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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지영 May 03. 2023

쉬미

연습도 영리하게..


‘벨리 댄스’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동작이 있다. 골반을 빠르게 움직이며 떠는 동작인 ‘쉬미’다. 나는 유독 ‘쉬미’가 어려웠다. 쉬미는 일정한 리듬으로 다리 혹은 골반을 빠르게 떨어야 하는데 나는 그 리듬을 놓치곤 했다.      


“매일 연습해 보세요. 몸으로 익히면 돼요.”

선생님의 조언에 따라 매일 조금이라도 연습했다. 하지만 내 골반은 삐그덕거렸고 리듬은 엉켜버렸다. 급기야 나는 원래 이 동작을 못하는 몸이라며 포기하기에 이르렀다.      


어느 오후, 벨리댄스 수업 날이었다. 우연히 나 빼고 다른 수강생 모두 결석하게 되었다. 뜻하지 않게 개인 강습이 되어버린 차에 선생님은 ‘쉬미’를 이번 기회에 가르쳐 주시겠다고 말했다.      

“한쪽 다리씩만 떨어볼게요.”

나는 한쪽 다리씩 앞뒤로 빠르게 떨어봤다.

‘덜덜덜 덜거덕?’

일정한 박자로 움직이던 다리가 마치 배터리가 다 된 것처럼 속도가 느려지며 멈췄다. 아무리 흔들어 보려 해도 리듬 있게 움직여지지 않았다.

“아니, 왜 이런 거지? 다시 더 세게!”

선생님은 삐그덕거리는 내 다리를 보고 당황하며 아예 쭈그려 앉아 내 무릎 뒤에 손을 대며 소리쳤다.

“제 손을 무릎으로 쳐봐요. 세게!”

나는 있는 힘껏 무릎을 빠르게 움직였지만 역부족이었다.      

선생님과 나는 지쳐서 주저앉았다. 지친 선생님의 얼굴을 보니 미안한 마음이 들면서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연습해도 안 되는 건 혹시 다른 이유가 있는 걸까?’     

언뜻 떠오르는 기억이 있었다. 안무 중에 ‘W자 다리’ 동작이 있었는데 나만 유일하게 못 했던 기억이었다. 대개 여자들은 그 동작을 쉽게 한다는데 내 골반은 꿈쩍도 하지 않았었다. 혹시 그 동작이 되지 않는 것과 연관이 있는 걸까?     


나는 내 골반 주변 근육이 ‘쉬미’를 못하는 원인일지도 모른다는 가설을 세우고 해부학 자료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공부를 거듭할수록 나는 몸이 유기적으로 움직인단 걸 새삼 깨닫게 되었다. 다리를 떨고 골반이 흔들리는 이 동작은 단순히 다리와 골반 근육만 관여하는 것이 아니었다.

      

좌우 균형이 깨져 몸이 틀어져 있던 것과 몸통과 복부 근막이 유독 굳어 있는 것도 쉬미와 연관 있었다. 나는 균형을 잡고 근막 마사지와 코어 운동을 병행했다. 고관절을 유연하게 쓰기 위해 구석구석 스트레칭을 하자 놀랍게도 W자 다리를 쉽게 할 수 있게 되었다.     


몇 달이 지나자 힘이 생기고 리듬감이 생기며 쉬미가 눈에 띄게 좋아졌다.

“와~ 중심축이 많이 좋아졌네요.”

선생님의 칭찬에 어깨가 으쓱해졌다. 몸의 균형과 코어가 좋아지자 모든 동작이 한결 편해진 것이다.      

시간을 들이고 공을 들여도 상황이 좋아지지 않는다면 눈에 보이는 원인이 전부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걸 나는 춤 연습으로 알게 되었다. 연습도 열심히만 하는 것이 아니라 영리하게 해야 한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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