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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칠십 살 김순남 Feb 29. 2024

예스 24 서점이 어디 있어요?

당분간 문을 닫는다고 통지가 왔다. 그 전 주일까지 잘 하고 왔는데 갑작스런 조처였다. 교육생 어르신이 복지관에서 연락을 받으셨다면서 안부 문자를 보내오셨다. 답변을 보내면서 신간을 내었다고 주소를 적어주시면 책을 보내드리겠다고 했다.      

     

독서를 좋아하시는 분이시다. 지난번에 출간한 책 두 권을 드렸을 때 단숨에 읽으셨다면서 다음에 또 책 내면 꼭 말해 달라고 하셨던 분이시다. 이번에는 만날 수가 없게 되어서, 별 생각없이 카톡으로 예스24 서점을 연결해드렸다. 그랬더니 아래와 같은 문자를 보내주셨다.      

                  

'먼저 축하드립니다. 그런데 이 책을 사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요? 예스24 도서점이 어데가 있는지요. 그렇지 않으면 선생님께 부탁드려도 될까요(구좌번호만 가르쳐주시면 즉시 송금을 해드리겠습니다.)

        

우리 어르신들의 IT 이용, 현주소가 이렇구나! 작가용으로 받은 게 있으니 주소를 적어주시면 제가 보내드리겠다고 답글을 적다가 잠시 생각했다.       

    

위드코로나로 확진자가 너무 많이 발생하여서 취약한 노인들에게 더 위협적이라고 한다. 그렇다고 집안에만 꼭꼭 숨어있듯이 들어앉아 있는 것도 좋은가? 그나마 할머니들은 집안일이 있고, 가끔 손주들도 봐줘야 해서 몸을 움직여야 할 일이 많지만, 할아버지들은 그렇지 않다. 특히 80이 넘으신 할아버지들은 그야말로 시간이 지옥이다. 하긴 80이 된 할머니에게는 아이들도 안 맡기긴 한다.   


남아도는 시간에 운동이나 산책도 한두 시간이다. 정말 독서가 필요한 시간이다. 예전에는 인근에 지역 서점들이 꽤 있었다. 참고서를 파는 책방이라도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거의 없다. 인터넷 서점이 활성화되면서 일어난 현상이다. 그러다 보니 책을 손에 넣을 기회가 많지 않다. 지역 도서관이 잘 되어있지만 거기까지 가려면 그나마 독서에 대한 열정이 있어야 한다.           


젊은이들은 손가락 두어 번 움직이면 구매할 수 있는 것들이, 70대가 넘은 분들에게는 요원하기만 하다. 독서인구 저변 확대, 이제 남아도는 노년의 인구를, 그동안 사는데 힘 빼느라고 활자와 친근하지 못했던 분들을 일으켜 세워 서점으로 안내하도록 해야겠다. 내 책이 입고 된 서점을 안내해 드렸다. 며칠 후 문자를 보내오셨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오늘은 아침 일찍부터 행장을 차리고 서면 영광도서를 찾아가서(간이역) 책을 구입하였습니다. 요즈음 너무 한가한데 선생님 덕분에 좋은 시간을 보네게 되어서 감사합니다. 부디건강하세요. ~ 하트'


성공했다. 서점에 가셔서 책 냄새, 서점 분위기, 카페가 옆에 있으면 풍겨오는 커피 냄새, 요즘 젊은이들이 흔히 느낄 수 있는 문화의 냄새다. 겉치레 인사가 아니라, 문자의 내용처럼 분명 좋은 시간을 보내셨으리라 생각한다. 이렇게 자신이 돈을 주고 직접 구매한 책은 읽게 되어있다. 아마 며칠 후면 다 읽었다고 사진을 찍어서 보내주실 것 같다.           


그런데, 문자를 받고 감사한 마음에 기쁘면서도 왜 마음이 짠한지 모르겠다. 이소라 님의 바람이 분다 노래 가사처럼 '세상은 어제와 같고, 나만 홀로 이렇게' 가 아니라  '세상은 저만치 가 있고, 우리 늙은이들은 그냥 그렇게 홀로 있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늙은이들도 세상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아직 살아내야 할 시간이 얼마나 남았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예스24 서점이, 알라딘서점이 어디 있는지 모르고, 인터넷으로 책을 구매하지 못하는 수많은 노년의 지갑 속에 들어있는 잉여의 돈을 서점에 풀어놓게 할 방법은 없을까? 도서인구 저변 확대 운운 ~ 생각해 볼 일이다.      


요즘 서점은 젊은이들의 요새같다. 동네서점도 너무 예쁘게 인테리어가 되어있어서 후줄그레한 늙은이들이 찾아가기 망설여진다. 하긴 나도 그렇다. 이 브런치라는 공간에 글을 올리는 것이 자꾸 쭈볏거려진다. 어쩔 수 없는 망설임이다. 브런치에서 메시지가 왔다. 작가님 글을 못 본 지 무려 240일이나 지났어요. 하고..      

나도 용기내어 일어서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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