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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법은 조변 Dec 03. 2024

[조변리뷰] '우리 애 힘드니 부서 바꿔줘요'를 읽고

중앙일보 2024년 12월 3일 기사(김서원, 이찬규, 이보람 기자 )

안녕하세요.

'나만 몰랐던 민법', '박사는 내 운명', '조변명곡', '조변살림&조변육아'를 쓰고 있는 조변입니다.


오늘 다소 특이한 신문 기사를 읽었습니다.


"우리 애 힘드니 부서 바꿔줘요", 대기업 35%는 부모의 전화를 받았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25/0003404595


 “우리 애가 고객 응대를 힘들어하고 실적 목표를 부담스러워하니 영업부에서
 다른 부서로 옮겨달라”

“탈락한 지원자 부모가 ‘우리 아이 스펙이 얼마나 좋은데 합격 안 시키냐’고
 따졌다”

“퇴근 후 학원 가야 하는데 야근이 이렇게 잦아 어떡하냐”

“면접 때 부모가 따라와 대기실에 같이 들어가려고 하거나 ‘언제 끝나냐’고 묻는 일이 요즘은 공채 때마다 벌어진다”

위 기사에서 언급된 부모들의 발언입니다. 브런치 독자님과 작가님들은 어떤 생각이 드시는가요?


저도 처음에는 놀랐습니다.


다 큰 성인이 취업을 해서 직장에 다니고 있습니다.

그 성인은 회사와 근로계약을 맺고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 성인의 엄마, 아빠는 더 이상 법정대리인이 될 수 없습니다.

인사 고충이 있거나, 직장 괴롭힘이 있더라도 그 성인 스스로 상담하고 해결해야 합니다.


그런데 그 성인은 어떻게 성장을 하였길래, 여전히 부모의 도움을 받고 있는 것일까요?

부모님의 도움이 여전히 달콤해서 의존하고 있는 것일까요?

아니면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해서 부모님의 도움이 필요한 것일까요?


https://brunch.co.kr/@lawschool/299


아주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조선미 교수님은 부모의 역할은 "자녀를 완전히 독립시키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자녀 스스로 필요한 교육을 받고, 적절한 인성을 갖고, 충분한 인간관계를 경험한 상태에서 결국 한 사회의 구성원으로 독립시키는 것이 부모 교육의 목적이고, 그것이 부모의 역할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뒤집어 생각해 볼 수도 있습니다.


만약, 다른 집 아이들은 인성 교육도 하고 공부도 하고 여러 경험도 하느라 바쁩니다.

우리 집 아이는 오로지 국어, 영어, 수학에 집중한다면, 월등한 성적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어차피 시간은 제한되어 있습니다. 제한되어 있는 시간을 가장 효율적으로 쓸 수 있는 방법은 자녀가 학업에 집중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고등학교 3학년까지의 시간 관리를 잘하여 우수한 대학에 입학시킬 수 있다면 그렇게 하고 싶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자녀를 키우고 있는 부모 입장에서는 다른 집 아이들이 무엇을 어떻게 얼마나 배우고 있는지가 궁금합니다. 우리 아이가 혹시 무언가를 빠뜨리고 배우는 것은 아닌지 늘 불안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우리 집 아이가 더 많이 배우고 더 좋은 성적을 거두기를 바라게 됩니다.


자녀가 스스로 공부 계획을 세우고 묵묵히 실천하여서 우수한 성과를 거둘 수 있다면 그것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을 것입니다. 매우 어려운 일이기도 합니다. 계획이 완벽해야 하며, 실천 의지도 투철해야 하고, 그것이 우수한 성적으로 연결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미 개발되어 있는 방법론이 있고, 그 방법론을 돈으로 살 수 있다면, 시행착오를 많이 줄일 수 있습니다. 자녀가 우수한 성적을 거둘 수 있는 확률이 올라가게 됩니다. 아빠의 경제력, 엄마의 정보력이 필요한 시점인 것입니다. 역할이 나누어집니다. 자녀는 주어진 임무를 열심히 하는 사람, 부모는 방법론을 제시하는 사람으로.


실제로, 저도 비슷한 사람을 만난 적이 있습니다.


저도 두 번째 직장인 전략컨설팅펌에 다닐 때, 비슷한 사람을 만난 적이 있었습니다.

그분은 매우 똑똑한 사람이었습니다. 이해관계에 밝고, 자신에게 유리한 것과 유리하지 않은 것을 판단하는 능력이 뛰어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흠도 있었습니다. 스스로 문제를 분석하고 해결하는 능력이 부족했습니다.

Raw Data에서 문제를 찾아내고, 그 문제의 원인을 분석하고, 해결방법을 고민하는 능력은 부족했습니다.


구글에서, 다른 참고문헌에서 필요한 내용을 찾는 것은 제법 잘했습니다. 팀장의 지시사항이 명확할 때에는 비교적 일을 잘했지만, 보고서의 한 부분을 맡아서 진행하는 능력은 부족했습니다.


그리고 가장 안타까웠던 것은, 스스로 어떤 사람으로 성장하고 싶은지에 대한 고민이 없었습니다.

"엄마가 괜찮은 곳"이라고 해서 입사를 했기 때문에, 그 이후의 커리어에 대한 고민은 없었습니다.


그분은 회사 안에서도 "엄마" 역할을 하는 사람을 찾고 있었습니다.

자신이 처한 문제를 "회사 엄마"를 통해 해결하고자 했습니다.

참 똑똑하고 착한 사람이었는데, 아쉬운 점이 있었습니다.


제 아들은 어떻게 키워야 할까요?


공부만 잘하는 아들. 시키는 것은 아주 잘하는 아들로 키울 것인가.

스스로 고민하고 생각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아들로 키울 것인가.


저는 조선미 교수님이 생각하는 부모의 역할을 따르려고 합니다.

아들 스스로 독립된 사회의 구성원으로 잘 살아갈 수 있게 키우고 싶습니다.


저도 언젠가는 다시 고민할 때가 올 것입니다.

아들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때까지 그 시간을 기다리기 힘들어할지도 모릅니다.


제 기대만큼 아들의 성적이 좋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제 희망만큼 아들의 대학이 좋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아들의 인생에 제가 끼어들 수는 없습니다.


아들 스스로 살아가는 순간마다 즐거움과 행복을 느낄 수 있도록,

때로는 행복을 기다리며 인내하고 노력할 수 있도록,

시련을 딛고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지켜보고 응원하는 아빠가 되고 싶습니다.

 

 



제가 쓴 매거진과 브런치북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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