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길가영 Jul 21. 2024

남도 발효음식(1) '홍어'

 

홍어(洪魚)

남도의 대표적 발효음식이다.


어릴 적, 홍어 음식을 볼 때마다, 저 냄새나는 생선을 어른들은 왜 먹을까? 하는 생각을 하곤 했다. 나이가 들어 홍어탕을 먹을 기회가 있었는데, 국물이 입에 들어가는 순간, 코가 뻥 뚫리는 느낌과 알싸하고 묘한 맛이라고 할까? 정말 특이한 식재료 인건 맞다. 


홍어의 예전 기록들을 살펴보면, 홍어는 홍어목 가오리과 연골어류(軟骨魚類) 일종으로, 모양이 연잎을 닮았다 하여 ‘하어(荷魚)’, 생식이 괴이하다 하여 ‘해음어(海淫魚)’등으로 부르며 전남 서남해안 지방에서 잔치음식, 제사음식으로 발달되어 왔다. 홍어는 우리나라 서남해에 주로 분포하는데 흑산도, 백령도, 대청도 등에서 많이 잡히는 어종으로 정약전(1760~1816)의 『자산어보(玆山魚譜)』에 기록되어 있다.


“동지 후에 비로소 잡히나 입춘 전후에는 살이 찌고 제 맛이 난다. 

2~4월이 되면 몸이 쇠약해져 맛이 떨어진다. 

회, 구이, 포 등에 모두 적합하다. 나주 가까운 고을에 사는 사람들은 즐겨 삭힌 홍어를 먹는다.”라고 전해져 전라도 지역에서 삭힌 홍어를 즐겨 먹었음을 보여줌   

“배에 복결병(腹結炳)이 있는 사람은 삭힌 홍어로 국을 끓여 먹으면 더러운 것이 제거된다. 

이 국은 또 주기(酒氣)를 없애주는데 매우 효과가 있다” 고 기록되어 있음     

정약전의 『자산어보(玆山魚譜)』


목포는 오래전부터 흑산도 인근 바다에서 포획한 홍어를 소비하는 집산지였다. 당시 홍어는 가마니에 담겨 여객선이나 화물선(상고선)으로 인천을 거쳐 목포까지 운송되어 공판장을 통해 여러 지역으로 팔려 나갔다. 목포의 동명동 어시장(현재 목포수협위판장)을 중심으로 국내산ㆍ수입산의 홍어가 집결되어 왔고 전국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1)     


특히, 흑산도 인근 바다에서 포획한 홍어는 구하기도 힘들고 상당히 비싸게 거래가 된다. 흑산도를 비롯한 우리나라 연근해에서 어획량이 급격히 감소하게 되어 1992년 무렵부터 칠레와 아르헨티나산 수입 홍어가 대량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 뒤 국내산 및 수입산 홍어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목포 동명동 수산물 어시장이 형성되었다.      


홍어는 나주시의 영산포가 소비와 공급의 중심지가 되었는데, 과거 흑산도 등 서해의 섬들에 거주하던 사람들이 육지로 이동하는 과정에 영산포에 정착하면서 자연스럽게 홍어의 소비가 이루어졌다고 한다. 그 이후 영산강과 호남선을 따라 확산되어 광주ㆍ전남의 서부지역 중심으로 홍어 음식문화권을 형성하게 되었다. 예전의 기록을 살펴보면, 고려 공민왕 때, 흑산도 사람들이 나주의 포구로 집단 이주를 한 뒤, 흑산도에서 홍어를 잡아 영산포에 가져오면서 5~6일 동안 자연스럽게 숙성돼 지금처럼 삭혀 먹는 홍어문화를 만들게 되었다고 한다. 영산포의 홍어 숙성은 항아리를 이용하는데, 항아리 바닥에 돌을 깔고 홍어를 재우면서 중간에 짚을 깔아 숙성을 시킨다.     


목포가 홍어를 쉽게 구할 수 있는 환경이다 보니, 홍어 요리가 발달되어 왔다. 1984년 국내 최초 홍어 음식점이 목포에 생긴 후,  홍탁삼합(묵은 김치, 돼지고기, 탁주)’이라는 이름이 알려지게 되었다.


광주전남 지역의 홍어와 가오리의 문화권 경계 2)





1) 윤형숙(2008), “홍어요리의 상품화와 전라도 지역 정체성-일상/의례 음식에서 별미요리음식으로,” 한국민족문화, pp399-424.

2) 조정규(2016), “홍어와 가오리의 음식문화권 연구-광주·전남을 중심으로-,”문화역사지리, pp 69-80.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