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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보감이 인정한 블랙푸드: 화순 다슬기의 매력

by 길가영
화순 다슬기_07.27.png 화순 다슬기

전라남도 화순군은 동복천, 동천, 보성강 줄기 등 크고 작은 하천이 내륙 곳곳을 흐르는 고장으로, 예로부터 해산물보다 민물 생물을 중심으로 한 음식문화가 발달했다. 그 중심에 있는 것이 바로 다슬기이다.

섬진강, 영산강, 보성강 등 청정한 내륙 하천이 풍부한 화순은 예로부터 민물고기와 다슬기 요리가 발달한 고장이다.

다슬기는 보릿고개 시절, 쌀이 부족할 때 배고픔을 달래주던 생존의 음식이었다. 식량이 풍족하지 않았던 예전에는 쌀과 보리가 떨어졌을 때 밀가루, 감자, 옥수수, 메밀, 도토리 등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를 이용하여 구황 음식으로 수제비를 끓여 먹었다. 그중에서도 화순 사람들은 하천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다슬기를 활용해 독특한 구황음식을 만들어냈다.


화순 다슬기의 가치는 단순한 맛을 넘어 역사적, 의학적 기록에서도 확인된다.

조선 후기 의학서『동의보감』(1613년 편찬)에서는 다슬기가 “간과 위를 보하고, 열을 내리며, 눈을 밝게 하며, 속을 편하게 한다”는 문구가 있다. 다슬기가 소화기 질환 예방, 간 건강 증진, 숙취 해소, 시력 개선, 위장 질환 완화에 효과가 있다고 기록했다.


『본초강목』같은 한의서에서도 다슬기가 체내 독소 배출과 간질환 치료에 도움을 준다고 명시하며, 화순 다슬기 요리가 선조들의 지혜와 건강을 담은 음식임을 보여준다. 이러한 기록은 다슬기가 단순히 배고픔을 채우는 음식이 아니라, 치유와 보양의 역할을 했음을 증명한다.


화순 다슬기의 진가는 청정 자연에서 비롯된다. 이곳에서는 섬진강, 영산강 상류, 보성강과 맞닿은 하천에서 직접 채취한 순수 국산 다슬기만을 사용한다. 유입종이나 양식이 아닌, 자연 그대로 자란 다슬기만을 고집하는 전통이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다슬기 수제비의 조리법은 비교적 단순하면서도 정성이 필요했다. 다슬기 육수에 밀가루 반죽을 떼어 넣고 끓인 음식인 다슬기 수제비는 화순 지역만의 특별한 향토음식이 되었다. 살아있는 다슬기를 깨끗이 씻어 삶아낸 후, 그 육수에 밀가루를 반죽해 만든 수제비를 넣어 끓이는 것이 기본이었다.

화순의 향토음식은 단순히 맛있는 음식을 넘어 지역의 문화적 정체성을 담고 있다. 지역에서 생산되는 특산물을 이용하여 만드는 향토 음식은 뚜렷한 공간적인 제한성을 가지고 있다.


그 고장에서만 전수된 고유한 조리법이 사람들의 사고방식과 생활양식에 따른 각종 문화 행사를 바탕으로 발달하는 특징을 갖는다.


화순의 다슬기 음식문화는 지역의 자연환경과 생활사가 만들어낸 독특한 음식문화의 산물이다. 하천이 많은 내륙 지역이라는 지리적 조건, 식량이 부족했던 시절의 생활상, 그리고 그 속에서 터득한 조상들의 지혜가 모두 어우러져 오늘날까지 전해지고 있다.



참고문헌

디지털화순문화대전 (한국학중앙연구원 편찬)

웹사이트: http://hwasun.grandculture.net/

『동의보감』, 허준, 1613년.

『본초강목』, 이시진, 16세기.

디지털화순문화대전 (다슬기, 향토음식 등 항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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