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단을 올랐다

by 눈썹달

직장에서 측은한 나 자신을 매일 견디며 산다.

몸은 힘들지 않은데 마음이 힘들다.


누구도 뭐라 하지 않는데,

모두가 나에게 뭐라 하는 것만 같다.

위에서는 자꾸 통제하려 하고,

아래에서는 침묵과 무심한 시선이 감돈다.

그 사이 어딘가를 헤매고 있는 기분이다.


관리자의 직책을 달고 실무자에 머물러 있는 나를 마주할 때마다

숨고 싶다.


그걸 알면 이겨낼 수 있게 노력하면 되지 않느냐.

맞다. 누구보다 잘 안다. 그런데 잘 안된다... 그게.

생각은 많고, 방법은 모르겠다.


외롭기도 한 것 같다.

업무 특성상 직장 내에서 친해지면 일이 어려워졌고,

긴 말을 섞으면 이내 마음이 불편해졌다.

자연스레 안전거리를 두었는데, 그 안전거리를 이해하면서

보듬어주던 이들은 모두 회사를 떠났다.




너무 쪼그라들어서 뭐라도 해야지 안 되겠다 싶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내려가 계단을 걸어 오르기 시작했다. 15층까지.

층수는 외면한 채, 일정한 속도로 한단 한단 밟아 올라갔다.

한 번으로는 부족했다. 다시 내려갔다 두 번째 걸어 올랐다.


계단을 밟으면서 나도 모르게 오기가 발동했다.

스스로가 만든 약한 마음에 지고 싶지 않았다.

계단을 밟으면서 힘들었던 마음도 꾹꾹 밟았다.

몸에서 나는 열기로 쪼그라들었던 마음이 다림질되는 것 같았다.


건강한 육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고 했던가.

모든 것의 바탕은 체력이라는 장그래의 스승님 말씀이 떠오른다.

감정에 쉽사리 동요되는 것도 체력이 부족한 탓인지도 모르겠다.


좋지 못한 감정에 한없이 빨려 들어갈 때는 몸을 써보자.

육체가 정신을 지배한다는 말을 실감할 것이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