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몰랐던 민법 전반전을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부록으로 조금은 현실적인 소송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아마도 '민법'보다 조금 더 재미있지 않을까 감히 예상을 해봅니다.
저도 변호사이지만, '변호사도 알려주기 꺼려하는 소송의 진짜 민낯'에 대해서 간단하게 알려드리겠습니다.
이번 글의 결론은 "가능하면 소송은 하지 마세요. 변호사가 하자고 하는 소송은 더더욱 하지 마세요."입니다.
[민낯 1] 소송은 구조적으로 권한은 변호사에게 있고, 비용부담은 고객에게 있습니다.
고객이 변호사에게 지급하는 보수(돈)에는 각각 부가가치세가 별도입니다(10% 별도). 변호사에게 보수로 500만원을 지급해야 한다면 50만원(부가세)를 별도로 지급하고 있습니다. 관행이라고 합니다.
아주 간단한 사건은 330만원, 조금 복잡한 사건은 550만원, 많이 복잡하거나 큰돈이 걸려있는 경우에는 1,100만원 이상으로 소송 계약을 합니다. 그리고 이 돈은 '착수금'입니다. 소송을 시작하는 단계에서 아무런 조건 없이 변호사에게 지급하는 돈입니다. 소송에서 이기지 못하더라도 착수금은 결코 환불되지 않습니다.
변호사가 받는 돈 = 착수금 + 각종 비용(교통비, 서류 발급비 등) + 성공보수 + 각각의 부가가치세 *1심 따로, 2심 따로, 3심 따로 **민사소송 따로, 형사고소 따로, 행정소송 따로 **민사소송도 본안소송(main) 따로, 가압류가처분(sub) 신청 따로
소송을 시작할 때 착수금을 받습니다. 그리고 소송을 진행하면서 교통비, 서류 발급비 등의 각종 비용을 고객에게 청구하여 별도로 받습니다. 소송에서 이기면 성공보수를 또 줘야 할 수도 있습니다. 변호사에게 지급하는 모든 비용에는 10%의 부가세를 추가로 지급해야 합니다.
그래서 변호사 소송 수임 계약서를 잘 살펴봐야 합니다.
소송 수임 계약서에는 위 공식에 나와있는 내용이 모두 깨알 같이 들어가 있습니다. 100% 승소를 하지 않더라도 일부 승소를 하는 경우에도 성공보수를 추가로 지급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대부분의 계약서 내용은 고객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습니다.
착수금을 줄이고 성공보수를 높인다거나, 착수금을 늘리고 각종 비용을 지급하지 않겠다거나 하는 방식으로 변호사와 협상을 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소송 수임 계약서를 작성하고 체결하는 과정에서 고객의 의견을 경청하지 않는 변호사(또는 사무장)이라면, 그 변호사에게 사건을 맡기지 않는 것이 아주 바람직합니다. 고객과의 소송 계약도 대충 체결하는 변호사가 고객의 소송을 진지하게 수행할 가능성은 결코 크지 않습니다.
그리고 변호사는 1심 따로, 2심 따로, 3심 따로 계약하여 별도로 돈을 받습니다. 그리고 1심에서 이겨서 성공보수를 받았다가, 2심에서 뒤집혀서 졌다고 하여 성공보수금을 되돌려주지도 않습니다. 1심, 2심, 3심 모두 따로 계약하는 것이기 때문에 가능한 논리입니다.
변호사 소송계약은 어려운 민법 용어로 "위임계약"이라고 합니다. 핵심은 '고객이 변호사에게 소송 수행에 관한 모든 권한을 준다'는 것입니다. 고객이 변호사에게 소송 수행 사무를 위탁하는 계약을 하기 때문에 표면적으로는 변호사에게 모든 권한이 있습니다. 고객의 유일한 권한은 소송계약을 해지하는 것뿐입니다(일방적 해지일 경우, 지급한 돈은 환불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소송을 한다는 것'은 나의 예상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이 필요하면서도, 훨씬 더 적은 권한만 갖게 됩니다. 패소 판결을 내린 판사보다 내 마음을 몰라준 변호사가 더 밉다는 말이 가끔씩 나오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민낯 2] 대부분의 민사소송은 변호사도 끝날 때까지 승소를 감히 예상할 수 없습니다.
