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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ena Jun 01. 2022

요가 하는 동안에 2

소리가.... 소리가 들린다.      



아니 이 새벽에 무슨 소리지? 띠띠띠띠 거리는 이 소리는 설마... 설마 알람 소리인가? 하며 힘겹게 눈을 뜬다. 요가 첫날 아침이 밝았다. 물 묻힌 손으로 얼굴 한번 문지른 뒤 수분크림 바르기. 머리는 감지 않는 대신 질끈 묶기. 경험해본다는 마음가짐으로! 라는 작정이 듬뿍 담긴 한 벌뿐인 검은색 요가복 순서 없이 입기. 요가센터를 가기 위한 준비는 이게 전부다. 넉넉하게 십오 분이면 다 끝낼 일이지만 한 시간이나 일찍 일어나 모든 준비를 마친 후 침대에 걸터앉는다. 첫날 지각은 절대로 용납할 수 없는데, 눈꺼풀이 너무 무겁다. 자꾸만 아래로 아래로 향한다. TV를 켜 마구잡이로 채널을 돌린다. 다행히 내가 좋아하는 막장드라마 재방송이 펼쳐지고 있다. 봐도 봐도 어이가 없고 그 어이없음에 웃음이 나서 하마터면 출발시각을 놓칠 뻔했다. 부랴부랴 크로스 백에 책 한 권 쏙- 집어넣고 지하철역으로 향한다. 새벽녘이라 거리는 고요하다. 이런 고요함이 얼마 만인지. 세상이 이랬었지- 하며 걷다가 갑자기 경계심이 들어 이리저리 주변을 살핀다. 차들도 몇 안 되는 사람들도 가기 바쁘지 나처럼 멈추거나 두리번거리지 않는다. 나도 얼른 가야지- 하며 지하철역 안으로 내려간다. 열차 도착시각을 미리 알아놔서인지 때맞춰 선로로 열차가 들어온다. 타는 사람도 앉아 있는 사람도 드문드문하다. 책 읽기에 더없이 좋은 환경이다.     



타고 내리고 타고 내리고. 환승까지 무사히 마치고 역을 빠져나오니 가로수 길이 펼쳐진다. 느티나무로 보이지만 무엇이든 간에 바람에 잎들이 살랑거리는 걸 보니 마음도 살랑거려 간지럽다. 순간, 이 도시의 풍경이 어떤 자연보다 아름답고 평온하게 다가온다. 가로수 너머를 본다. 왕복 4차로에 차들이 빽빽하다. 나도 빈자리에 태워 가는 길 길동무하면 좋겠다고- 말도 안 되는 상상을 해본다. 나는 자꾸 여기가 아닌 어딘가로 가고 싶나 보다. 다시 고개를 돌려 아직 불 켜지지 않은 가게 간판들을 정성스레 살핀다. 옷가게, 옷가게, 피자집, 자전거 수리점, 공사장. 리모델링에 들어간 건물 쪽으로 인부들이 다닥다닥 붙어 앉아 담배를 태운다. 연기가 퍼져 온다. 저절로 눈살이 찌푸려져 가자미 눈으로 쏘아보는데, 어찌나 맛있게들 담배를 태우는지. 좋겠다- 하고 그냥 가던 길을 간다. 드디어 도착. 제법 신축건물임에도 엘리베이터가 느리다. 조급증이 올라온다. 등 뒤로 양복 입은 사람이 성큼성큼 걸어온다. 놀라서 나도 모르게 몸을 바짝 움츠린다. 나를 따라 그도 움찔한다. 급하게 몸을 돌린다. 눈앞에 층별 안내도가 펼쳐진다. 요가센터 바로 아래 OO제약 회사가 눈에 들어온다. 머쓱하고 미안한 마음에 입을 달싹거려보지만, 말이 되어 나오진 않는다. 누군가와 통화를 시작한 그가 고마워 마음속으로 미안하고 고맙다고 한다. 다음엔 놀라지 않아야지. 하지만 나는 또 놀라겠지.   


  

선생님과 인사를 하고 빠르게 곁눈질로 공간을 살핀다. 벽 쪽으로 구름사다리 형태의 봉들이 단단하게 고정되어 있고 일정한 간격을 두고 밧줄들이 위에 두 개 아래에 한 개 세트로 매여져 있다. 도톰한 긴 베개와 고리가 달린 띠 같은 것도 선반에 몇 개씩 있다. 도구를 이용한 요가라는 설명은 들었으나 블로그나 유튜브에서도 본 적이 없어 많이 설렌다. 우주여행 가는 것처럼 미지의 세계로 떠나는 것 같다. 선생님이 긴 베개와 고리가 달린 띠를 하나씩 가지고 펼쳐진 매트 아무 곳이나 자리를 잡으라신다. 처음이라 자리 잡는 것도 설렌다. 총 일곱 개의 매트가 사이사이 두 줄로 펼쳐져 있다. 첫 수업에 앞쪽 정중앙은 너무 자신감이 넘쳐 보이고 (실력에 비해, 실력이랄 것도 없지만) 그렇다고 뒷줄 끝자리도 수업에 열의가 없어 보인다. 중앙보다는 비켜 앉는 게 취향에 맞으니, 뒷줄 중앙 오른쪽 옆으로 자리를 잡는다. 긴 베개를 세로로 해 등 뒤에 두고 고리가 달린 끈을 풀어내라신다. 끝까지 풀어내니 긴 줄에 동그란 고리가 절로 만들어지는 형태가 된다. 발바닥을 서로 붙인 자세로 앉은 후 작은 고리를 골반 정도 크기로 늘여서 그것을 몸 안으로 쑥- 집어넣고 발 쪽에 걸은 후에 줄을 줄였다 풀었다 팽팽하게 만들라신다. 말은 쉬운데, 머리로는 알겠는데, 어질어질- 삐질삐질- 한 번에 잘되지 않아 끙끙댄다. 그래도 얼굴은 웃는다. (잘하고 싶으니까!) 어찌어찌하고 나니 벌써 진이 빠진다. 선생님이 이제 냅다 베개 쪽으로 누우란다. 아- 정말 이젠 좀 누워야겠다. 하고 누워 시키는 대로 호흡을 하는데, 자- 이제 수업을 시작하겠습니다- 하신다.      



수업이 이.제.시.작.이라구요, 선생님???     



자,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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