논문이 아닙니다.


초보 연구자가 가장 주의해야 하는 지점이기도 합니다.

정말로 참으로 다행인 것은, 많이 열심히 읽고 숙성시키며 기다리면 나만의 말과 글이 나온다는 것입니다.


어제 제 인생 처음으로 학술논문 투고를 했습니다.

"생활임금 조례의 주요 쟁점과 판례에 대한 검토"라는 제목으로 논문을 썼습니다.

생활임금 조례에 관한 주요 쟁점을 저만의 관점으로 정리하고 작년 7월에 선고되었던 대법원 2022추5156 판결을 분석하는 글입니다.


아직, 논문 심사 과정이 남아있고, 이에 따라 논문 게재 여부가 달라질 수 있지만, 그래도 박사과정 첫 학기를 하면서 동시에 a4용지 25매 분량의 소논문 하나를 완성하여 KCI등재지에 투고를 했다는 점만으로도 적지 않은 보람이 있습니다.



실무적으로, 학술지에 법학논문 투고를 하려면 한국연구재단 논문 유사도 검사 결과를 함께 제출하여야 합니다. 법학논문은 보통 15% 이상이 되면 타 논문과의 유사도가 높다고 하고 25%가 되면 논문 게재 불가 수준이라고 합니다.

저는 8%가 나왔습니다. 유사한 문장도 지방자치법 조문과 관련 판례를 인용한 문장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남의 글을 베끼지 않겠다."라는 스스로의 다짐을 논문 유사도 8%라는 결과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저의 말과 글로 논문을 쓰는 과정은 매우 고통스럽습니다. 한 문장, 한 문장을 써나가는 것이 결코 쉽지 않습니다. 그렇게 써 놓은 글을 읽어볼 때면 너무나도 형편없고, 의도했던 방향과 달리 읽히기 때문에 한심스럽기도 합니다. 그러나 계속 쓰고, 계속 고치면서 천천히 조금씩 태도가 잡혀가는 것 같습니다. 첫 학기에 가장 담대하게 잡았던 목표를 조금은 달성한 것 같아서 조금의 안도감이 듭니다.


이글에서 자세히 언급할 수 없지만, 이번 학기에 가장 크게 실망한 지점도 논문입니다. 어떤 논문의 글은 논문의 주석에서 인용한 논문에 "그대로" 그것도 "수십 번" 등장하는 사례도 있었습니다. 수십 번 그대로 옮겨진 그 논문을 공부할 때의 기분은 참 허탈했습니다. 그런데 그런 논문이 꽤 많습니다.


4. 논문을 작성할 때 챙겨야 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일정을 챙겨야 합니다. 어떤 학술지에 언제까지 투고할 것인지 스스로 확실히 다짐을 해야 합니다.

그래야 논문을 쓰는 시간이 늘어지지 않습니다. 여기저기 소문을 내서 스스로 지키도록 해야 합니다.

저는 브런치에 생활임금 조례에 관한 논문을 쓰겠다고 글을 쓰면서 스스로 다짐을 확고히 했습니다.


오타를 챙겨야 합니다. 매우 기본적인 사항이지만, 오타 없는 완벽한 논문을 투고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저는 3단계를 거쳤습니다.

(1단계) 화면에 매우 큰 글씨로 확대해서 소리 내어 읽습니다.

(2단계) 출력해서 다시 소리 내어 읽습니다.

(3단계) 아래한글 F8 맞춤법 기능을 꼭 이용합니다.

특히 3단계 맞춤법 기능은 매우 느리고 버벅거리기 때문에 선호하는 기능은 아닐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묵묵히 F8 맞춤법 기능을 돌렸습니다. "생활일글", "생홀임금", "생활임글" 등 다양한 오타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참고문헌을 챙겨야 합니다. 참고문헌은 본문 각주에 달아야 하기도 하고 논문 끝부분에 다시 몰아서 참고문헌을 소개하기도 해야 합니다. 아래한글에 "주석" 부분만 새문서로 저장하는 기능이 있습니다(아래 참조).



위와 같이 "주석 저장하기" 기능을 활용하면, 참고문헌 부분을 작성하는 것이 편리합니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참고할 논문을 읽고 나면, 절대로 미루지 말고 그 논문에 몇 페이지에 어떠한 내용이 참고할 만한지 메모를 해놓아야 합니다. 저는 포스트잇으로 각 논문의 첫 페이지 붙여 두었습니다. 실제로 논문을 쓰기 시작하면 어떤 내용이 어떤 논문에 있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습니다. 보통 10개 이상의 논문을 인용하는데, 10개의 논문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최소 2~3배 많은 논문을 읽어보아야 합니다. 그중에서 참고할 논문과 그렇지 않은 논문이 자연스럽게 분류되고, 참고할 논문은 따로 메모를 해두어 꼭 쓸 논문에 인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5. 졸업요건을 잊고 지내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박사과정은 절차적으로도 호락호락하지 않습니다. 특히 국립대 대학원이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입학하기 위해 2과목 시험을 치지만, 졸업하기 위해서는 4과목 시험을 쳐야 합니다. 종합시험이라 부릅니다.


종합시험을 치기 위해서는 24학점을 이수를 해야 합니다. 총 36학점 중 2/3를 이수한 시점에 종합시험을 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외국어시험도 쳐야 합니다. 토익으로 대체할 수 있다고 하지만, 어쨌든 별도의 절차가 또 있습니다.


종합시험, 외국어시험, 연구윤리교육을 모두 마쳐야 드디어 학위논문을 제출할 자격이 주어집니다. 그러나 학위논문을 제출할 때가 되었다고 그때부터 학위논문을 준비하면 늦습니다. 더 일찍 준비해야 합니다. 저는 2학기 마칠 무렵에 3가지 종류로 '논문 주제'와 '대강의 목차'를 정리해서 지도교수님께 여쭤 볼 생각입니다.



박사과정의 첫 학기를 무사히 잘 마쳤습니다.

그리고 첫 학기의 목표였던 소논문 투고도 마쳤습니다.


이번 주는 스스로 "방학" 시즌을 좀 가져볼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사실 어제 당장 번째 소논문 개요를 잡아보려고 했는데, 머리가 도저 돌아가지 않는 상황임을 인식하고, 이번 주는 책을 읽으며 쉬려고 합니다.



"불안한 완벽주의자를 위한 책"과 "어린이라는 세계"라는 책을 읽을 예정입니다. 전자는 저를 위한 책이고, 후자는 아들을 위한 책입니다. 서평으로 남길 여유가 되면 남기도록 하겠습니다.


서두에서 말씀드렸지만, 브런치에 "박사는 내 운명"이라는 매거진을 쓰면서 저의 박사과정 라이프를 공유할 수 있었고, 이 덕분에 박사과정 첫 학기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습니다.


브런치 독자님, 작가님들께 진심으로, 정말 진심을 담아서 감사 인사를 올립니다. 감사합니다.

 



제가 쓴 매거진과 브런치북을 소개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대학원 박사과정 첫 "과제 발표"를 마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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