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이 앞설때 보이는 얼굴

참지 못한 순간이 남긴 것

by 유타쌤



누군가의 됨됨이를 알아보는 방법은 많다. 하지만 사람의 본모습은 지식이나 학력을 확인하는 순간이 아니라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드러날 수도 있다는 점을 나는 최근에 알게 되었다. 특히 불편한 순간에 감정이 먼저 튀어나오는 모습을 볼 때, 그 사람의 사고방식과 삶의 태도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말투 하나, 반응 하나가 그 사람이 어떤 배움을 쌓아왔는지를 말해주는 경우가 많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된 이유는 최근 겪은 한 사건 때문이었다. 나는 퇴근 후 학교 앞에서 유턴 차선으로 가기 위해 적절한 시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내 뒤에는 바로 우회전을 하려는 것 처럼 보이는 흰색 트럭이 서 있었고, 나는 유턴을 위해 1차선으로 붙어야 했기에 뒤차를 배려해 차를 조금 왼쪽으로 붙여 정차해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뒤차가 경적을 울리더니 내 우측으로 바짝 붙어 창문을 내렸다. 운전자는 큰 소리로 욕설을 내뱉으며 화를 냈고, 결국 우회전을 해서 떠났다. 나는 그 흰색 트럭이 내가 근무하는 학교에서부터 내 뒤를 따라 나온 차량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같은 곳에서 출발했다면 조금만 살펴도 서로 누구인지 알 수 있는 상황이었다.


나는 이곳에서 17년을 근무했기에, 학교와 오랫동안 일을 한 사람이라면 안면이 있을 가능성도 충분했다. 그런데 내가 우회전을 방해했다는 이유로 그렇게 감정적으로 반응하는 모습은 이해하기 어려웠다. 나는 우회전을 할 수 있도록 공간을 남겨 두었고, 그 운전자는 결국 스스로 차선을 옮겨 문제없이 갈 길을 갔다. 단지 그 짧은 순간, 기다림을 참지 못한 감정이 먼저 앞선 결과였다.


이런 경험을 통해 나는 배움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다시 떠올리게 되었다. 이어령 교수는 어느 기사 인터뷰에서 배움은 학력이 아니라 태도에서 드러난다고 말하면서 못 배운 사람의 특징을 화려한 지식이나 스펙이 아니라 일상의 말투와 태도, 사고방식에서 찾았다. 이 말은 특별한 이론처럼 들리기보다는 내가 살아오며 반복해서 마주해온 장면들을 정확히 설명해주는 말처럼 느껴졌다. 순간의 감정 앞에서 드러나는 태도야말로 그 사람이 무엇을 배워왔는지를 가장 솔직하게 보여준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생각은 오래전의 한 기억과도 이어진다. 지금은 퇴직한 C선생님이 있었다. 나는 17년 전 사립학교에 처음 부임했을 때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였다. 그 시절 시험문제를 출제하다가 오류를 낸 적이 있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미숙함 그 자체였다.


시험문제 수정 방송이 나간 뒤, C 선생님이 나를 불러 격앙된 목소리로 제정신이냐며, 자기 이름을 출제자 명단에 올려놓고 일을 왜 이렇게 하냐고 소리를 쳤다. 솔직히 말하자면 C 선생님은 출제자 명단에 이름만 올렸을 뿐, 문제를 제대로 검토한 적이 없었다. 시험문제를 수차례 검토하고 선배 교사들도 적극적으로 피드백을 해주는 요즘의 기준으로 보자면, 그 행동은 말도 안 되는 일이었고 선배로서 책임을 다한 태도라고 보기도 어려웠다. 하지만 그 당시 그 C 선생님은 나에게 알아서 하라며 사실상 손을 놓았고, 문제가 생기자 감정부터 앞세웠다. 더 놀라운 점은 C 선생님이 평소에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그 선배 교사 역시 순간의 감정을 다스리지 못한 사람이었던 것이다.


나는 이런 일들을 겪으며 배움의 본질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배움은 얼마나 많은 지식을 쌓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불편한 순간에 어떤 말을 선택하고 어떤 태도로 책임을 감당하느냐의 문제일 수도 있다. 감정이 앞서는 순간에도 한 번 더 멈춰 서서 상황을 바라볼 수 있는지, 자신의 역할과 책임을 돌아볼 수 있는지가 그 사람의 배움을 말해준다. 결국 사람의 깊이는 평온할 때가 아니라 감정이 요동치는 찰나에 드러난다.


순간적으로 감정이 치밀어 오르는 상황에서도 말부터 내뱉기보다 한 번 더 생각할 수 있는 사람, 상대의 입장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존중을 잃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다. 실수 앞에서 책임을 회피하기보다 스스로를 돌아보고, 불편함을 감정의 폭발이 아니라 성찰의 계기로 삼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배움이 삶의 태도로 남아 있는, 그런 어른으로 나이들어 가고 싶다.



********************************************************************************************

*16년간 써온 작가의 다른 글들이 '나도 10대는 처음이라서'라는 이름의 책으로 출간되었습니다!

저의 글을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https://www.yes24.com/product/goods/152438150

https://smartstore.naver.com/aladinstores/products/12304442350







월, 수, 금 연재
이전 22화말이 길어지기 시작했을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