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고양이를 구한 토끼

by Nemo

대학교1학년때, 집에 들어가는 길에 집 앞에서 귀여운 토끼와 마주쳤다. 아파트 단지에 토끼가 자생할 리는 없고, 누군가가 무책임하게 버렸나보다. 토끼가 굉장히 느릿느릿 움직였기 때문에 혼자 탈출했을 가능성은 몹시 적어 보였다.


집에 들어가서 엄마에게 “집 앞에 토끼가 있더라고요” 라고 했더니 엄마가 웃으면서 “그럼 데려와야지” 라고 하셨고 나는 그 길로 토끼를 데리러 나갔다. 엄마 말에 의하면 그 농담(?!)을 건네고 뒤를 돌아보니 이미 내가나가고 없더라는 것이다.


처음 마주쳤던 그 자리에는 토끼가 없었다. 눈을 감고, 내가 토끼라면 어느 방향으로 갔을까 생각하며 걸었더니운명처럼 토끼가 있었다. 두근두근 심장이 빠르게 뛰었고 살금살금 다가가 토끼를 살짝 잡았다. 의외로 쉽게 잡혀서 놀랬다. 정말 보드랍고 따뜻했다. 토끼도 심장이 쿵쿵 뛰고 있었다.


집에 남는 박스를 찾아 토끼를 넣어놨는데, 조그만 토끼가 몸을 그렇게 길게 늘릴 수 있는 줄 몰랐다. 키가꽤 컸고 점프력도 생각보다 대단했다. 아빠가 퇴근하시고, 토끼는냄새가 많이 난다며, 집에서 키울 수 없다고 하셨다. 세상에… 토끼를 종이 쇼핑백에 넣어서 경비실에 가져다 주셨다. 그 날 정말펑펑 울었다. 살아있는 생명을 쇼핑백에 담은 아빠도 미웠고, 애초에그 아일 버린 사람도 미웠고… 무엇보다 무책임하게 데려와서는 끝까지 지켜줄 힘조차 없던 내 자신이 가장밉고 끔찍했다.


그 후로 수년이 지나, 나는 회사 앞에서 자취를 하며 나름 독립적인 생활을 하게 되었다. 그시절의 나는 룸메이트로 고양이를 키우고 싶다고 생각했으나 정말 오랫동안-2년 넘게- 진지하게 고민하고 스스로에게 감당할 수 있는지 끊임없이 질문했다.


그 토끼에게는 정말 미안하다. 하지만 그 토끼가 준 뼈아픈 교훈 덕분에, 동물친구들을 더욱 아끼고소중하게 대하게 되었다. 그 때로부터 16년이 지난 지금, 우리 집에는 사랑스러운 고양이가 둘이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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