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양균의 코드블랙 Dec 07. 2024

비상계엄 트라우마

분쟁과 정신건강(1)

 

내년부터 저는 분쟁 상황에서의 정신건강 문제를 다뤄보자는 기획을 하고 있었습니다. 첫 시작 지역은 전혀 의도하지 않았지만 바로 한국입니다.      


숨가뿐 며칠이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2024년 12월 3일 심야를 기해 기습적으로 선포한 비상계엄 후폭풍이 여의도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전역으로 확산하고 있습니다.


비상계엄 선포와, 이후 국회 본회의에서 계엄 해제 결의 통과, 다시 윤 대통령의 계엄 해제 발표에 이르기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6시간. 하지만 44년 만의 비상계엄 선포에 전 세계는 경악했습니다.      


4일 아침, 밤사이 벌어진 사건으로 출근길은 더 피곤하고 심란하고 불안했습니다. 전 편집국에 들어서자마자 곧장 평소 친분이 있었던 정신과 교수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12대의 특전사 헬기가 국회에 날아들고, 무장한 군인들이 본청 유리창을 부수고 난입하는 모습이 뉴스와 SNS를 통해 실시간으로 생중계됐습니다. 이를 접한 다수 국민의 트라우마(trauma) 가능성을 그에게 묻고 싶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로부터 정신의학 관점에서 이번 사태의 분석을 글을 수 있었습니다.


그는 이번 사태에 대해 과거 군사 쿠데타를 직접 경험한 국민뿐만 아니라 경험은 하지 않아도 ‘서울의봄’ 등 관련 영화를 접한 MZ세대들에까지 상당한 충격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봤습니다.  


과거 군사정권을 직접 경험한 바 있는 기성세대는 오랜 트라우마가 되살아나는 경험을 했을 겁니다. 직접 경험하지 않은 사람들도 군대가 국회를 유린하는 모습에 경악해 강렬한 불안과 걱정을 느꼈을 겁니다


설명처럼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6시간 만에 끝났지만, 과거 민주화 과정에서 군사정권의 민주주의 유린을 겪은 국민의 오랜 상처를 자극했습니다. 교수는 말했습니다.


“재해 및 재난과 같은 상황이 벌어진 만큼 향후 국민의 정신건강에 어떤 여파가 있을지 두고 봐야 할 겁니다. 비상계엄은 어떤 증후도 없었고, 국회에서 정부 당국자들이 계엄 가능성을 일축했던 상황이었습니다. 한밤중에 갑작스럽게 비상계엄이 선포된 것을 목도한 다수 국민은 당황스러움과 불안을, 일부는 트라우마로 인해 잠을 자지 못했을 거예요. 지금은 계엄이 해제됐고, 재발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전망에도 계엄 선포가 대통령 독단으로 이뤄진 점을 감안하면 대중의 불안은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겁니다.”


트라우마의 해소는 ‘내가 안전하다’라고 안심할 때라야 가능합니다.  


“트라우마 관리의 기본 원칙을 적용하면, 가령 범죄 피해자의 경우 범인이 연행돼 수용되고, 수사와 처벌로 같은 범죄가 내게 재발하지 않을 상황이 될 때 대단한 위안을 경험하게 되죠. 그렇지만 비상계엄의 주도자가 존속하는 한 대중의 공포와 불안은 가라앉기 어렵습니다.”       


트라우마는 실제적이거나 위협적인 죽음, 심각한 질병이나 자신과 타인의 신체적 위협이 되는 사건을 경험하거나 목격한 후 겪는 심리적 외상입니다. 스트레스를 넘어 안전과 생명에 위협이 될 만한 사건을 겪었을 때 트라우마가 발생합니다. 트라우마가 생기면 극도의 긴장 상태를 유지하게 되면서 피곤함, 두통, 소화불량, 식욕부진, 손발 저림, 불안, 걱정, 원망, 분노, 슬픔 등을 겪게 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