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양균의 코드블랙 Jan 02. 2020

엄마를 사랑하면서  왜 때려요?


제13회 여성인권영화제 상영작 ‘마티아스’에서 로라는 남편 파비앙의 상습적인 구타에 시달린다. 처참한 그녀의 삶에서 위안이란 자녀 마티아스뿐이다. 남편의 폭력을 피해 그녀는 법원에 접근금지를 신청하려하고, 집을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치지만 번번이 남편에게 막히고 만다. 영화는 가정폭력이 여성에게 어떤 고통을 안겨주는지, 그 고통이 자녀들에게 어떻게 전해지는지를 리얼하게 묘사한다.




가정폭력의 폐해란 이루 말 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가정의 해체, 여성과 아동에게 씻지 못할 상흔뿐만 아니라, 소중한 생명의 스러짐을 유발하기도 한다. 강력 범죄로 이어지는 가정폭력 문제에 대해 우리 사법당국은 어째서인지 제대로 된 처벌을 주저하고 있다.


현재 가정폭력에 대한 법은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가정폭력처벌법’)과  ‘가정폭력 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가정폭력방지법)’이다. ‘가정폭력처벌법’은 지난 1997년 제정된 이래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영화 '마티아스' 티저. 사진=여성인권영화제 누리집 갈무리


지난 2017년 발생한 ‘강서구 전처 살해 사건’ 이후 가정폭력 피해자 보호에 법이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비판이 높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그해 11월 소관부처인 여성가족부를 비롯해 법무부, 행정안전부, 경찰청 등은 가정폭력 대응 강화를 위한 대책을 발표했다.  


경찰의 가정폭력범죄에 대한 검거·조치 통계를 잠깐 살펴보자. 검거인원에 비해 구속된 가해자의 비율은 2010년부터 2012년까지 약 0.7%, 2013년부터 2015년까지는 1.3~1.4% 정도로 소폭 증가했다. 그랬던 것이 다시 2016년, 2017년 0.8~0.9% 정도로 다시 감소했다.


이후에는 검찰과 법원의 몫이다. 검찰이 취할 수 있는 조치는 ‘가정폭력처벌법’에 따라 임시조치의 청구, 가정보호사건으로의 처리, 상담조건부 기소유예 등이 있다. 특히 법원은 임시조치의 결정, 불처분 결정, 보호처분 결정, 피해자보호명령 등을 내릴 수 있다.



외국은 어떨까?


미국과 영국은 가정폭력법원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이들 나라는 가정폭력범죄를 일반 재판절차와 구별한다. 가정폭력에 대한 전문적 교육을 받은 판사·검사·보호관찰관 등이 참여해 가정폭력범죄의 초기부터 개입하고, 재판 이후에도 피해자 지원을 돕는다. 한마디로 가정폭력 피해자에게 원스톱 서비스를 법률적으로 지원하고 있다는 말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가정폭력에 전문화된 사법시스템이 없다보니 원스톱 법률 서비스는커녕 가해자 처벌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때문에 여성계와 법조계에서는 가정폭력 관련 각종 법적 분쟁을 보다 통합적 해결할 수 있는 사법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계속 요구해왔다.


현직 법조계 인사는 가정폭력범죄에 대한 사법시스템 구축 필요성을 묻는 내게 공감을 표했다.  


"당장 외국의 가정폭력전담법원 도입은 어렵지만, 가정법원 안에 가정보호재판부를 설치할 수는 있어요. 가정폭력에 대한 전문적 지식을 가진 법관이 사건을 다뤄야 한다는 것은 너무 당연한 요구죠."


다시 영화로 돌아간다. 엄마를 때리는 아빠에게 마티아스가 던지는 질문. 그 천진난만하지만 아프게 현실을 꼬집는 말은 우리나라에도 해당된다.  


아빠는 엄마를 사랑하면서 왜 때려요?



이전 12화 노동: 활기찬데 지쳐보이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