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나만 몰랐던 민법', '조변명곡', '조변살림'을 쓰고 있는 조변입니다.
민법을 공부하는 우리는 태평양 같은 민법의 바다에 떠있는 아주 작은 낚싯배 같은 존재입니다.
그래서 민법을 공부하는 것은 그 자체가 외롭고 힘들고 때로는 무료할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조금만 더 힘내시고 또 집중하여 주시면 좋겠습니다. 이번 글 소유권부터는 그래도 조금씩 익숙한 개념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방금 말씀드렸지만, 이번 글에서는 부동산 등기부 [갑구]에 기재되는 "소유권"의 내용과 한계에 대하여 살펴보겠습니다. '소유권의 내용'은 소유권의 세부기능과 상황별 기능을 말합니다. 소유권의 한계는 '소유권이라고 하여 내 마음대로 누릴 수는 없다'는 취지로, 민법과 다른 법률에 의하여 일부 제한되는 사항을 말합니다.
지난 글(↑)에서 소유권과 다른 물권(=소유권을 제한하는 물권=제한물권)의 관계를 살펴봤습니다. 즉 유식한 말로 '물권의 체계'를 살펴봤습니다. 위 글에서 소유권은 다른 물권(=제한물권)의 바탕을 깔아주는 가장 기본이 되어주는 물권이라고 이해했습니다.
우선, '소유권의 내용'을 살펴보겠습니다.
소유권은 운명공동체의 결합물입니다.
소유권의 세부기능(=세부권능)은 사용(소유자가 쓰는 것), 수익(빌려주고 사용료 받는 것), 처분(담보를 잡고 돈을 빌리거나 소유물을 팔고 매각대금을 받는 것)으로 구성됩니다. 조문에서는 사용, 수익, 처분이라고 3가지를 언급했으나, 실무적으로 처분기능을 담보대출기능과 매각대금기능으로 구분하기도 합니다.
앞에서 살펴본 삼순이의 소유권 표를 다시 보겠습니다(소유권의 내용 측면에서 약간 수정하였습니다).
소유권을 침범하는 제한물권이 설정되지 않은 깨끗한 소유권을 갖고 있으면, ①번부터 ④번까지의 소유권의 세부기능을 모두 소유자인 삼순이가 쓸 수 있습니다. ① 사용기능, ② 수익기능, ③ 처분기능 중 담보대출기능, ④ 처분기능 중 매각대금기능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③ 담보대출기능'과 '④ 매각대금기능'을 하나의 개념인 "처분기능(=처분권능)"으로 부르고 있다는 점을 꼭 기억하셔야 합니다. 특히, "처분"이라는 개념은 단순히 매각하여 돈을 받는 것과 더불어 소유물을 담보로 잡고 돈을 빌리는 것도 포함된다는 점에 유의하여야 합니다. 매우 중요합니다.
아래에서 관련 판례를 보겠습니다.
위 두 판결에서 공통적인 부분이 있습니다.
"사용, 수익권능을 대세적으로 포기하는 것
→ 처분권능만 남는 새로운 변형 소유권을 창출하는 것"
위 두 판결의 '새로운 변형 소유권'에는 사용기능(①)과 수익기능(②)은 없고 처분기능(③④)만 남아있습니다. 그런데 물권메뉴판에 따라 소유권은 규정에 있는 그대로 읽고 적용할 수 있지만, 편집하거나 수정할 수 없다고 배웠습니다. 뭔가 분리된 '새로운 변형 소유권'은 물권메뉴판(물권법정주의)에 없는 것으로 인정될 수 없습니다. 대법원도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즉, 소유권의 세부기능인 사용(①)+수익(②)+처분(③④)은 절대로 분리될 수 없습니다(★★). 아래 그림으로 정리하겠습니다.
소유권은 피자 한 판과 같습니다. 소유권 피자에서 "도우"는 절대로 빠질 수 없는 필수 요소입니다. "도우"는 밀가루, 설탕, 소금 등으로 구성되며, 아래와 같이 소유권의 세부기능을 대입할 수 있습니다.
밀가루 = '사용권능(①)'
설탕 = '수익권능(②)'
소금 = '처분권능(③④)'으로 보면,
이들은 하나의 "도우"로 결합하여(★★★), 소유권 피자의 일부분이 됩니다.
밀가루(사용①), 설탕(수익②), 소금(처분③④)은 결코 분리될 수 없고, "도우"로 결합된 상태로 소유권 피자를 구성한다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소유권은 운명공동체의 결합물(사용①+수익②+처분③④)입니다. 이것이 소유권의 내용입니다.
↑법률상식으로 신규 추가해 주시면 되겠습니다.
토지소유권은 3차원입니다. 높이와 깊이가 있습니다. 2차원이 아닙니다.
