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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젤라의 일기장 Feb 23. 2023

좋아하는 일이 직업이 된다면?


직장 생활이 힘들 때마다, 나는 '이 일은 내 천직이 아니라서 그래.'라는 말을 달고 살았다. 그러곤 언젠가 내게 꼭 맞는 천직을 찾겠다고 다짐했다. 벨리댄스에 몰입할 당시, 나는 이것이야 말로 내 천직이 아닐까 기대했다.      


어느 날, 나는 진지한 얼굴로 한 선배에게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선배, 저 벨리댄스 강사로 직업을 바꾸고 싶어요.”

‘그럴 줄 알았어.’라는 표정으로 선배가 입을 열었다.

“취미랑 직업은 달라!”

“좋아하는 일로 밥벌이를 할 수 있잖아요.”

불쑥 반감이 들어 내가 대꾸했다.

“취미를 직업으로 삼으면 괴로워져. 직업은 생계유지 수단일 뿐, 마음을 담아 하는 일은 아니니까.” 그러면서 취미를 직업으로 삼은 사람들은 하나같이 후회한다는 말까지 덧붙였다.


그래도 미련이 철철 넘치는 내 모습에 선배는 한심하다는 듯이 쳐다보며,

“그럼, 투잡은 어때?.” 라고 아이디어를 냈다.

그 말에 내 눈이 반짝였다.

‘그래, 직장을 관두지 않고, 투잡을 하면 되는 거지.’     

때마침 초급 임시 강사 공고가 났고, 나는 꿈에 그리던 강사가 되었다. 간절히 원하던 일이라 수업 준비하는 일조차 마냥 즐겁게만 느껴졌다. 수업 첫날, 막상 수강생들을 대면하자 기쁨보다는 긴장과 압박감이 몰려왔다. 이곳은 더 이상 놀이터가 아니라 직장이었다.      


“오..오늘부터 수업을 맡게 되..되었어요”

목소리가 심하게 떨렸고, 어깨 근육도 뻐근해졌다. 긴장한 티를 내지 않으려 애쓰느라 수업이 어떻게 끝났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였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왠지 모를 허무함이 밀려왔다.      


‘분명 자주 느껴본 기분인데..아!, 맞다! 이것은!’

그제야 생각났다. 매일 밤 직장에서 퇴근하며 느끼는 감정과 꼭 닮아있다는걸.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으면 다를 줄 알았는데 선배의 조언대로 직업이 되는 순간 힘든 건 매한가지였다.


나는 부정하고 싶었다. 좋아하는 일은 절대 직장과 같을 리 없다고. 그저 처음이라 그런거지. 익숙해 지면 즐기게 될 거라고.      


하지만 그다음 수업도, 그다음도 수업하러 가는 발걸음은 출근할 때와 같았고 퇴근할 때 느끼는 공허함도 역시 같았다. 좋아하는 일이라고 해도 직업인으로 받는 스트레스는 분명 있었다. 좋아하는 일도 직업의 영역에서는 힘든 건 매한가지였다.


‘천직은 개뿔’ 몇 달 동안 강사 경험으로 나는 천직에 대한 환상을 버렸다.      

시간이 흘러 약속했던 임시 강사 기간이 끝났다.

“선생님, 안무 10분만 더해요!”

수강생들이 아쉬워하며 졸라댔다. 그들의 환한 얼굴이 그나마 내 마음에 위안이 되긴 했지만, 미련 없이 강사 생활을 접었다.     


이 일로 인해 벨리댄스에 대한 내 열정은 차갑게 식었다. 지친 일상에 오아시스같던 벨리댄스가 더 이상 기쁨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취미는 취미일 뿐, 직업 삼지 말라던 선배의 조언이 그제야 마음 깊숙이 들어왔다.      


취미가 즐거운 것은 순수한 열정으로 깊게 몰입할 수 있어서다. 결과가 어떻든지 즐기면 그만이었다. 누군가 만족시킬 필요 없이 나만 좋으면 된다. 직업은 완전 반대였다. 나보다는 타인의 만족이 우선시 되고 그것이 수익과 직결되니 순수한 열정만으로 몰입할 수 없었다.      


시간이 흐른 후 나는 다시 벨리댄스를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역시 취미는 취미일 때 큰 기쁨을 주는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취미는 그냥 취미로 남겨두려 한다. 현실을 피해 쉴 수 있는 오아시스 하나쯤은 갖고 있어야 힘내서 고된 삶을 견딜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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