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바보

by Nemo

그날 밤, 눈부실 정도로 환한 보름달이 떠 있었어. 새벽녘이 되어서야 기진맥진한 내 몸을 작은 방에 누였고, 창문으로 새어 들어오는 하얀 달빛에 온 몸이 휘감겼었지. 나는 마치 달빛을 핀 조명 삼아 무대에 선 배우 같았어. 새어 들어오는 달빛만큼이나 베어 나오는 웃음을 막을 수 없었던 것 같아.


무엇이 그리도 서러운지 넌 두 눈을 질끈 감고 퉁퉁 불은 얼굴로 울어 대기 시작했지. 그때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니? 넌 어떤 마음이었을까? 내가 너의 이름을 부르자 너는 내게 안겨 바로 울음을 그쳤어. 난생처음 보는 내게 안겨 안도하는 너의 고른 숨과 3.27kg 작디작은 무게감을 느끼며 비로소 우리가 운명임을 깨달았어. 너를 만나기 위해 내가 이 세상에서 삼십여 년을 악착같이 버티며 기다려 왔구나!


이런 말도 안 되는 사랑을 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어. 혹여 네가 나를 더 이상 원하지 않는다고 말해도 나는 결코 너를 외면할 수 없을 거야. 내가 더 많이 사랑하니 어쩌겠어. 눈을 감으면 그 날이 떠올라. 2016년 9월 18일 0시 24분 내가 너와 사랑에 빠진, 보름달의 마법에 걸린 그 순간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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