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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배추 Jul 17. 2024

재테크편 3화: 미니멀리즘-옷을 사지 않습니다.

부자가 되기 위해서 절약생활을 실천 중입니다.

어린시절, 소공녀와 신데렐라 등 부자-가난-부자의 우여곡절은 있지만 결국 부자로 회귀하는 동화들을 읽으며 쓸데 없는 상상을 하게 되었습니다.  '어쩌면 난 부잣집아이였는데, 산부인과의 실수로 이렇게 가난한 집에 온 것인지도 몰라.'라는 상상이었죠. 집에 장난감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언제나 사람그림을 그리며 그림인형극을 펼치던 저였기 때문에 그 상상은 줄기가 점차 자라, 나를 키워준 고마움은 절대로 잊지 않겠다는 다짐까지 이르르게 됩니다.  물론 상상은 상상으로밖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그 기대는 빨리 접었습니다. 대신에, 눈 깜짝할 새에 어른이 되어 월급을 따박따박 받으면서 생활을 하고 싶다는 지극히 현실적인 꿈을 꾸기 시작했습니다.

출처: 디즈니


하지만 지구의 중력이 작용하는 공간에서 제 시간만 빨리 가진 않더라고요. 어쩔 수 없이 초중고를 남들과 같은 시간으로 버텨 드디어 어른이 되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월급을 받는 직장인이 되길 희망했던 저는 졸업도 하기 전에 취직을 했지요. 괜찮은 월급에 좋은 직장이기만 하면 상관 없었기에 다른 직장을 구할 생각도  하지 않았습니다. 이미 직장인이 되고 싶었던 제 꿈은 이루었으니깐요. 더 이상 내일의 밥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생활을 할 수 있다니 뛸 듯이 기쁘기만 했습니다.


문제는 남의 돈 받기가 쉽지가 않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사회생활이 달디 단 밤양갱하고는 전혀 딴판이라서 직장인을 때려치우고 싶었습니다. 물론 그럴 수는 없었습니다. 그럼 집에서 쫓겨날 판이었거든요. 그렇게 매일 하루의 대부분을 쏟아가며 돈을 버는데, 이상하게 생활이 나아지려는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습니다. 수 많은 아파트 중에 내 이름으로 된 집 하나 없는 현실도 버거웠구요. 삶이란 게 버틸 희망이 있어야 하는데, 비벌리힐스에서 쇼핑을 할 것 같은 미래는 보이지 않더라고요. 부자가 되는 길에는 3가지 방법이 있다고 합니다. 사업을 해서 성공하는 것과, 투자를 하는 것 그리고 절약이지요. 당시나 지금이나 사업을 할 배짱은 없었고, 투자를 할 시드머니가 있었던 것도 아닌데다가,  0원으로 시작한 살림살이에라서 더 이상의 대출은 무리였기 때문에 절약을 하기로 했습니다.




처음(?)으로 부부싸움을 했던 때가 생각나네요. 제가 갈색부츠를 샀을 때였습니다. 명품브랜드도 아니었고, 심지어 중저가브랜드도 아닌, 보세신발이었어요. 매우 저렴한 가격이었지만, 검정부츠가 있는데 갈색부츠를 사는 제가 이해가지 않았던 호적메이트는 일주일동안 저에게 말을 걸지 않았습니다. 왜 삐졌는지 도무지 모르겠더라고요. 일주일동안 말을 안하길래 답답한 제가 뭐 때문에 그렇게 삐졌냐고 물었습니다. 대답은 생각지도 못한 갈색부츠였어요. 또 신발을 사는 제게 대단한 화를 느꼈나보더라고요. 갈색과 검정색은 다른 색이라고 말했을 때, 호적메이트의 표정이 아직도 생각납니다. 물론 지금은 둘다 나이가 들어서인지, 둘 다 회사용 끈 없는 운동화와 집에서 신는 끈 있는 운동화를 각각 살 정도의 여유를 가지고 있지만, 그 당시에는 그 정도로 피 마르게 절약을 했었습니다. 여름휴가로 가기로 한 부산여행에는 차비를 아껴보자며, 무궁화호를 타고 가기도 했고, 첫 차는 이제 나오지도 않는 12년 된 중고세피아였어요.


