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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벨라 Jul 28. 2020

역시는 역시인 것일까

어른들 말씀 틀린 거 하나없다는 걸 이제야 깨닫습니다

5월에 예비신랑의 불륜을 알게 된 이후, 약 한 달간 우리는 치열하게 서로를 괴롭혔다. 나는 온갖 분노와 욕을 그에게 밤이고 낮이고 생각날 때마다 보냈고, 그러면서도 불안해 했다. 그 대상과 여전히 한 공간에서 얼굴보고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 숨막혀했고, 매일 밤 도대체 왜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그에게 전화했다.

욕과 비난이 주된 내용이고 별다른 내용이 없는 대화였지만 나는 그런식으로 아직 그옆에 내가 있음을 보여주려했다. 잘못했다며 무릎이라도 꿇겠다는 그 애에게 우리의 사랑은, 우리의 관계는 너 하나로 쉽게 무너지는 그런 가벼운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너는 잠시잠깐 운이나빠 잘못 걸린 돌부리 정도라는 것을 확인시켜 주고 싶었다.

그러기를 한 달.
점차 대화주제가 다양해지고, 통화시간이 길어지면서 우리는 다시 만나게 되었다. 하느님 앞에 무릎꿇고 고백하며 다시 우리가 그분 뜻대로 향하기를 기도했고, 함께 예비부부 피정에도 다녀왔다. 2박3일간의 시간동안 서로에 대한 모든 감정을 쏟아냈고, 다른 예비부부들에게는 축복과 기쁨의 수료증 수여식에서 처절하게 울며 서로를 용서하겠노라 약속했다. 그리고 믿기지않겠지만 우습게도 나는 우리의 관계가 다시 천천히 안정을 찾아간다고 믿었다. 그는 다니던 회사 사업장을 자진해서 옮겨갔고, 이또한 하느님의 큰 뜻이 있다고 믿었다.

매일 정시 퇴근하고 나면 그가 차려놓은 저녁식사를 함께하고 뉴스도 보고, 하루를 함께 마무리했다. 예정대로 제주 스냅도 진행했다. 한 번 파혼 이야기가 오고갔던 걸 아는 회사사람들은 바쁜 시기임에도 나의 휴가를 허락해 주었다.

그렇게 또 한 달의 시간이 지났다. 단순히 회사문제로 지쳐하는 것이라기엔 조금 달랐다. 정말 힘들었다면 나에게 털어놓을 법하고, 5월 이후 앞으로는 정말 서로의 감정을 숨기지않기로 약속했음에도 불구하고 늘 그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우울해했다. 이유를 물으면 모르겠다고 했다. 나는 그 이유가 단지 결혼예정일이 다가옴때문인지 알았다. 결혼을 할 확신도 자신도 없다고 하였다. 그러면서 자신을 붙잡아달라고했다. 나는 그런 그에게 너무 이기적인 게 아니냐며 응대했다. 아무일도 없었더라면 정말 내가 붙잡고 매달려 뭐라도 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내 의지와 상관없이 일어난 "불륜" 의 피해자였다.

그일있은지 얼마 되지 않은 시간이었고, 그시간동안 나라고 마냥 온전히 행복한 것은 아니었으니까. 그냥 나에 대한 마음이 예전과 같지 않다는 걸 인정하라고 했다. 그렇게 결혼예정일 D-100, 나는 우리 각자에게 현명한 결정을 내려야겠다고 마음 먹는다.


그리고 그 글을 쓴지 얼마안되어 그의 불안의 이유가 또다시 우리가 아닌 제삼자였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비참했다. 다시 한 번 우리에게 찾아온 기회라고 생각했는데 결국 또 나혼자만의 착각 속에서 "우리" 라는, 그리고 "결혼" 이라는 허황된 꿈을 그리고 있었다.

그렇게 더이상의 미련도, 아쉬움도 가질 새 없이 우리는 두 번째 이별, 아니 진짜  "파혼"을 했다.

어느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못한 스냅사진을 찍은 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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