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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젤라의 일기장 Apr 13. 2023

나이 먹고 춤을 춘다는 것은?

몸이 허락하는 만큼만


‘아 춤추기 싫은데. 수업 빠질까?’

요 며칠, 불쑥 불쑥 드는 생각이었다. 분명 지난주까지만 해도 어떻게 하면 배운 작품을 소화할 수 있을지 신나서 떠들어 댔건만, 단박에 마음이 변해버렸다.      


‘아 차! 몸이 좋지 않은가 보다.’     

아니나 다를까 목이 따끔따끔한 것이 감기인 것 같다. 갑자기 춤이 싫어지는 것은 ‘이봐 조심해. 곧 아플 거야.’라고 몸이 경고를 보내는 거다. 그러다가 춤이 다시 추고 싶어지면 몸이 회복되었다는 신호다. 이것이 내 몸을 이해하는 방법이다.


 전문 무용수들이 은퇴할 나이쯤, 뒤늦게 춤을 시작한 나는 몸을 더 민감하게 살필 수 밖에 없다. 그러니 내 목표는 딱 하나다. 다치지 않기! 나의 목표는 마스터가 되는 것이 아니라 다치지 않게 즐기는 거다.      


40대 중반, 처음 현대무용을 배우기 시작했을 때, 나는 잔뜩 주눅이 들었다. 함께 배우는 사람들과 거의 20살 가까이 차이가 나서였다. 쌩쌩 날아다니는 그들을 쫓아가느라 나는 늘 무리를 하곤 했다. 수업이 끝나면 여지없이 무릎과 발등에 멍이 들었고, 시큰시큰 아픈 건 예사일이었다. 멍이 빠질 새도 없이 다음 수업을 이어가길 반복하자 결국 무릎 통증이 심각해지고 말았다.     


'춤을 그만둬야 할까?'

서글픈 고민 앞에서 나는 갈피를 잡지 못했다. 하지만 이대로 그만두면 평생 후회할 것 같았다. 나는 내 몸에 좀 더 집중하고 관찰하기로 했다.


'팔을 올릴 때 어깨를 제대로 쓰고 있는 건가?' '무릎을 구부릴 때 각도는 정확한가?'

세심한 관찰 끝에 무게 중심이 잘못되어 있다는 걸 깨달았다. 움직일 때는 물론, 서 있을 때조차 무게 중심이 틀린 탓에 몸 전체 균형이 틀어질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자세가 틀어진 것은 이미 알고 있는 바였다. 몇 년 전부터 어깨 통증이 심해졌기 때문이었다. 발바닥 아치가 무너진 탓에 무릎이 밖으로 돌아가 X자 다리가 되었고 몸통이 돌아가서 한쪽 갈비뼈가 좀 더 튀어나와 있었다. 어깨는 안으로 말려서 구부정했고 한쪽 어깨는 올라가 있다.


생각해 보니 몸이 틀어진 것은 10대 초반부터 시작되었다. 오랜 시간을 잘 못 사용한 대가를 지금 치르고 있는 셈이다. ‘이봐. 몸주인 양반! 당신이 몸을 제대로 못 썼기 때문이라고.’ 마치 몸이 야단치는 것 같았다.      


‘알렉산더 테크닉’으로 알려진 프레데릭 알렉산더는 연극배우였다. 그는 공연 중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문제로 자신이 몸을 잘 못 쓰고 있을지 모른다는 의구심을 갖게 되었고 무려 9년이나 자신을 관찰했다고 한다. 그 결과 자신이 목과 머리를 잘 못 쓰고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알렉산더는 운동하는 시간과 강도 보다 평소 자세와 습관이 몸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강조했다. 몸을 바르게 쓰는 것이 심리나 '정서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믿었던 알렉산더는 의식적으로 우리 몸에게 바른 지시를 내리고 조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는 걷기부터 다시 연습했다. 걸을 때 발바닥에 무게가 어디로 실리는지, 어떤 근육을 쓰는지 관찰하고 움직였다. 굳은 근막과 근육도 풀고 교정 운동과 스트레칭, 근력 운동을 병행했다. 걷기, 앉기, 눕기같이 무심코 하는 동작에서도 몸을 잘 못 쓰고 있다니 적잖게 충격이었다. 써야 할 근육을 쓰고 쓰지 말아야 할 근육은 쓰지 않는 것. 이것은 생활에서만 아니라 운동, 춤에서도 중요하다.      


중년에 춤을 배우는 것은 단순히 기술만 쌓는 것이 아니다. 내 몸과 소통하는 법을 배우고 몸을 부드럽고 바르게 만드는 것도 포함되어야 한다. 몸은 정직하다. 내가 무엇을 먹는지 어떤 습관이 있는지 정직하게 반응한다.      


몸을 바르게 쓰려고 한 지 몇 달이 지나자 내 무릎의 통증과 멍은 사라졌다. '너 자세가 아주 좋아졌어' 만나는 지인들마다 내 변화를 칭찬하자 어깨가 으쓱해졌다.


 춤을 출 때의 '태'는 물론, 평소 걸음걸이와 마음가짐까지 달라진 것 같았다. 가슴을 쭉 편 덕분에 자신감이 생겼고,긍정적인 시각을 갖게 되었으며, 몸이 가벼워져 삶의 활력도 생겼다.      


‘이 나이에 춤은 무슨!'     

고민하시는 분이 있다면 늦었다고 걱정하지 마시라. 얼마든지 배울 수 있으니. 대신 중년은 몸을 섬세하게 관찰하고 돌보며 배워야 한다. 배우다 보면 욕심이 나겠지만, 과욕은 절대 금물이다. 솔직하게 이건 나 자신에게 하는 말이다. 욕심이라면 누구에게 지지 않은 사람이니까.      


오늘도 현대무용 수업이 시작되자, 스스로 다짐했다.

'몸이 허락한 만큼만 하겠습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그만큼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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