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순 도장리 '밭노래'
여성들이 지켜온 농촌 가락의 힘
화순 도장리 '밭노래'전라남도 화순군 도암면 도장리 도장마을은 3면이 산으로 둘러싸인 지역이다. 예로부터 밭농사를 중심으로 한 농경문화가 이어져 왔다.
산에 둘러싸인 도장리는 예로부터 목화 농사가 주요 생업이었다. 해마다 다섯 차례나 밭을 매야 하는 목화밭엔 부녀자들의 손길이 끊이지 않았다.
도장리의 여성들은 가족과 이웃이 모여 밭을 매고, 길쌈(실을 뽑고 베를 짜는 일)을 하며 ‘밭노래’를 불렀다.
이 노래에는 고단한 노동과 시집살이의 애환, 남편에 대한 원망, 부모·자식에 대한 그리움이 서려 있는 노동요 및 신세 한탄요였다.
밭노래는 작업의 통일성이 덜 중요한 밭매기와 길쌈일에 맞춰 정형화된 악곡 없이 자기의 감정과 이야기를 토속적으로 풀어낸 것이다. 투박한 사투리, 신명 나는 음통, 그리고 서글픈 한이 어우러져 삶의 순간마다 불려졌다.
또한 밭노래 가사에는 일상적인 농사 이야기, 마을 사람들의 소식, 계절 변화가 녹아있다.
예를 들어 봄에는 씨 뿌리는 기쁨과 농사의 풍년을 기원하는 내용이, 여름에는 더위와 풀매기의 고단함이, 가을에는 수확의 기쁨과 감사가 노랫말 속에 담겼다.
이는 단순한 흥밋거리를 넘어, 해당 시기 여성들의 생활사를 생생하게 전하는 구술문화의 기록이기도 하다.
매기 노래①
은가락지 찌는 손에/ 호무자루가 웬 말이냐/ 가래질고 장찬고랑/ 놋가락지도 치섰구나 [밋과 같이도 지 섰구나]/ 못 다 맬 밭 다 매다가/ 잃었구나 잃었구나/ 금봉채를 잃었구나/ 금봉채값 걱정 말이/ 금봉채값 내가대께 [한국 구비 문학 대계, 1984, 춘양면 석정리, 김순예]
밭매기 노래②
해야 해야 어서 들가거라 엉덩 밑이 젖었네야/ 해 떨어진 지 잔생이(정말로)도 몰랐는가/ 이 해 떨어지면 엉덩 밑이 젖인내는/ 궁치(엉덩이)나 딸싹 떠들어보소/ 해가 지면 저 산에 해가 지면 그리들 말고/ 서산대천 해가 떨어진 지 크리를 못하고/ 뭉치나 떠들어보소/ 곁눈으로 저 해를 대래다(쳐다)를 보소[『화순의 민요』, 1993, 능주면 석고리, 손순덕]
[출처] 한국학중앙연구원 - 향토문화전자대전
첫 번째 노래는 무더운 여름날 풀이 우거진 밭을 매다 금비녀를 잃어버리는 며느리에 관한 노래이다. 혼자서는 감당하기 힘든 밭을 매다 보니 비녀가 풀린지도 모른 채 밭을 매다 그만, 금비녀를 잃고 만다. 금비녀를 잃어버렸다고 속상해하는 아내에게 남편은 금봉채값을 대신 내줄 테니 걱정하지 말라는 내용이다.
두 번째 노래는 무더운 여름, 뜨거운 햇살 아래 밭을 매다 땀을 흠뻑 흘린 여성이 해가 빨리 저물기 바라는 내용이다. 함께 밭을 매는 아낙네에게 땀에 젖은 엉덩이로 떠들어 보라는 가사 내용에서 밭매기의 고단함이 느껴진다.
오늘날 도장리의 밭노래는 전통 민속예술로서의 가치가 재조명되고 있다. 농업 기계화로 인해 밭노래를 실제로 부르는 장면은 줄었지만, 마을 어르신들은 여전히 행사나 교육 프로그램에서 이를 전승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옛 노래의 보존이 아니라, 화순의 농경문화와 여성 공동체의 정체성을 지키는 일이라 할 수 있다.
1980년대 후반, 도장마을 주민들은 민요를 직접 채록하고 안내책자로 발간했다. 청년들이 결성한 <도장리 농우회>와 뒤이은 <도장리 부녀회>는 ‘부녀요’ 79곡, 논농사요 4곡, 상여소리 7곡 등 90여 곡의 전통 민요를 수집하고 예술로 재해석했다.
1992년 남도문화제에서 우수상을, 2013년에는 전라남도 무형문화재(제51호)로 지정되는 등 기록의 민족적 가치를 인정받았다.
화순 도장리의 밭노래는 단순한 민요가 아니라, 지형·농업·여성의 노동·공동체 문화가 어우러진 삶의 기록이다.
참고문헌
화순군, 『화순문화대전』, 한국학중앙연구원.
최경숙, 「화순 도장리 밭노래의 음악적 특징과 전승」, 『민속음악연구』, 한국민속음악학회, 2012.
오늘 위키, 「화순 도장리 밭노래」, https://wiki.onul.works/w/화순_도장리_밭노래
『디지털화순문화대전』, “화순 도장리 밭노래”, 한국학중앙연구원
이옥희, “전남 화순 도장마을의 민요 전승과 밭노래마을 운영 실태”, 한국학술정보원
연합뉴스, “[사람들] 낮엔 일하고 밤엔 악기연주… 화순 밭노래밴드”
인지의 즐거움 007 - 기록의 보고, 전통마을 - 화순 도장리 - 향토학
문화재청, 화순 도장리 밭노래 관련 지정문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