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 슬 Sep 19. 2023

프롤로그, 어쩜 나는 나로 태어났니 정말

살다보니 내가  더 좋아지는 30대 여자 사람 이야기

말 그대로다. 어쩜 나는 나로 태어났을까. 세상엔 정말로 많은 사람들이 있는데,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길래 나는 나로 태어나 이 고생을 하고 살아가는지. 나는 정말로 내가 싫었다.


아침에 일어나 눈을 뜨는 일이 가장 괴로웠다. 자고 일어나면 이 모든 일이 사라지길, 아니 고통도 흔적도, 누구도 슬프지 않다면 정말로 이 세상에서 없어지고 싶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당시 내 꿈은 소설가였고, 지금 역시 마찬가지다.


첫 상담, 나는 선생님을 똑바로 보고서 이렇게 대답했다.

“선생님 저는 그냥 사라지고 싶어요”

선생님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내게 말했다.

“세상엔 그런 사람이 없어요. 글을 쓰고 싶은 것도 무슨 흔적을 남기고 싶은 게 아닐까요?”

이 말에는 일말의 진실이 들어있을지도 모른다. 다만, 그때의 나는 그럴 여유가 없었다. 그렇죠. 의사 선생님, 인생이 안전 탄탄대로인 선생님이 뭘 알아 뿌에에엥. 예약하는데에 5주나 걸렸고, 오늘도 환자가 넘쳐나는 이 병원의 운영자인 선생님이 뭘 아냐고요. 나는 진짜 사라지고 싶은데, 내가 사라지면 슬퍼할 몇 안 되는 사람들 때문에 억지로 하루하루를 버텨내고 있다는 말을 해야할까 말까 고민하던 찰나에 선생님이 다시 입을 뗐다.


“생각이 너무 많으신 것 같아요.”

그건 맞다. 나는 생각이 많다. 선생님이 내게 이런 말을 하는 도중에도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를테면, 1층에 있는 노브랜드 버거에서 햄버거나 먹고 가야지. 그렇게 나의 첫 상담은 끝났다.


운이 좋게도 첫판부터 약빨이 잘 들었다. 다음날 깊은 잠에서 깨어났고, 꽤나 상쾌한 아침을 맞이했으며 약을 꼬박 먹어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리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어버린 것이다. 뭐야? 남들은 이렇게 살아간단 말이야? 상당히 빡쳤다. 화가 많고 성격이 급한 경상도 출신의 여성으로서 이건 용서할 수 없는 결과였고, 나는 약을 잘 먹어보기로 결심했다. 자전거를 타고 동네를 산책하고 돌아왔다. 아, 근데 이젠 뭘 해야하지?


이제부터 내가 뭘 하고 살았는가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질 예정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서른살이 된 지금의 나는 너무도 살고 싶어졌다. 그리고 살아야 등단도 하고, 데뷔도 하고, 책 한 권이라도 내지 않겠는가 이말이다. 살다보니 내가 썩 나쁘지 않다. 나만큼 나를 미워한 사람이 있을까 싶은 나의 20대에 사과하며, 모두가 삶에 조금 더 기회를 주길 바라며 쓰는 글이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