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것에 포커스를 맞춰보자

하지 못한 일들에 마음 뺏기지 않기

by 눈썹달

하루, 한 달, 1년을 살면서 수시로 목표하고 계획하고 실천하려 노력한다.

작심삼일 일지라도, 새해에만 야심차고 말지라도 목표와 계획대로 나아가는 것을 통해 삶의 발전을 이루고자 하는 기본 욕구가 있다.


나는 그런 마음을 참 많이, 자주 갖는 편이다. 여태 그렇게 산 적 없는 내가 갑자기 다른 사람이 될 수 있을 것 같은 날이 있다. 특히 어떤 굴욕적인 일을 겪은 날이면, 오늘의 이 마음으로 분명 달라질 수 있다고 믿으며 수치심을 씻고 새로 태어날 나를 상상한다. 절치부심의 자세가 되어,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할지 속사포처럼 계획한다. 의지와 각오가 콘크리트처럼 단단해지는 기분이다.


그러나 이내 망각의 동물로 돌아가고 만다. 불과 며칠 만에 화르르 타오르던 의지가 냄비처럼 식어버린다. 콘크리트는커녕 어제 쌓였던 눈이 오늘의 햇살에 녹아내리 듯,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다시 이전의 내 모습으로 돌아와 그대로 살아간다. 이런 과정을 반복하면서 알게 모르게 피어난 독버섯 같은 패배감은 일상에서 내가 한 것과 하지 못한 것 중 후자에 더 민감하게 만든다.



작은 습관 형성에 힘을 쓰고 있는 요즘, 해빗 트래커를 쓰기 시작했고 2주가 되었다. 현재까지는 실패했다. 초반부터 해빗 항목을 너무 많이 늘어놓은 까닭에 한 것보다 하지 않은 게 훨씬 많을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들어버린 것이다. 그래 놓고 이거 못했네. 저것도 못했구나... 왜 못했지? 그때 했어야 했는데 하며 하지 못한 것들에 더 신경을 썼다.


하루 5가지가 있었다면 2개는 했고 3개는 못했던 나의 하루. 그래도 2개는 했는데, 그건 보이지 않고 못한 3개만 눈에 밟힌다. 오늘 내가 한 일 보다 하지 못한 일을 더 쳐다보며 아쉬워한다. 계획대로, 다짐대로 다 하지 못한 나를 무의식에서 부족한 사람 취급한다. 주어진 시간 속에서 뭔가 많은 일을 해야 한다는, 그렇게 해야만 제대로 했다고 여기는 버릇은 스스로를 더 지치게 만든다. 아무것도 안 하지 않았음에도 오늘은 한 게 별로 없네... 하고 생각하면 기분이 쳐진다.



이제는 그러지 않기로 한다. 오늘 내가 생각한 것 중 하나라도 했다면, 그걸 더 많이 생각하고 아껴주자.

작은 것부터 조금씩, 자주 이기게 만드는 프레임 세팅이 필요하다. 무리하지 않아도 아주 쉽게 할 수 있는 것을 위주로, 그저 조금 신경 써서 하루를 보냈을 뿐인데 대부분 해낸 날들이 될 수 있도록 계획을 적당히 잔잔하게 구성하는 것이다.


그다음은 마음 세팅이다. 오늘 이만큼이라도 했으니까 괜찮다. 내일은 한 가지만 더 해볼까? 한 스푼씩만 추가해 보는 거야. 상황이 좋아서 두 스푼 추가할 수 있으면 더 좋고. 달팽이 걸음을 걸어도 방향을 잃지 않고 계속 걸어간다면 언젠가는 목표한 곳에 도달한다. 빨리 나아가기만 바라지 말고 느린 나도 아껴가며 보듬으며 나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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