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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하든 시간을 들여서 제대로 하자

가성비와 멀어지기

by 눈썹달 Jan 30. 2025


빠른 변화의 시대, 효율을 추구하는 것이 당연한 시대에서 역설적으로 우리가 추구해야 할 것은 비효율에 가까운 것들이라는 생각을 요즘 많이 하게 된다.



최근 출근길에 들었던 '요즘사'(요즘 것들의 사생활) 팟캐스트에서 유튜브 채널 '겨울서점'을 운영하고 있는 김겨울 작가와의 인터뷰 내용에서도 가성비를 추구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다.(아래는 일부 팟캐스트 내용에 내 생각을 더해서 쓴다.)



우리가 좋은 관계를 만들고 유지하려 하거나 혹은 어떤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할 때 그만큼 마음과 시간을 들여야 하듯, 무언가를 해서 얻게 되는 것은 당연히 그것에 들인 시간의 양에 비례할 수밖에 없다.



인간을 변화시킬 수 있는 유일한 길은 '경험'하는 것인데, 모든 것을 다 경험해 볼 수 없기에 우리는 책이나 영화, 드라마 같은 콘텐츠를 통해 간접경험을 시도한다. 이때 가성비를 찾으며 빠르게 흡수하려 하면 우리가 흔히 느끼는 '읽고도/보고도 기억나지 않는' 결과를 맞이하게 된다.



반면 기억하려 애쓰지 않아도 내가 시간을 들여서 직접 천천히 읽으며 질문을 던지고 생각하고 메모하며 책을 읽는다면, 책의 전부는 아니어도 내 머리에 단 몇 문장이라도 남게 된다. 이 또한 시간이 지나면 금방 휘발되기에 밑줄을 긋고, 독서기록으로 남기는 행위까지 이어지는 것이라 생각한다. 더 나아가서는 재독 하거나, 함께 읽거나, 혹은 인생책으로 소장하며 특정 시기가 올 때마다 방어막처럼 읽는 것으로 인생 속 루틴이 되기도 한다.



영화나 드라마도 요약본이 아니라 직접 집중해서 보고, 좋으면 두 번 세 번도 보면서 이야기의 맥락을 따라 인물의 감정을 함께 느끼다 보면 내가 사는 인생에 공명 시킬 수 있는 요소를 발견할 수 있다. 그렇게 내 하루를 이전과는 조금 다른 마음과 실천으로 살아갈 수 있다면 아주 훌륭한 간접 경험이 되어준다.






흘러가는 시간을 아까워하며 무엇이든 시간적으로 가성비 있게 사는 것이 효율적일 것 같지만, 내게 얼마나 의미 있게 축적되느냐를 생각하면 가성비라는 건 오히려 시간을 낭비하는 비효율의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말에 동의한다. (물론 아닌 일들도 있겠지만)



마흔 중반, 아직 아이들 키우며 먹고살기 바쁜 워킹맘인 나에게 가성비는 일견 삶의 필수 요소일 수 있다. 하지만 내가 어떤 삶을 추구하느냐에 따라 삶에서 차지하는 가성비의 비중을 조절해야 함을 느낀다. 정말 실용적인 관점의 접근이 필요할 때는 가성비를 추구하되, 내 안의 깊이와 나의 미래, 나의 인생 전반을 걸쳐해나가고 싶은 어떤 일에 대해서는 가성비가 오히려 조급함을 불러오고 독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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