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그래도 우리는 소중한 존재니까

사회초년생이 사회초년생에게

by mz교사 나른이

직장인이 된 지 어느덧 4년째.

돌아보면 참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나는 누군가에게 조언하기엔 부족한 사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사회라는 낯선 바다에 처음 발을 디뎠을 때의 그 막막함을, 지금도 어딘가에서 겪고 있을 누군가에게 건네고 싶은 말이 있어서다.

학교라는 보호막 아래 있던 내가 처음 마주한 사회는 생각보다 훨씬 차가웠다.

그동안은 부당한 일을 겪으면 선생님이든, 교칙이든, 어떤 식으로든 손 내밀어 줄 수 있는 구조가 있었다.

하지만 사회는, 특히 직장은 그런 공간이 아니었다.

처음엔 마치 보호 장비 하나 없이 거센 파도 속으로 뛰어든 기분이었다.

일이 힘든 것도 힘들었지만, 정작 더 벅찼던 건 ‘일 외의 것들’이었다.

사람 사이의 거리, 보이지 않는 기준들, 공정하지 않은 순간들…

그래도 그 속에서 나름대로 부딪히고 깨지며 배운 것들을, 조심스럽게 적어본다.



1. 남들이 요령 피워도, 나는 나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

한때 나도 그런 생각을 했다.

“저 사람은 저렇게 하는데, 왜 나는 굳이 힘들게 해야 하지?”

나도 요령껏 해보려 했던 순간이 있었다.

하지만 곧 깨달았다.

‘나만은 지켜야 할 선이 있다’는 걸.

위험한 선택은 결국 내게 돌아온다. 누군가를 따라했다는 변명은 아무런 힘이 없다.

특히 사회 초년생, 어린 나이일수록 더 그렇다.

한 번 실수하면 ‘괘씸죄’까지 더해지는 걸 경험으로 배웠다.

조금 돌아가더라도, 더디더라도 내 원칙을 지키는 게 결국 나를 지키는 길이었다.



2. 소문과 뒷말을 전하는 사람, 그 사람을 조심해라.

“누가 너에 대해 이렇다더라.”

“그 사람에겐 이런 소문이 있어.”

직장에서도 꼭 이런 이야기를 전해주는 사람이 있다.

처음엔 걱정돼서 말해주는 건가 싶지만,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된다.

그런 말을 전하는 사람이야말로 소문을 키우고, 분위기를 흐리는 사람이라는 걸.

그 앞에서는 꼭 말을 아끼자.

그 사람은 당신을 위하는 게 아니라, 그냥 누군가의 이야깃거리를 찾고 있을 뿐이다.

지켜야 할 건, 남이 아닌 나 자신이다.



3. 말을 아끼자. 침묵이 당신을 지켜준다.

직장에서 말을 많이 한다는 건, 내 속을 많이 보인다는 뜻이기도 하다.

사소한 말 한마디가 나중에 엉뚱한 의미로 돌아올 수 있다.

아무리 좋아 보이는 사람이라도, 신뢰가 쌓이기 전까지는 내 이야기의 울타리를 단단히 세워야 한다.

그리고 잊지 말자.

직장 동료는 ‘동료’다. 친구와는 다르다.

너무 깊이 정을 주지 말고, 업무 안에서의 거리감을 유지하는 게 서로를 위해서도 좋은 일일 수 있다.

영원한 내 편은 없지만, 그렇다고 모두가 적도 아니다.

그저 관계의 선을 잘 그리는 게 중요하다.



4. 나의 가치를 직장에서만 찾지 말자.

회사에서 하루하루 부딪히다 보면, 마치 내가 세상에서 가장 하찮은 존재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나도 그랬다.

먹이사슬의 제일 밑바닥에 위치한 풀처럼 짓밟히는 기분이 들었고, 내 자존감은 바닥을 기었다.

그럴수록 나는 더더욱 ‘나만의 공간’을 찾아야 했다.

운동을 시작했고, 작은 몸의 변화가 주는 건강함이 내 안의 나를 조금씩 다시 세웠다.

성과 없는 직장 대신, 꾸준히 재테크 공부를 하며 나만의 성취를 쌓았다.

가장 큰 위로는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시간이었다.

친구들과 수다 떨고, 가족과 따뜻한 밥 한 끼를 나누며 나는 다시 깨달았다.

“아, 나는 소중한 사람이었지.”

직장에서 얼마나 깨지든, 나의 가치는 그 한 공간으로 정의되지 않는다.

회사 밖의 나를 더 소중히 여기자. 그래야 버틸 수 있다.



이 글은 결국 나 자신에게 쓰는 편지이기도 하다.

무너질 것 같을 때, 나태해질 때, 이 글을 다시 읽으며 내가 지나온 시간을 떠올리고 싶다.

그리고 기억하고 싶다.

우리는 누구보다 노력하고 있고, 그 자체로 충분히 소중한 존재라는 걸.

세상에 맞서고, 흔들리고, 가끔은 무너지더라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힘은 ‘내가 나를 믿는 마음’에서 온다는 걸.


keyword
이전 24화시든 권태 위에 핀 여행이라는 새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