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월의 화려함, 그 후 8년의 기다림을 끝마친 너에게

비우기 #2. 명함지갑 나눔하기

by 미니크

"집에 사연 없는 물건은 없다.

하지만 느려도 단호하게 정리하며 심리적 이별을 반복하면

어느 순간 이별에 익숙해지고 마음까지 편안해진다."

- by 미니크 (본인)


이 명함 지갑(a.k.a. 찐 분홍이)으로 말할 거 같으면 '첫' 직장 입사 후 선물 받은 물건이다. 내 이름 석자가 박힌 갓 나온 따끈하고 빳빳한 명함을 '있어 보이게'해주는 얼마나 의미 있는 물건인가!


하지만 이 쓰임은 5개월뿐이었다. 첫 직장은 영업직이라 외부 미팅에서 당당하게 이 명함지갑에서 명함을 꺼냈었는데 이직하면서 이 핫핑크 명함지갑은 집 어딘가에 고이 보관됐기 때문이다.

이따금 청소 중 이 찐 분홍이를 마주했을 때마다 난 명함지갑이 이것밖에 없으니 이후 필요할 수 있다며 고이 남겨두었고, 방구석 어딘가에 미라처럼 박제될 뻔하다가 최근 이삿짐 정리 중 우연히 발굴되어 최근 나눔을 완료했다.


이 분홍이를 사용하지 않은 순간부터 (심리적으로) 놓아줄 때까지 8년이 걸렸다. 아이러니한 건 그중 최소 7.99년은 이 물건이 있긴 한지 생각해 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내 인생 바이블인 도미니크 로로의 '심플하게 산다'에서 평생 소유하는 물건의 개수가 몽골인은 300개, 일본인은 6000개라는데 그럼 나는 도대체 몇 개일지...!?


나에게 필요 없는 물건에 오랜 기간 이 집 일부를 내어주고 월세도 못 받으면서 근 10년간 바보같이 내보내지 못한 건 매우 충격적인 일이다.


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거 같은 찐 분홍아,

함께해줘서 진심 고마웠고,

이젠 다른 사람한테 갔으니 행복하게 살아!


[오늘의 느낀 점]

1. 계륵처럼, 미저리처럼 붙들고 있지 말기

2. 대체 제품이 없는 유일무이한 물건이라도 1년 넘게 안 쓴 거면 쿨하게 보내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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