제가 수행한 소송 경험에 비추어 보면, 민사소송은 "럭비공"입니다. 단 하나의 사건도 쉽게 결과를 예측하기는 어려웠습니다. 대부분의 민사소송은 그렇습니다. 아무도 그 결과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무조건 이길 수 있다!", "반드시 이겨드리겠다!"라고 얘기하는 변호사의 말은 거짓말일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왜냐면, 그렇게 말하는 변호사도 사실 결과를 예측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무조건 이길 수 있다!"라는 말의 숨은 뜻은 "착수금 550만원을 반드시 나에게 달라!"는 것입니다(중요! ★★★★★).
"확실한 판례가 있다."는 말도 사실 믿을 수 없습니다.10년 이상 변호사 생활을 하면서 느낀 점은 '판례'를 보는 시각이 법조인마다 모두 다르다는 것입니다. 판례를 바라보는 시각, 판례와 고객의 상황이 유사한지 보는 시각이 모두 다릅니다. 확실하고 유사한 판례가 있다면, 아주 조금 더 유리할 수 있다는 것이지, 천군만마나 필살기를 얻었다고 볼 수 없습니다.
판례는 '보고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판례는 '요약문'에 불과합니다. 원고에게 권리가 있는지 없는지를 판단한 요약문에 불과하고, 소송의 전 과정이 수록되어 있지 않습니다. 원고과 피고가 실제로 어떤 증거를 냈는지, 그 증거에 대하여 재판부의 판단이 어떠했는지에 대하여 요약문만 판결문에 담겨있지, 조선왕조실록과 같이 세세하게 기록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비슷한 판례가 있다는 말로 "무조건 이길 수 있다!"라고 얘기하는 변호사의 말을 믿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또한 판사마다 과거 판례를 바라보는 시각이 모두 다릅니다. 그래서 판례가 있다는 것은 판사를 설득하기 위한 자료이지, 판사의 판단을 구속하는 힘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사실관계가 다르다. 그래서 원고가 주장하는 판례와 본 사안은 다르다"라는 한 마디로 유사 판례를 배척할 수 있습니다. 판사의 고유한 권한입니다.
판례보다 더 중요한 것은 "증거"입니다.
증거 없이는 소송에서 절대로 이길 수 없습니다. 절대로 돈을 받아낼 수 없습니다(중요! ★★★★★).
어떤 고객은 변호사에게 엄청난 능력을 발휘하고 재판정에서 감동적인 변론을 하여 이길 수 없는 사건을 이겨내는 스토리를 기대하기도 합니다. 현실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법치주의를 부정하는 말입니다.
원고에게 돈 받을 권리가 있는지 없는지를 판단하기 위해서 "증거"와 "법리" 두 가지가 필요합니다. 변호사는 고객 상담과정에서 개괄적인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그 팩트에 해당하는 "법리"를 짭니다.
변호사는 고객의 말을 '일단' 믿고 "돈을 빌려주는 계약"을 했기 때문에 원고에게 돈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주장할 계획입니다. 그래서 고객에게 "계약서"를 달라고 합니다. 고객은 계약서가 없다고 합니다. 그냥 대화로 현금으로 돈을 주었다고 합니다. "법리"를 뒷받침할 "증거"가 없습니다. 권리가 있다는 증거가 없습니다.
변호사는 소송을 진행하면서 끊임없이 고객을 괴롭힙니다. "증거"를 달라고 괴롭힙니다. "법리A"를 주장하기 위해서 "증거A"가 필요한데, "증거A"가 없으니 변호사도 답답합니다. 판례를 뒤져서 "법리B"를 주장하고자 "증거B"를 고객에게 요청합니다. 고객에게는 "증거B"도 없습니다. 이럴 경우에는 소송에서 이길 수 없습니다.
녹음기가 중요하고, 블랙박스가 중요하고, 바디캠이 중요하고, 녹취록이 중요한 이유입니다.빼박캔트 증거가 필요합니다. 사실 변호사라면, "법리" 구성은 어렵지 않습니다. 대부분은 "증거"로 승소, 패소가 갈립니다. "판례"처럼 "증거"를 바라보는 시각도 판사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내가 보기에는 충분한 증거인데도, 판사는 믿을 수 없고 부족하다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증거는 양적으로도 충분해야 하고, 질적으로도 충분해야 합니다. 그래야 할 만한 소송이 됩니다.
