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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칠십 살 김순남 May 20. 2022

쉽게 죽는 여자


오전만 수업이 있는 날, 끝내고 지하철을 타려고 부지런히 가는데 지하철에서 막 올라오신 할머니를 만났다.     

"아이구 ~~~ 선생님 !!"     


서로 반색을 했다. 전반기 수업이 끝나기도 전에 코로나로 갑자기 복지관 문을 닫게 되었다. 마지막 수업날 사정이 있어 결석을 해야 했던 할머니시다. 인사도 못 나누고 헤어졌다. 그러다 새로 수업이 시작되었는데 할머니는 추첨에서 밀려났다. 오랜만에 길에서 만난거다.     


할머니 83세, 정정하시다. 낯선 할머니와 동행이시다. 헤어질 때 인사도 못해서 섭섭했는데 잘 만났다며 점심 먹으러 가는 길인데 같이 가잔다. 사양을 하니까, 아구찜이 먹고 싶어서 친구 불러가지고 일부러 나오신거라며 작은것을 시켜도 둘이 다 못먹는다며 선생님이 거드시라고까지 말씀하셔서, 마음을 받아들여야겠다 싶어서 따라갔다.     


작은 거 하나 시켜서 세사람이 먹었다. 늙으면 양도 준다. 맛있게 먹고, 그냥 오자니 미안하기도 해서, 차는 내가 사겠다며 가까운 작은 찻집으로 들어갔다. 내가 차를 주문하고 테이블로 오니까, 두 분이 모두 약봉지를 꺼내어서 이거 저것을 골라 내더니 잡수신다.     

  

한 분은 홍삼 엑기스이고, 한 분은 오메가 쓰리 라며 막 입에 넣고 물을 한모금 들이키신다. 할머니가 ‘쓰리’라 발음하실 때 된 소리를 내셔서 순간 나도 모르게 웃음이 지어졌다. 아프셔서 드시는 약이 아니고 건강제라 좋다고 말씀드렸다. 내 말에 할머니, 낮에는 이것만 먹지만 밤이 되면 관절약도 먹고, 다른 건강보조식품도 같이 먹는다고 하시면서 선생님은 아프신데 없어서 먹는 약 없지요? 하신다.   

  

"녜. 아직은요."     


건강식품은 뭐 먹느냐고 물으신다. 좋은 것 알고 있으면 알려 달라하신다.    

 

"저는 약은 안 먹어요."     

 

"아무것도 안 잡숴요? 오메가 쓰리는 꼭 먹어줘야 되는데..그거는 젊을 때부터 먹어줘야 해요!"      


"약이 소화가 안 되는 것 같아서요. 비타민도 잘 안 먹어요. 그냥 밥 세끼만 안 빠트리고 먹어요"      


"아이고, 선생님은 참 건강하십니다. 몸도 뽀돗뽀돗 살도 안 찌고.. 장수할 체질입니다."    

  

"그런가요, 너무 장수해도 안되는데.. 흐흐" 


내 말이 이래서였을까 옆에 얌전히 앉아계시던 친구할머니가 한 마디 거드신다.     


"그런 사람이 죽을때도 쉽게 죽어요“     


"아 ~ 네에.. "     


얼결에 맞장구를 쳤는데 나도 모르게 크크 하며 웃음이 새어나왔다. 느낌상 이게 확실히 덕담은 덕담 같은데. 할머니의 표현이 너무 웃으운거다. 헤어져 걸어 오면서도 자꾸만 웃음이 나왔다.     


나, 쉽게 죽는 여자 !! ~ 크크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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