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발머리

by Nemo

20대중반까지는 늘 긴 생머리였다. 간간히 펌도 하고 스타일에 변화도 가끔 주었으나 길고 청순한 헤어스타일을꽤 오래 유지했다.


20대후반의 어느 1월 초, 회사 입사동기의 자살로 인해 정신적 충격이 컸다. 장례식 2주쯤 전엔 그 친구의 생일을 축하하는 연락도 주고받았다. 엄청 친한 사람은 아니었는데, 친하지 않다고 단정 짓기도 애매한 관계였다. 문득 나도 내가 가진 뭔가를 하나 버리고 싶다고 생각하여 머리를 짧게 자르기로 했다.


그 이후 나는 쭉 짧은 머리다.


남편은 당시 단발머리의 내가 예뻐 보였단다. 오랜만에 본 단발의 나를 보고 관심이 생겼다고 한다. 그렇게 연애를하게 되었고 결혼까지 하였다. 단발머리 때문에.


지금 생각해보면, 나는 그 사건이 아니었더라도 20대 후반에는 어떤 계기나 핑계를대어 머리를 짧게 잘랐을 것 같다. 변화는 늘 필요한 것이니.


어쩌면 그게 타이밍이고, 그 안에 필연의 역사도 함께 깃들어 있는 것이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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