만약 소송을 맡겼는데 증거를 달라는 말을 하지 않는 변호사가 있다면 "착수금"만 노리는 나쁜 변호사입니다. 애초에 고객의 승소는 생각지도 않고, 330만원 또는 550만원 또는 770만원의 착수금만 노렸던 것입니다. "증거"로 끊임없이 고객을 괴롭히는 변호사가 사실은 좋은 변호사입니다. 고객을 귀찮게 하는 변호사가 사실 더 좋은 변호사입니다.
[민낯 3] 형사고소는 고소 이후에 엄청나게 많은 절차에 고객이 직접 개입해야 합니다.
형사사건의 피해자가 되면 "고소대리(또는 고발대리)"를 변호사에게 맡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내 친구가 돈을 갚지 않아서 사기죄로 고소하겠다고 변호사에게 고소대리를 맡기더라도, 민사소송과 달리 고객은 매우 매우 피곤할 예정입니다.
사실 형사고소는 엄청나게 엄중한 법적 조치입니다. 함부로 남용할 수 없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사람을 고소하는 것은 국가에게 형사절차를 진행하도록 요구하는 것이기 때문에, 고소인(고객)도 그 형사절차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일단 고소인도 경찰서에 출석하여 고소인 조사를 받아야 합니다. 변호사가 알아서 혼자서 할 수 없는 영역입니다. 고소인도 변호사와 함께 고소 취지를 확인하고 고소 절차를 확정하는 단계에 개입해야 합니다. 이후 경찰서에서 고소를 당한 사람도 조사를 합니다.
고소를 당한 사람의 말에도 설득력이 있다면, 고소인과 피고소인을 함께 조사합니다. '대질신문'이라고 합니다. 고소인은 자신이 고소를 한 사람과 같은 장소에서 같은 시각에 앉아 있어야 합니다. 고소인도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변호사에게 형사 고소사건을 맡긴다는 것은 고소인에게 법적인 조언을 주는 것,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 심적 안정을 제공하는 것 등의 의미가 있습니다. 변호사가 고소사건을 전적으로 담당하고 고소인은 집에서 편하게 쉴 수 있다는 얘기가 전혀 아님을 알아야 합니다.
변호사가 '민사소송'을 하면서 동시에 '형사고소'를 함께 하자고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미리 말씀드리면 세상에는 선한 변호사, 좋은 변호사가 99.99%입니다. 그런데 나쁜 변호사가 간혹 있다고 합니다. 나쁜 변호사는 "착수금" 더블(x2)에만 포커스를 둡니다. 민사소송 330만원, 형사 고소대리 330만원 따로따로 받을 수 있습니다.
더 나쁜 변호사는 증거를 스스로 수집하기 귀찮아서 그렇습니다. 형사고소를 하면 경찰 등 수사기관이 고소 사실에 대한 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증거가 수집되기도 합니다. 형사 판결문도 민사 소송에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변호사가 할 일이 확 줄어드는 측면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대신 고객님(고소인)은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아야 하는 부담이 생깁니다. 변호사는 할 일이 줄어들고, 고객은 할 일이 더 늘어납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민사소송과 함께 형사고소가 필요한 경우도 있습니다. 그리고 변호사 입장에서는 중요한 증거에 접근하기에 현실적으로 어렵거나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경우가 있습니다(가해자가 법인이거나 회사일 때는 형사 고소가 필요할 때도 있음). 그 때에는 '민사소송'을 하면서 '형사고소'를 함께 진행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전략이 되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민사소송을 위하여 형사고소가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형사고소를 남용하면 고소인이 오히려 "무고죄"로 역관광을 당할 수 있습니다. 무고죄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을 예정하고 있습니다(상당히 무거운 형사범죄임).
