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을 활용한 글쓰기-(5)
민수는 학교에서 늘 무시당하는 학생이었다. 왜소한 체격에 기가 약해 보이는 모습 때문에 아이들에게서 "찐따"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를 가장 괴롭히는 건 학교 일진인 진욱이었다. 진욱과 그의 패거리는 민수를 끊임없이 괴롭혔다. 가방을 숨기고, 급식 줄에서 밀치고, 교실에서는 책상에 낙서를 남겼다. 민수는 그저 이 모든 것을 견디며 하루하루를 버텼다.
그 날도 어김없이 진욱 패거리에게 얻어맞고 집으로 돌아온 날이었다. 거실 TV에서는 천재적인 태권도 국가대표인 김무석 선수가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생을 마감했다는 뉴스속보가 나오고 있었다.
그는 힘없이 침대에 누워 억울함에 눈물을 흘렸다.
"왜 하필 나야... 왜 나만 이런 취급을 받아야 하지? 나도 김무석 선수같은 힘이 있었으면 이렇게 비참하게 살 필요가 있을까?"
그때, 번쩍하는 소리가 나더니 민수의 몸이 갑작스럽게 무거워졌다. 의식이 흐려지던 순간, 그는 낯선 목소리를 들었다.
“내 이름은 김무석이야. 하늘로 올라가던 중에 내 이름이 들려서 말이지. 며칠만 네 몸 좀 빌리자. 이대로 올라가기엔 억울해서 말이야”
민수는 분명히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던 무석이 왜 자신 속에서 말하는지 영문을 몰랐지만 갑자기 무거워진 기운에 까무룩, 기절하고 말았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눈을 뜬 민수는 자신이 달라졌음을 바로 알아차렸다. 몸은 그대로였지만, 어딘가 단단한 기운이 느껴졌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의 머릿속에는 완전히 새로운 기억과 감각이 자리 잡고 있었다. 마치 평생 싸움을 훈련받은 사람처럼 손과 발이 가벼웠다. 거울을 본 민수는 자신의 평범한 얼굴을 확인했지만, 거기엔 강렬한 눈빛이 깃들어 있었다.
"이 몸으로는 좀 불편하겠군. 하지만 충분히 할 수 있겠어." 민수의 입에서 나온 목소리는 더 이상 평소의 민수가 아니었다. 그는 무석이었다.
학교에 도착한 민수는 평소와 다르게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에 신경 쓰지 않았다. 교문을 지나던 진욱과 패거리들이 그를 발견하자 여느 때처럼 조롱하기 시작했다.
"야, 찐따 왔다. 오늘도 맞을 준비됐냐?" 진욱이 민수를 향해 손가락을 튕겼다.
하지만 민수는 그 말을 듣고도 미소를 지었다. 그는 천천히 진욱에게 다가갔다. 평소 같았으면 벌벌 떨며 도망갔을 민수가 당당히 걸어오는 모습에 진욱은 당황했다.
"뭐야, 너. 왜 웃어?" 진욱이 묻자, 민수는 가볍게 대답했다.
"오늘은 좀 다를 거야. 나도 너희랑 놀아줄 준비가 됐거든."
진욱은 코웃음을 치며 민수를 밀쳤다. 그러나 그 순간, 민수의 몸이 번개처럼 움직였다. 진욱의 손목을 단단히 잡아 비틀고, 그대로 땅에 내리꽂았다. 진욱이 비명을 지르는 사이, 민수는 냉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너희가 늘 하던 거, 내가 오늘 다 돌려줄게."
진욱의 패거리들은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채 민수를 둘러쌌다. "야, 이 자식 뭐야? 평소에 빌빌거리던 걔가 아닌데?" 한 명이 외쳤다. 하지만 민수는 말 대신 행동으로 답했다.
한 명이 주먹을 휘두르자 민수는 몸을 살짝 틀며 피했다. 이어지는 동작은 놀라웠다. 민수의 발이 상대의 무릎을 가격했고, 그가 쓰러지자 팔을 꺾어 제압했다. 또 다른 패거리가 뒤에서 달려들자 민수는 뒤돌아 보지도 않고 손을 뻗어 그의 멱살을 잡아 바닥으로 내리쳤다.
순식간에 진욱의 패거리 대부분이 쓰러졌다. 민수는 그들 사이에 우뚝 서 있었다. 평소와 다르게, 그 눈빛에는 망설임도 두려움도 없었다.
마지막으로 남은 진욱은 몸을 부들부들 떨며 뒤로 물러섰다.
"야, 너… 대체 뭐가 된 거야? 넌 그냥 찐따 아니었어?"
민수는 천천히 진욱에게 다가갔다. 그의 입에서 나온 목소리는 더 이상 평소의 민수가 아니었다. "찐따? 글쎄, 네가 잘못 본 것 같아. 오늘부터는 내가 누군지 똑똑히 알려줄게."
진욱은 무언가를 외치며 민수를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그러나 민수는 그의 동작을 손쉽게 피하고 진욱의 복부를 강하게 가격했다. 진욱은 그 자리에서 주저앉았다. 민수는 그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다시는 나나 다른 애들을 건드리지 마. 그렇지 않으면, 오늘은 가볍게 끝낸 거라는 걸 기억해."
진욱은 겁에 질려 고개를 끄덕였다. 민수는 몸을 돌려 천천히 교실로 향했다. 교실 문을 여는 그의 모습은 더 이상 예전의 민수가 아니었다. 그의 등 뒤에서 조용히 외치는 진욱의 목소리가 들렸다.
"네가 대체 뭔데…"
그날 저녁, 민수는 학교에서 돌아와 자신의 방에 누웠다. 그는 학교에서 벌어진 일이 마치 꿈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그의 머릿속에는 무석의 목소리가 또렷하게 들렸다.
"이제 네가 할 수 있는 방법을 보여줬다. 나머지는 네 몫이다. 더는 도망치지 마라."
그 말을 끝으로 민수의 몸은 다시 가벼워졌다. 거울을 본 민수는 예전의 왜소한 자신으로 돌아왔음을 알았다. 하지만 그의 눈빛만큼은 변하지 않았다. 민수는 거울을 보며 미소 지었다.
"고마워, 무석이 형. 이제 나도 스스로 바뀔 수 있을 것 같아."
그날 이후 민수는 더 이상 자신을 찐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는 학교에서도, 삶에서도 더 이상 도망치지 않기로 결심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