토지를 소유하는 권리, 즉 '토지소유권'은 얼핏 2차원적인 권리로 보기 쉽습니다. 그러나 민법 제212조에서 '토지소유권'은 정당한 이익이 있는 범위 내에서(위↑아래↓위↑위↑아래↓♬) 소유권이 있습니다. 즉 '토지소유권'은 3차원적 권리입니다.
문제는 '정당한 이익이 있는 범위'인데, 결론은 케바케 CBC입니다(★★★). 사법부의 판사가 Case By Case, 개별 사안마다 소유권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소유권을 침해하는 것이 있는지를 판단하게 됩니다. 위 ①번 판례의 내용입니다. 사법부의 판단을 받아야 하므로, 그전까지 답답하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그것이 대법원(사법부)의 입장입니다.
위 ②번 판례는 토지 상공에 소유자의 허락받지 않은 송전탑이 있는 경우, 그 송전탑은 토지 소유권을 침해한다는 취지입니다. 위 ③번 판례는 토지 지하에 소유자의 허락받지 않은 송유관이 있는 경우, 그 송유관은 토지 소유권의 정당한 범위를 침해한다는 취지입니다. 이것도 대법원(사법부)의 입장입니다.
중요한 것은 '토지소유권'은 3차원이라는 것입니다(★★★).
건물을 소유하기 위해서는 토지에 대한 적법한 권리 확보가 필요합니다.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토지에 건물을 건축하는 것은 '건축법'상 건축허가를 받거나 건축신고를 하면 됩니다. 행정절차를 잘 밟으면 민사적으로 특별히 문제가 되는 것은 없습니다. 그런데 다른 사람의 토지 위에 건물을 건축하기 위해서는 그 토지를 적법하게 사용할 수 있는 권리가 필요합니다.
가장 확실한 것은 그 토지를 사서 소유권을 확보하는 것입니다. 아니면 토지 소유자에게 돈을 주면서 소유권을 제한하는 물권(=제한물권) 중에서 '지상권' 설정하는 계약을 체결할 수 있습니다. 이외에도 토지 소유자와 '토지에 대한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여 토지를 사용할 권리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만약, 토지소유자 몰래 누군가가 건물을 지어버리면 어떻게 될까요?
토지소유자 몰래 지어버린 건물의 소유권도 건물을 지은 사람에게 속하게 됩니다. '건물'은 건물대로의 법적 가치를 인정받지만 동시에 건물이 서 있는 토지의 소유권을 침해하고 있습니다. 건물 자체는 적법하다고 하더라도, 토지에 대해서는 위법인 상태가 계속 유지되는 것이죠(잠깐 위법하고 마는 것이 아닙니다★).
토지소유자는 민법 제214조에 따라 '소유물방해제거'라는 권리쿠폰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토지소유자는 건물소유자에게 민법 제214조에 따라 '소유물방해제거'를 요구할 수 있습니다. '소유물방해제거'의 목적은 해당 건물의 철거와 토지의 인도(반환)를 건물소유자에게 요구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건물소유자가 이러한 요구를 무시하면, 토지소유자는 건물소유자를 상대로 '민사소송 + 강제집행' 절차에 돌입할 수 있습니다.
조금 어려운 내용이지만, 민법 제213조와 제214조의 권리를 어려운 말로 "물권적 청구권"이라고 부릅니다. 소유권에 근거하여 소유권을 방해하는(또는 방해할) 사람에게 그러지 말 것을 요구하는 권리입니다.
물권과 물권적 청구권은 다르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물권은 등기할 수 있지만, 물권적 청구권은 등기할 수 없고 소송을 통해 권리를 확인받고 강제집행할 수 있습니다.
물권은 이 세상 모두에게 유효한 권리(=대세적 권리)이지만, 물권적 청구권은 소유권을 방해하는(또는 방해할) 사람에게만 유효한 권리(=대인적 권리, 채권과 같은 권리)입니다.
즉 나를 괴롭히는 사람, 나의 소유권을 방해하는 사람에게만 '정의를 구현'하는 그런 선택적 권리입니다.
※ 물권과 채권의 구분에 관한 이전 글은 아래를 참고하세요.
※ 건물의 구분소유에 대한 내용은 심화편 '우리 모두의 민법'에서 살펴보겠습니다.
이제, '소유권의 한계'를 간단히 살펴보겠습니다.
상린관계(相鄰關係)라는 말을 들어본 적 있습니까? 소유권의 한계에 관한 법리입니다.
'나만 몰랐던 민법'을 시작하는 글로 우리 민법의 진짜 나이를 살펴봤습니다. 여기서 민법이 어려운 이유를 함께 살펴봤습니다. 아래 그림으로 잠깐 복습하겠습니다.
