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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배추 Jun 28. 2024

항마

13. 목걸이를 찾는 자

“인상착의 등을 전송했습니다. 아시겠지만, 극비에 부쳐주시고, 금요일 오후 7시까지는 정보를 주시면 나머지 금액을 드리겠습니다.”


김경배는 태환의 비서에게 받은 사진과 정황에 대해서 체크한 다음에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목걸이가 드디어 그에게 자취를 드러낸 것이다. 목걸이에 대해서 알게 된 것은 그의 조부로부터였다. 매일 저녁 자신에게 해주었던 그 옛날이야기였는데, 여러 가지 색을 뿜어내는 보석이 사실은 열쇠라는 사실이었다. 그 열쇠를 가지면 신의 검을 가질 수 있다고 했다.


“할아버지, 또 이야기해 줘.”


“그 목걸이는 살아 있지 않으면서 어떤 때는 살아 있는 것 같았지. 보석인 주제에 자취를 감추게 만드는데 영리했거든. “


“그게 무슨 말이야. 보석이 사람도 아닌데 어떻게 뭘 감추고 그래. 뻥치지 마! “


“허허허, 그러게 말이다. 그런데 그 보석은 때가 되면 자취를 감추지 않고, 길을 알려준단다. 그리고 그 길목에서는.. “


쿨럭쿨럭


할아버지는 마치 자신이 본 일을 말하듯이 이야기를 했었고, 딱히 읽을 책이나 놀거리가 없었던 경배는 그것을 듣는

것만으로도 꿈을 꿀 수 있었다. 신의 검을 가지고 세상을 재패하는 김경배! 세상이 자기 것이 되면, 할아버지에게 그 세상을 선물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할아버지, 경배가 그 목걸이 찾을게.”


“하하하 그래 이 녀석아. 할아비는 너만 믿는다.”


리어카에 폐지를 모으며 살아가는 두 사람은 서로의 등을 바닥에 기대어 누워서 이야기하는 그 순간이 제일 행복했다.  


그날도 여러 날처럼 평범한 하루였다. 그날의 할아버지는 눈동자가 검은색으로 뒤덮여있었다. 평소의 할아버지가 아닌 것 같았다. 입에서는 묘하게 거품 같은 게 흐르는 듯 보였고, 입이 귓가까지 찢어지도록 웃으며 소리쳤다.


“목걸이를 봤다. 그 목걸이가 왔어. 하하하“


손에 들려 있던 칼을 들고는 할아버지가 어디론가 향했다. 평소에는 부엌칼조차 쓰는 법이 없는 그는 된장찌개를 끓일 때도 두부를 손으로 듬성듬성 뜯어서 넣는 방식으로 투박하게 요리를 했다. 그런 그가 칼을 들고서는 밖으로 나간 것이었다. 그의 칼이 보이는지 안 보이는지, 주변 사람들은 할아버지를 크게 신경 쓰지 않았고, 할아버지는 평소에 몇 배나 되는 빠른 걸음으로 달려 한 집 앞에 도착했다. 경배가 할아버지를 따라가는데 적잖이 애를 먹은 순간이었다.


작은 아이를 데리고 있는 여자와 남자가 집에서 나왔다. 여자와 남자는 칼을 든 할아버지를 보자, 얼굴이 하얘졌다. 그들의 품에 안겨있는 그 작은 아이는 목걸이를 한 채 이불에 쌓여 있었다. 여러 빛이 나오는 목걸이를 확인하자, 할아버지의 몸에서 검은 기운이 나오더니, 주변이 칠흑 같은 암흑으로 경계 지기 시작했다. 그가 그 여자와 남자를 먼저 베려고 속도를 내어 다가갔다.


갑자기 검은 암흑이 두 개로 쪼개어지면서 장발의 남자가 위에서 나타나 그 앞을 가로막았다. 검은색눈에서 살기를 띄우며 그 남자의 가슴을 향해 칼을 밀어 넣는 할아버지. 경배가 할아버지에게 그러지 말라고 소리치려는 순간, 그 장발의 남자가 하늘로 뛰어오르더니 할아버지의 정수리를 칼로 긋더니 목을 베어 버렸다. 나뒹구는 할아버지의 목과 그대로 자리에 서 있는 몸. 주변은 피로 물들기 시작했고, 목걸이는 공명하듯이 빛을 내더니 눈을 떴을 때는 경배는 자신의 집에 있었다.


‘꿈인가?‘


하지만 그는 더 이상 할아버지를 찾을 수 없었다. 어제 본 걸로 추정되는 그 가족들도 보이지 않았다. 증발해 버린 것처럼 없어진 모두들. 경배는 그날부터 혼자가 되어야 했다. 어린 나이에 혼자 사는 건 쉽지 않았다. 집에서 쫓겨났고, 시설에서는 형들한테 죽도록 맞았다. 그곳에서 도망 나오자, 배가 고파서 쓰리기통을 뒤지는 날도 허다했다. 경배의 마음이 마지막 본 할아버지의 눈처럼 검게 물들어 갔다. 할아버지를 죽인 자를 찾아 똑같이 목을 도려내야겠다고 생각했다.


살기 위해 싸웠고, 싸우다 보니 길거리에서 이름을 알리게  된 경배였다. 물리기 전에 물어뜯어야 했다. 자신의 등에 칼을 꽂으면, 상대방의 등을 반으로 갈랐고, 자신의 발목을 잡는 이에게는 그 발목을 끊어 놓았다. 자신에게 차오르는 폭력으로 삶을 일구어낼 때, 목걸이가 스스로 나타났다.


”목걸이와 여자라.. 그때 그 애새낀가 보군. “


바닥에 침을 뱉으며 경배는 태환이가 있는 곳으로 가서 쑥대밭을 만들까 생각했다. 하지만 그렇게 간단히 끝내면 재미있을 턱이 없었다.


“재미있어지겠네.”


큰 소리로 웃는 경배의 눈이 점차 검게 물들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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