하지만, 첫 직장이 잘 사는 분들이나 명품에 해박한 분들이 워낙 많았던 곳이다 보니, 저도 조금씩 욕심이 나더라고요. 나이키만 봐도 후덜덜 거렸던 조막손이 이제는 루이비통이나 샤넬까지 넘나들기도 했습니다. 돈이란 게 벌기는 어렵지만, 쓰기는 정말 쉬웠어요. 특히, 삼신할매에게 출생을 잘못배정받은 건지, 어려웠던 가정형편과는 다르게 쓰는 데 탁월한 소질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다행히 아무거나 사지는 않았습니다. 세일을 반드시 해야 샀고, 세일하지 않는 것들은 쳐다도 보지 않았어요. 뉴욕에서는 샘플세일이라고 창고에서 떨이형태로 팔 때가 있는데, 매번 참여했습니다. 흙속에서 보물을 찾는 심정으로 매달 출근하다시피했는데, 그러다보니 옷이 점점 많아지더라고요. 어떤 옷을 가지고 있는지 헷갈릴 정도가 되었습니다. 분명 싸게 샀는데, 카드값이 점점 커졌습니다. 게다가 미국에서 산 옷들이 한국에서는 약간 미묘하게 분위기가 안맞았습니다. 답답했습니다.


과연 세일제품을 미리 사두는 게
가계의 이득이 될까?
필요한 물품만 가지고 있는 게
더 합리적이지 않을까?





그래서 결심했습니다. 대대적으로 정리를 해야겠단 생각을 했어요. 미니멀리즘의 시작인거죠. 집에는 붙박이장이 2개가 있는데, 이불을 포함해서 그 안에 모든 걸 넣을 수 있는 상태로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한 것입니다. 말도 안되는 일 같지요? 하지만, 아이방에는 아이의 옷가지들과 장난감, 이불만 넣어서 붙박이장 하나를 아주 여유있게 채웠고, 안방에 있는 옷장에는 호적메이트와 제 옷, 가방으로 채우고, 현재 한 칸이 남아있습니다. 여름이 지나가면 거기에 선풍기를 보관할 예정이에요. 옷장을 열어봐도 이젠 답답하지 않습니다. 뭐가 어디에 있는지 훤히 보이니깐요. 이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더 이상 옷을 사지 않으려고 하고 있습니다. 옷이란게 아무리 싼 걸 사더라도 5만원이 3벌이 모이면 15만원이 되고, 그게 매달 이루어지면 1년에 약 180만원이 소비가 되니깐요.


잘 생각해보면 우리가 옷을 사는 이유는 비슷할 것입니다. 옷이란 게 많이 입어봐야 내 스타일을 알 게 될 것 같고, 막상 옷장을 열면 입을 게 없어요. 게다가 택배가 오면 막 가슴이 두근거리며, 도파민이 마구 쏟아져나오는데다가, 더 늙기 전에 여러 가지 스타일을 도전해보고 싶은 욕구도 생깁니다.


옷을 사는 이유와 해결방법
1. 스타일을 찾기 위해
  -> 인터넷을 이용하고, 평소에 자신을 관찰하자.

2. 택배의 도파민을 포기할 수 없다.
  -> 몸에 좋은 먹거리를 대신하자.

3. 늙기 전에 많은 옷을 도전하고 싶다.
  -> 도전보다는 스타일을 찾는 게 합리적!


문제는 스타일이란 건 꼭 많이 입어봐야 생기는 건 아니더라는 겁니다. 인스타나 잡지 등을 보며 트렌드를 파악하고, 어떤 옷을 입었을 때 내가 가장 편하고 좋아보이는지를 관찰하는 게 가장 중요하더라고요. 스타일은 곧 관찰입니다. 내가 어떤 소재를 좋아하는지, 어떤 옷을 멋있다고 생각하는지, 어떤 색이 나에게 어울리는지를 관찰해야 비로소 나에게 맞는 스타일이 나오는 것이지요. 게다가 택배가 주는 희열감도 오래가지 않고, 슬프게도 늙으면 아무리 예쁘게 입어도 미친듯이 예뻐보이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전 옷을 사지 않는 것에서 미니멀리즘과 절약을 시작했습니다. 도파민이 필요하여 뭔가를 사고 싶을 때는 몸에 좋은 음식재료를 삽니다. 더불어 옷을 다시 버려야 하는 수고로움을 상기하곤 하죠. 힘들게 번 돈도 써야 하는데, 제 수고도 들여야 하니, 물건을 사고 싶다가도 잠시 고민하게 됩니다. 신기한게 이렇게 절약하다보면, 옷에서 주방용품 등 점점 물감이 옷에 물들어가듯 퍼져갑니다. 냄비도 하나 내지 두 개면 충분하고, 밥그릇도 딱 사람 수에 맞추어 놓고는 더 이상 들이지 않습니다. 자신에게 필요한 물건 이상은 소유하지 않게 되는 것이지요.


옷장을 열면 이제는 제가 좋아하는 옷들로만 구성되어 있어 예전보다 옷을 고르는 시간도 절약되고, 옷을 입었을 때 만족도도 높아졌습니다. 게다가 친한 동생이 안입는 옷을 챙겨주어서 예전보다 요즘 옷을 더 잘입게 되었어요. 그러니, 미니멀리즘을 실천하면서 절약하여 우리 같이 부자되지 않으실래요?

오늘도 사지 않고 내 마음 속에 저장한 옷/출처: www.the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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