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의 무게

나는 그날 비로소 인사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by 유타쌤

인사는 관계의 시작이다. 짧고 단순한 행위이지만 그 안에는 상대를 향한 존중과 관심, 그리고 나 자신의 태도가 고스란히 담긴다. 우리는 하루에도 수십 번씩 인사를 주고받지만, 그 의미를 깊이 생각하는 순간은 많지 않다. 그러나 어떤 인사는 오래 남고, 어떤 인사는 사람에 대한 인상을 단번에 바꾸어 놓는다.


얼마 전 같은 과 후배 선생님을 복도에서 마주쳤다. 그 선생님은 나를 보자마자 허리를 거의 90도로 숙이며 인사를 했다. 순간 나는 웃으며 “선생님, 허리 꺾이겠어요.”라고 말했다. 그 말은 가벼운 농담이었지만, 사실 그 선생님을 처음 만났을 때부터 나는 이미 하나의 인상을 갖고 있었다. 첫 만남에서부터 지나치다 싶을 만큼 정중하게 인사를 건네던 모습이 유난히 깊게 남았기 때문이다. 나는 그 선생님에 대해 자세히 알기도 전에, 그 인사 하나만으로 ‘참 좋은 사람이겠구나’라는 판단을 내려버렸다. 인사 하나가 사람에 대한 긍정적인 편견을 만들어낸 것이다.


돌이켜보면 그 판단은 매우 단순하고도 위험한 것이었다. 우리는 짧은 순간의 행동을 통해 쉽게 타인을 규정하고 때로는 그 사람의 본질까지도 단정 지어버린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사가 주는 첫인상의 힘은 분명하다. 인사는 말보다 먼저 전달되는 태도이며, 그 사람의 마음가짐을 보여주는 가장 직접적인 표현이기 때문이다.


이와는 정반대의 경험도 있다. 교직 생활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다. 학교에 막 적응하느라 정신없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던 어느 날, 은퇴를 앞둔 한 선생님이 나를 따로 불렀다. 조용한 특별실에 마주 앉자마자 그 선생님은 나를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나를 무시하나. 왜 인사를 하지 않나.”라는 말이었다. 나는 순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억울함이 먼저 올라왔기 때문이다. 나는 일부러 인사를 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 정신없이 교실과 교무실을 오가며 일하다 보니 미처 인사를 하지 못한 순간이 있었을 뿐이라고 생각했다.

“선생님, 혹시 어두운 바지에 흰 셔츠를 입고 계셨다면 제가 학생으로 착각했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일부러 인사를 안 한 것은 아닙니다. 죄송합니다.”

라고 울먹이며 말했다. 대화를 마치고 자리에 돌아왔을 때야 비로소 나는 펑펑 울었다. 마스카라가 번진 눈으로 한참을 울다가 주변 선생님들의 걱정에, 그리고 다음 수업시간에 들어가야 한다는 의무감 때문에 겨우 울음을 멈췄다. 그때의 나는 그저 억울했다. 왜 나의 상황은 이해받지 못하는지, 왜 고작 인사라는 걸로 이렇게까지 오해를 받아야 하는지 납득할 수 없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나는 조금씩 다른 시선으로 그 일을 바라보게 되었다. ‘학생으로 착각했다’는 나의 말은 어쩌면 핑계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쁘다는 이유로 그리고 정신없다는 이유로, 나는 복도를 걸을 때 앞만 보고 지나가고 있지는 않았을까? 주변을 조금만 더 살폈다면, 먼저 눈을 마주치고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면 그런 오해는 생기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때 나는 깨달았다. 인사는 상황이 허락할 때 하는 것이 아니라, 의식적으로 실천해야 하는 태도라는 것을 말이다. 인사는 상대를 알아보고 인정하는 행위이며, 동시에 나 자신을 드러내는 방식이다. 내가 먼저 고개를 들어 주변을 보고, 상대를 향해 마음을 열지 않으면 인사는 시작될 수 없다.


괴테는 “예의는 인간관계를 윤택하게 하는 윤활유와 같다.”라고 말하며 인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인사는 언뜻보면 사소해 보이지만 관계를 부드럽게 만들고, 때로는 오해를 막으며, 또 때로는 사람을 따뜻하게 연결한다. 반대로 그 작은 인사가 빠졌을 때 관계는 쉽게 삐걱거리기도 한다.


나는 이제 복도를 걸을 때 조금 더 의식적으로 주변을 살핀다. 누군가를 발견하면 먼저 눈을 맞추고, 웃으며 인사를 건넨다. 그것이 습관이 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했지만, 그 변화는 분명했다. 사람들과의 관계가 훨씬 부드러워졌고, 나 또한 더 열린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


인사는 단순한 형식이 아니다. 그것은 나 자신의 태도이며, 관계를 만들어가는 시작이다. 한 번의 인사가 누군가에게는 따뜻한 기억이 되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오해의 출발점이 될 수도 있다. 그렇기에 우리는 인사를 가볍게 여기지 말아야 한다. 인사는 선택이 아니라 책임에 가까운 것이며, 그 책임의 방법은 엄청나게 거창한 것이 아니라 그저 한 번 더 고개를 숙이고, 한 번 더 미소를 짓는 것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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