변호사 입장에서도 "민사소송 + 형사고소"를 동시에 한꺼번에 패키지로 제안하기는 상당히 부담스럽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변호사가 "민사소송 + 형사고소"를 함께 제안한다면, 왜 그렇게 제안하는지,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지를 확인하시고, 복수의 변호사 상담을 받으면서 그 제안의 타당성을 확인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민낯 4] 행정소송은 소송에서 이기더라도, 같은 행정처분이 다시 내려질 수 있습니다.
살다 보면 '면허취소', '영업정지', '등록말소' 등 행정처분을 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관련 처분을 취소해 버리는 '행정소송'이라는 절차가 있기는 있습니다. 그런데 행정소송은 민사소송보다 더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행정소송은 예선탈락사유가 많습니다. 예선탈락의 결과는 '각하'입니다. '각하'란 판사가 법리를 검토하지 않고, '유통기한'이 지난 소송이라고 보고 바로 폐기처리하는 것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예선탈락사유는 '90일'입니다. 행정처분 문서를 받은 날부터 90일*이 지나기 전에 행정소송 신청서(소장)를 사법부에 접수를 하여야 합니다. '90일'이 지난 신청서는 "유통기한이 지난 신청"이라 폐기처리됩니다. 절대로 검토하지 않습니다.
*행정소송법 제20조 제1항
만약 '90일'이 지났는데도 "행정소송 무조건 이길 수 있습니다!"라고 상담하는 변호사가 있다면, 그 변호사도 "착수금 770만원"만 노리는 나쁜 변호사일 가능성이 큽니다. 따라서 변호사 상담 과정에서 언제 누구가 행정처분문서를 받았는지 정확하게 얘기를 하고, 90일이 지났는지 여부를 정확하게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90일" 내에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고객은 행정처분에 어떠한 문제가 있는지 변호사로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행정절차법", "절차 위반"이라는 말이 들리면, 승소의 실익이 전혀 없을 수 있습니다.
행정처분이 법원의 판결로 취소되는 사유는 크게 "내용의 문제"와 "절차의 문제"가 있습니다.
"내용의 문제"가 있을 때에는 당초에 행정청이 법령 적용을 잘못하여 처분을 하면 안 되는 사람에게 행정처분을 한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법원의 판결로 행정처분이 취소되면, 해당 공무원은 다시 행정처분을 내릴 생각을 하지 못합니다(재처분 불가). 그렇게 했다간 징계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죠.
"절차의 문제"가 있을 때에는 법원의 판결로 과거의 행정처분이 취소되더라고, 행정청 입장에서는 "절차의 문제"를 보완하여(다시 행정절차법상 절차를 거쳐서), 과거의 행정처분과 동일한 행정처분을 다시 내릴 수 있습니다(재처분 가능). 이 지점에서 변호사의 이해관계와 고객의 이해관계가 명백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
변호사는 행정소송을 해서 승소 판결을 받아줬고, 그래서 성공보수까지 고객으로부터 받습니다. 예를 들어, 변호사는 착수금 550만원 + 성공보수 550만원을 받게 되더라도, 승소의 이유가 "절차의 문제"라고 한다면 고객은 다시 똑같은 행정처분을 곧 받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행정청 입장에서는 "절차의 문제"를 보완해서 행정처분을 거듭 내려야 하는 입장이기도 합니다(정의로운 상태를 실현하기 위한 재처분).
따라서 행정소송을 제기하기 전에 "절차의 문제"가 핵심이라면, 승소의 실익이 있기는 한지에 대하여 깊이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다. 변호사에게도 진솔하게 그리고 진지하게 물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절차를 보완하여 재처분할 가능성이 있는지 아니면 없는지 확일할 필요가 있습니다.
[결론] 민사소송도 형사고소도 행정소송도 모두 신중하게 개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1. 민사소송에서 권한은 변호사가 가지고 각종 비용은 고객이 부담합니다. 생각보다 돈이 많이 나갈 수 있습니다.
2. 형사고소는 고소인도 매우 피곤합니다. 변호사에게 모든 걸 맡길 수 없습니다. '무고죄' 리스크도 있습니다.
3. 행정소송은 '90일' 체크가 우선입니다. "절차적 문제"가 있다면 승소의 실익이 전혀 없을 수 있습니다.
4. 세상에는 선한 변호사, 좋은 변호사가 훨씬 더 많습니다. 나쁜 변호사는 아주 극히 일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