우리 민법의 뿌리는 프랑스민법과 독일민법에 있는데, "일본민법"이라는 중간 매개체를 거쳤습니다. 한글로 표현되는 대부분의 용어는 "일본민법"과 "일본민법학"에서 사용하는 한자를 그대로 가져온 것이 많습니다. 매우 아쉽고 안타까운 부분입니다. 우리 민법의 주요 용어가 일본의 용어와 같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용어가 "상린관계(相鄰關係)"입니다. 독자님과 작가님께서는 살면서 "상린相鄰"이라는 용어를 들어본 적이 있습니까? 음절도 뜻도 매우 낯선 개념입니다. 그런데 이 "상린관계"가 소유권의 한계에 관한 법리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래서 알아야 합니다.
국어사전에서는 "상린관계"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습니다.
상린관계(相鄰關係): 명사. 인접하는 부동산의 소유자가 그 부동산을 원만하고 안전하게 이용하기 위하여 상호 부동산의 이용을 조정하는 관계 (출처: 우리말샘)
그리고 제가 이해하고 있는 "상린관계"는 다음과 같습니다.
[조건] 두 소유권이 붙어 있을 때, 각각의 소유권을 행사(사용, 수익, 처분)하는 과정에서 "욕심"을 부리게 되면, 다른 소유권과 충돌할 수 있습니다. 소유자의 "욕심"은 다른 소유자에게 "불이익"으로 연결될 수 있습니다. A 소유권과 B 소유권이 충돌하는 상황을 의미합니다.
[결론] 두 소유자가 "적당히 참고 양보하면서 사이좋게 지내라"가 결론입니다. "대한민국" 국민의 사고방식으로는 이해하기가 어렵습니다. 머리로 이해할 수는 있어도, 마음으로 이해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적당히 참고 양보하면서 사이좋게 지내야 합니다. WHY?? 민법 규정에 떡하니 있기 때문입니다.
민법 제217조는, 다른 소유자가 나에게 고통(매연, 열기체, 액체, 음향, 진동, 악취 등)을 준다면, 나는 그 고통을 중단하여 달라고 요구할 수 있지만, 그 고통이 통상의 용도로 발생하는 것이라면 나는 그 고통을 참아야 할 법적인 의무도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통상의 용도"가 불확정 개념이라는 것입니다. 참을 의무가 발생하는 "통상의 용도"에 대한 판단은 케바케, Case by Case입니다. 개별적인 사안마다 사법부의 판단을 받아야 확실히 알 수 있습니다. 고통받는 내가 참아야 할 기준과 고통을 주는 사람이 중단해야 하는 기준이 일치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층간소음"이 가장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위층은 사뿐사뿐 걸을 뿐인데, 아래층은 시끄러워 난리가 납니다. "층간소음"도 현대의 대표적인 상린관계 문제인데, 법적으로 최적의 해결방법을 도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정치"와 "입법"의 영역입니다. 민법 제217조를 어떻게 더 합리적으로 개정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는 "정치"로 국민의 의사를 확인하고 "입법"의 절차로 수정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민법을 공부하는 입장에서는 상린관계(=소유권의 충돌) 제217조의 내용과 특징을 기억해야 합니다(★★★).
상린관계의 나머지 조문 중 일부를 아래에서 보여드리니 가볍게 쓱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각 조문마다 어떠한 느낌으로 소유권의 제한이 발생하는지, 그 느낌을 기억해 두시면 됩니다. 대부분 역사적인 의미가 크고, 현실에서 언급되는 경우는 드뭅니다.
민법의 상린관계(=소유권의 충돌) 외에도 다른 법률에 의하여 소유권이 제한되고 한계가 설정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대한민국헌법 제23조에서 "법률"로 재산권의 내용과 한계를 정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법률이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토지보상법)*입니다.
*토지보상법에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토지소유권을 강제로 수용하고 돈으로 보상하는 제도가 있음
대한민국헌법
제23조 ①모든 국민의 재산권은 보장된다. 그 내용과 한계는 법률로 정한다.
②재산권의 행사는 공공복리에 적합하도록 하여야 한다.
③공공필요에 의한 재산권의 수용ㆍ사용 또는 제한 및 그에 대한 보상은 법률로써 하되, 정당한 보상을 지급하여야 한다.
이번 글에서는 민법 외에 다른 법률로도 소유권이 제한될 수 있다는 점만 이해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대표적인 소유권의 제한 법리인 상린관계(=소유권의 충돌)에 관한 설명은 여기까지입니다.
드디어!!! 길고 긴 "소유권"에 대한 설명을 마치는 순간입니다.
독자님과 작가님께서는 이번 글도 결코 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매번 쉽게 설명해 드리려고 많이 고민하지만, 여전히 저 스스로의 한계를 느낍니다. 죄송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위 그림으로 정리된 내용만이라도 잘 이해하시면, 민법 지식이 업그레이드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번 글도 읽어 주시느라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짝짝짝!
'나만 몰랐던 민법' 전체 보기 링크
https://brunch.co.kr/brunchbook/civil-la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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