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어(崇魚)는 남도 지역의 명물 중 하나이다.
목포어황은 다도해 수중보의 관문으로, 다도해에서 흑산도, 제주도에 걸쳐 예부터 수산무진(水産無盡)이라 일컬어졌다. 조선시대부터 지금까지 인근 지역들의 집산지 역할을 수행한 곳으로써, 주로 어획되었던 어종으로는 “숭어, 조기, 넙치, 준치, 밴댕이, 민어, 해삼, 낙지, 새우, 오징어, 굴, 홍합, 전복, 굴조개, 김, 감태, 미역, 가사리, 한천” 등임을 확인할 수 있다.
『전남사정지(全南事情誌)의 전남 토산품(1930년)』
이수광(李睟光)의 ≪지봉유설 芝峰類說≫에는 수어(秀魚)라는 이름의 유래가 언급되어 있다.
옛날에 중국 사신이 와서 숭어를 먹어보고 그 속명을 물었는데 역관(譯官)이 대답하기를 수어(水魚)라고 하자 그 사신이 웃었는데, 역관 이화종(李和宗)이 말하기를 숭어는 물고기 중에서 빼어난 것이므로 그 이름이 수어(水魚)가 아니고 수어(秀魚)라고 하자 사신이 이를 납득하였다는 것이다.
『한국민족문화 대백과, 한국학중앙연구원』
사실, 나는 숭어나 어란을 실제 본적도 먹어 본 적도 없다. 오래전 그림 한 장을 통해서 ‘숭어’라는 바닷물고기를 처음 알게 되었다. 조선시대 풍속화였는데, 그림을 해석한 내용이 재미있어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다.
나는 2011년 숙명여자대학교 석사과정을 통해 한국의 전통식생활문화를 연구했다. 주로 조선시대 궁중음식, 반가음식, 사찰음식 등의 음식과 문화를 공부했다. 숙명여자대학교는 조선의 마지막 상궁인 한희순 님에게 궁중음식을 전수받아 지금까지 많은 제자들에게 한국의 음식문화를 알리고 있다.
석사과정 어느 날, 정희선 교수님 수업시간이었다. “오늘은 조선시대 풍속화 속에 담긴 우리 음식문화를 해석해 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조선시대 18세기 영조와 정조 때는 문예부흥기라고 할 수가 있는데, 그 시기 활동을 많이 한 화가들이 있죠. 김홍도, 신윤복, 김득신.... 자~~ 지금 보신 풍속화는 김득신이 그린 ‘강변회음’입니다.”
이 그림은 18세기말에서 19세기 초 정도로 그린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김득신의 수작 중 하나로 간단한 점과 선으로 생생하게 살려내고 인물 묘사가 탁월한 점이 특징이다. 지금은 간송미술관에서 소장하고 있다.
그림을 보면, 다수의 사람이 강가에 모여 앉아 음식을 나누어 먹고 있다. 얇은 옷을 입은걸 보니 아마도 음력 4,5월 늦봄 또는 초여름으로 추정하고 있고 배와 낚싯대가 있는 걸 보니, 막 바닷물고기를 잡아서 요리를 한 거 같다. 4,5월이면 숭어가 잘 잡히는 시기여서 숭어나 붕어일 가능성이 크다라고 추정한다.
교수님은 “일반 서민들은 잡은 물고기를 안주삼아 술을 마시는 것이 하나의 일상이었어요. 민물에서 잡은 싱싱한 생선은 횟감이나 구이용 혹은 탕 재료로 널리 애용되었죠. 냉장이나 냉동 기술이 발달되지 못해서 수송시간 때문에 현지에서 바로 먹었어요. 숭어는 강으로 거슬러 올라갈 때가 가장 맛있다고 하는데 먹으면 위나 위장에 좋다고 알려져 왔습니다. 특히, 숭어의 알은 어란(魚卵)으로 만들어 먹었는데 입안에 살살 녹아서 어부들의 최상의 술안주라고도 했고 조선시대 임금님 수라상에 오를 만큼 맛이 좋아서 진상품으로 빠지지 않았다고 전해오고 있습니다.”라고 말씀하셨다.
숭어는 세월이 흐르면서 부르는 명칭이 계속 바뀌었는데, 치어(鯔魚)·수어(秀魚·水魚)라고도 한다. 그 맛이 너무 훌륭해서 옛 문헌에는 빼어날 수(秀) 자 수어(秀魚)라는 표기가 일반적이고, 그밖에 치어(鯔魚), 치(鯔), 숭어(崇魚) 등으로도 나온다.
숭어는 웬만한 사람은 맛보기가 힘들 만큼 귀한 대접을 받았으며 한번 맛 들인 사람은 반드시 다시 찾았다고 한다. 주로 숭어를 말린 다음 쪄서 먹거나 숭어회나 숭어찜으로도 먹었다. 그 시절 더위를 이겨내려면 영양보충이 필수였는데, 당시엔 단백질 섭취가 쉽지 않아 물고기가 좋은 영양식이었고 지금도 붕어찜이나 잉어탕은 보양식으로 많이 먹는다.
나는 그 당시 교수님의 조선시대 풍속화에 담긴 우리 음식문화에 대한 설명을 들으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와~~ 역사/문화학자들이 그림을 이렇게 해석을 하는구나. 우리 민족 기층민(서민)들은 이렇게 음식을 먹었구나.’ 나도 저런 내공이 생기려면 얼마나 공부를 해야 하는가???
고문헌이나 풍속화 속에서 역사적 의미를 찾아가는 여정이 재미있다고 생각했다. 아마도 그쯤 '언젠가 남도음식문화에 대해 기록화 작업을 해야겠다'라고 막연히 마음을 먹은 듯하다.
지금 현대인들은 마트에서 식재료를 바로 사서 요리를 하기 때문에 과거 우리 음식문화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할 것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우리 민족이 과거 강이나 들판에서 음식을 먹었던 행위는 요즘 많은 현대인들이 캠핑을 가서 음식을 해 먹는 여가문화와 크게 다르지는 않은 것 같다. 우리 한국인은 아주 오래전부터 야외에서 캠핑을 즐기신 거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현재 MZ 세대들은 과거 우리 선조들은 식재료를 어떻게 생산을 했고 어떻게 요리를 했고 어떤 조리도구를 쓰고 어디에서 주로 먹었고 등의 식문화 변천 과정을 궁금해할까?라는 생각이 드는데., 조금씩 기록화를 해두면, 언젠가 다음 세대 친구들은 궁금할 때, 보겠지?라는 생각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