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을 인정하는 용기

Sep 11. 2025

얼마 전 수업 시작종이 울린 뒤에 빵과 음료수를 들고 교실로 들어오려는 두 학생을 세웠다. 나는 단호하게, “수업 시작했는데 음식을 들고 들어오면 어떻게 하니? 교실에서는 먹을 수 없으니 수업 끝나고 먹어.”라고 말했다. 학생들의 표정에는 불만이 스쳤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이건 내가 학기 초에 교실에서 아이들에게 말한 수업 규정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간식을 들고 들어가려던 학생 중 한 명이 교실로 들어가자마자 빵과 음료수를 다 먹지도 않은 채 쓰레기통에 ‘탕’ 소리가 나게 버리는 게 아닌가? 그 행동은 분명히 나와 친구들에게 '나 지금 화났다'라는 메시지를 행동으로 과시한 것이었다. 순간 나는 무겁게 숨이 막혔다.

이 일은 단순히 교실 규칙을 어긴 문제가 아니었다. 학생이 지적을 받았을 때 그것을 받아들이는 태도의 문제였다. 예전에는 교사의 지도를 억울해도 겉으로는 수긍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요즘 아이들은 조금만 혼이 나도 이에 대해 곧바로 반발심을 드러낸다. 왜 이렇게 달라졌을까? 나는 그 이유 중 하나가 집에서 충분히 혼나지 않은 경험과 관련 있다고 생각한다. 부모들은 아이가 기죽을까, 상처받을까 걱정하며 잘못을 크게 지적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어릴 때부터 혼나는 경험이 적다 보니 누군가 자신을 단호하게 꾸짖을 때 그것을 받아들이는 힘이 부족해진 것. 그래서 사소한 지적에도 쉽게 억울해하고, 그것을 감정적으로 과장해 표출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교사의 말이 부당했던 것도 아니고, 학생의 행동을 정당화할 수도 없다. 잘못했을 때는 지적을 듣고, 억울하더라도 자신을 돌아보는 태도가 필요하다. 그것이 성장의 과정이다. 그런데 요즘 아이들은 지적 자체를 공격으로 받아들이고 자기감정을 앞세워 반발부터 하려는 경향이 크다. 교육의 방향 중 하나는 잘못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을 알려주는 것인데, 그 첫 단추가 자꾸 어긋나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어른의 역할이다. 교사는 교실에서, 부모는 가정에서 아이들이 지적을 건강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단순히 혼내는 것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왜 이게 잘못인지, 어떻게 고쳐야 하는지를 알려주고 그 과정에서 아이가 감정을 다루는 방법까지 배울 수 있게 해야 한다. 혼내는 것은 아이의 자존심을 꺾기 위해서가 아니라 더 나은 성장을 위한 과정이라는 것을 어른이 먼저 인식하고 일러주어야 한다.

규칙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 그러나 동시에 아이가 혼나는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도록 도울 것인가 하는 문제는 사실 어렵다. “네가 억울한 건 알겠지만, 잘못은 잘못이다. 그리고 잘못을 받아들이는 힘이 너를 성장시킨다.”라는 메시지를 아이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전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다. 잘못된 것을 알려주고 옳은 길로 안내하는 것이야말로 교사와 어른이 해야 할 역할이기 때문이다.

그날 쓰레기통에 버려진 빵과 음료수는 내게 많은 생각을 남겼다. 단순한 음식물이 아니라, ‘혼남을 대하는 태도’라는 교육의 과제를 던져준 상징이었다. 잘못했을 때 겸허히 받아들이는 힘, 그것이야말로 앞으로 아이들이 사회에 나가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자질이다. 우리는 아이들이 지금 당장은 불편해하더라도 그 힘을 기를 수 있도록 끊임없이 가르치고 도와야 한다.

나는 오늘도 교실에서 아이들과 마주한다. 나의 말에 어떤 학생은 억울해하면서 반항의 행동을 보일 수도 있고, 또 어떤 학생은 '아, 앞으로 이런 행동은 하지 말아야겠다'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모든 순간은 아이들이 성장하는 과정이자, 어른이 제 역할을 다할 기회다. 아이들이 혼남을 두려워하지 않고 그것을 배움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것, 그것이 내가 교사이자 어른으로서 해야 할 중요한 일이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