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애들은 답이 없다

학생들의 푸념, 여전히 이어지는 고민들

Sep 12. 2025

1311년 여름, 알바루스 펠라기우스라는 학자는 대학생들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요즘 대학생들 정말 한숨만 나온다. 그들은 선생들 위에 서고 싶어 하고, 선생들의 가르침에 논리가 아닌 그릇된 생각들로 도전한다. 그들은 강의에는 출석하지만 무언가를 배우고자 하는 의지가 없다. 그들은 무시해도 되는 문제에 더 관심을 가진다. 사랑이니 미신이니 하는 것들 말이다. 그들은 그릇된 논리로 자기들 판단에만 의지하려 들며, 자신들이 무지한 영역에 그 잣대를 들이댄다. 그렇게 해서 그들은 오류의 화신이 된다. 그들은 멍청한 자존심 때문에 자기들이 모르는 것에 대해 질문하는 것을 창피해한다.”

또 그는 학생들의 신앙과 생활을 두고 이렇게 개탄했다.
“그들은 주일에는 성당에 가서 미사를 드리는 대신, 친구들과 마을을 쏘다니거나 집에 틀어박혀 빈둥거리며 기껏 펜을 든다는 게 연애편지나 끄적인다. 만약 성당에 가게 되면, 하느님에 대한 신앙심으로 가는 게 아니라 여자애들을 꼬시러, 또는 잡담이나 나누려고 간다. 그들은 부모님이나 교단으로부터 받은 학자금을 술집과 파티와 놀이에 흥청망청 써버리며, 그렇게 결국 집에 지식도, 도덕도, 돈도 없이 돌아간다.”

놀랍게도 이 글은 오늘날의 대학생 이야기가 아니라 약 700년 전 유럽의 대학생을 향한 꾸짖음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 시선에서 지금의 학생들을 그대로 비춰볼 수 있다.

오늘날 고등학교 교실에서도 비슷한 풍경이 펼쳐진다. 고3임에도 불구하고 수업 시간에 교과서와 문제집 대신 숏츠 영상이나 넷플릭스를 보며 시간을 흘려보내는 아이들이 있다. 교실 뒤편에 고개를 숙이고 웃음을 참으며 영상 속 세상에 몰두하는 모습을 보면 펠라기우스가 했던 말이 지금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듯하다.

더욱 안타까운 점은 학생들이 자신들의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서도 사회에 대한 불신과 냉소를 먼저 드러낸다는 것이다. 수시 원서 기간에 나에게 상담을 요청한 어떤 학생은 “아무리 공부해도 안 되는 것 같아요. 솔직히 대학 간다고 다 되는 것도 아니고요. 요즘은 대학 나와도 취업이 보장되지 않잖아요?”라고 말했다. 이 말을 듣고 있노라면 씁쓸한 마음이 든다. 물론 사회 구조적 문제와 불확실한 미래는 분명히 존재한다. 그러나 이 말 속에는 스스로 공부하지 않은 자신의 문제를 사회 탓으로 돌리려는 게 느껴진다.

그러나 이같은 상황이 단순히 아이들 때문이라고 볼 수는 없다. 세상은 언제나 젊은 세대를 비판해 왔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도 젊은이들을 향해 무례하고 버릇없다고 기록했듯이 말이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또다시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렇다면 문제는 세대 자체가 아니라, 나약함을 어떻게 극복하고 이끌어 줄 것인가에 있다.

교사는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사람이 아니다. 학생이 넘어졌을 때 다시 일어날 수 있도록 손을 내밀어 주고, 책임을 회피할 때 그 현실을 직시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도 하며, 왜 공부해야 하는지를 끊임없이 묻고 스스로 답을 찾게 이끄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700년 전에도 그리고 지금도 젊은이들은 어른들의 눈에 한숨을 짓게 만들지만 그 한숨은 오히려 어른들이 해야 할 역할을 일깨워 준다. 학생들이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면 교사와 어른은 그 책임을 떠안아야 하며 아이들의 나약함을 비판하는 데 머물지 않고 그것을 딛고 일어설 수 있도록 지혜를 건네야 한다.

펠라기우스가 남긴 기록은 단순한 푸념이 아니라 시대가 변해도 아이들이 여전히 같은 모습이라면 어른의 역할 또한 변치 않고 중요하다는 사실을 일깨우는 증거다. 아이들은 흔들리고 비틀거리지만 그 순간 손을 내밀어 붙잡아 주는 이가 있다면 결코 무너지지 않는다. 결국 아이들을 이끄는 것은 교사의 책임이자 어른이 져야 할 시대적 의무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