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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나킴 Feb 23. 2022

존 행콕과 시어스 타워 건축가 파즐러 칸&브루스 그래험

죽어도 같이 묻힌 SOM의 건축가 듀오

시카고를 대표하는 초고층 빌딩은?

이라고 하면 사람들은 대략 시어스 타워와 존 행콕 타워를 이야기한다. 

둘 다 매우 검고 높으며 피카추 같은 뿔을 달고 있다. 


두 빌딩을 지은 회사와 주 건축가가 같아서다. 

글로벌 건축회사 SOM(Skidmore, Owings & Merrill)의 전성기를 구가한 건축 듀오, 파즐러 칸(Fazlur Rahman Khan,1929-1982)과 브루스 그래험(Bruce Graham, 1925-2010)의 작품이다. 

파즐러 칸은 52세에 아쉽게 사망했고, 부르스 그래험은 SOM에 40년 장기근속하며 영국의 까나리 워프 마스터플랜 등 많은 프로젝트를 하다 84세에 사망했다. 


코카콜라 양옆의 뿔 달린 타워 두개가 시카고를 대표 빌딩, 시어스와 존 행콕 타워다



둘은 지금 같이 있다. 

먼저 간 파즐러 칸이 시카고 건축가들의 이상향, 그레이스랜드 묘지공원에 자리를 잡았다. 

수십 년 후 브루스 그래험은 피를 나눈 친형제 인양 바로 옆에 나란히 묻혔다. 


왼쪽이 파즐러 칸, 오른쪽이 브루스 그래험
초고층 빌딩을 높게 세우는데 공헌한 파즐러 칸의 묘비에는 세로로 금속 테두리를 씌웠다.


나머지 모든 일을 다 브루스 그래험의 묘비에는 꽉 채운 직사각형 금속 테두리를 둘렀다.  두 비석의  재질은 다르나 이 금속 틀의 재질은 같다. 




비석 윗면에 새겨진 At best with his wife jane in Florida

브루스 그래험의 비석 귀퉁이를 보면 플로리다에 계신 와이프께서 건축가들의 사후 명예의 전당 이곳에, 남편 업적의 최고 전성기를 함께 이뤄낸 동료 옆에 일부러 묻어주신 것 같다. 


우리야 말로 죽어서도 같이 묻힌 SOM 최강의 건축 듀오지 하고 지하에서 킬킬거리고 있을 이 이민자 건축가들. 


파즐러 칸은 방글라데시 출신이고, 페루 출신인 브루스 그래험도 대학 때 미국으로 왔다. 

SOM에 다니며 승진 후 시민권은 땄지만, 미국의 초기 역사를 만들어낸 정재계 거물들과 역사속 미국 건축가들이 자리 잡은 그레이스랜드 묘지공원에 안장되는 것이 가장 명예로운 아메리칸 드림의 끝이었을 수도.


파즐러 칸
브루스 그래험




시어스 타워와 존 행콕 타워가 그 높이로 시카고의 거센 바람에 쓰러지지 않고 굳건히 서 있는 것은 구조 공학계의 아인슈타인 이라고 불리던 파즐러 칸의 업적이다. 방글라데시에서 대학을 수석으로 마치고, 국비장학생으로 미국으로 와 응용역학, 구조공학 석사 두 개와 구조역학 박사까지 단 3년 만에 끝낸 천재다. 


이후 SOM이라는 글로벌 건축회사에 입사, 초고층 빌딩을 짓는데 매우 경제적이고도 혁신적인 튜브(tube)라는 신개념 건축구조시스템을 개발했다. 이후 SOM은 한국의 63 빌딩을 포함한 전 세계의 마천루 시장을 장악했다. 파즐러 칸은 이전까지 종이에 손으로 직접 그리던 설계에 컴퓨터를 도입한, 캐드의 선구자이기도 하다. 



존 행콕 타워(The John Hancock Center, 1969년 완공)는 100층이다. 

X자 프래임(X-bracing)이 건물 전체를 덮고 있어 아래서 올려다보면 매우 장대하고 멋진 느낌이다. 이 X자 프래임이 밖에서 잡고 있는지라 안의 면적이 더 넓어지고 건설 자재를 덜 쓰는 친환경적 효과가 있다. 


이 빌딩은 다 오피스 일 것 같지만 저층부만 그렇고 고층부는 고급 주거다. 도보로 접근하기 쉬운 관광지에 있어서, 이 앞에서 사진을 많이 찍는다. 시카고에 처음 방문하는 관광객은 존 행콕 타워 전망대에 갔다가 지하 선큰가든의 치즈케이크 팩토리에 방문하는 게 루트다. (치즈케이크 팩토리는 미국 여행서 한 번만 가보면 된다만)


존 행콕 센터의 장대한 X 브레이싱. 사진출처 위키피디아


구 시어스 타워라는 이름이 많이 쓰이는 윌리스 타워(The Willis Tower, 1974년 완공) 108층이다. 

1973년부터 1998년까지 세계에서 제일 높은 빌딩이었다. 

건물이 다양한 길이의 레고 블록 여러 개 붙여놓은 것처럼 생겼다. 담뱃갑에서 한 개를 뽑다가 주변 것들이 같이 딸려 나오는 형상을 한 디자인이다. 복합 튜브 공법으로 서로가 서로를 의지하며 강한 바람에도 쓰러지지 않는 원리다. 존 행콕 센터보다 조금 외진 데 있다만 전망대가 더 높다. 검고 울룩불룩한 외관이 그다지 아름답다 멋지다는 생각은 들지 않지만, 파즐러 칸의 구조기술이 여기서 또 한 번 멋지게 비약했다. 


그의 튜브 공법은 다양한 변주를 가지고 발달해, 이 윌리스 타워를 제치고 이후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이 되는 페트로나스 타워나 부르즈 칼리파에 계속 충실히 쓰이고 있다. 


가운데 검은 것이 윌리스 타워. 사진출처 위키피디아



그럼 브루스 그래험은 이 두 빌딩 지을 때 뭘 했냐고? 건축가가 하는 일반적인 모든 디테일을 다 했다. 파즐러 칸은 구조기술 엔지니어인 것이고. 둘 간의 긴밀한 협업으로 이 건물들이 서 있는 게다. 

그렇게 초고층 건축계의 환상의 듀오 이야기는 여기까지. 


윌리스 타워 전망대에서 바라본 존 행콕 센터(왼쪽 상단의 검은 건물), 오른쪽 투명한 뿔 건물은 신상 트럼프 타워




 


시카고에 있는 세계에서 제일 큰 스타벅스의 기념 컵. 두 피카츄 실루엣. 점원 왈 새로 지은 트럼프 타워를 작가가 일부러 뺐다고



시카고의 스카이라인을 아이코닉하게 나타낸  음악학원 전단지. 왼쪽 피카츄 빌딩이 윌리스, 오른쪽이 존 행콕 타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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