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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 정약용의 강진 유배 밥상 이야기 (3)

by 길가영
강진 정약용 유배밥상 3_11.23.png 다산 정약용의 강진 유배 밥상 이야기


한반도 끝자락 전남 강진은 왕궁과 거리가 멀어 조선시대 사대부나 왕족들의 유배지가 되기도 했다. 이때 유배를 따라온 수라간 궁녀가 궁중음식의 비법을 전하면서 강진한정식이 탄생했다고 전해진다.


다산의 유배 밥상도 이러한 강진 음식문화의 역사적 맥락 속에서 이해해야 한다.


강진은 산과 바다, 강을 품은 덕분에 식재료가 풍성한 강진은 예부터 남도의 부엌이라 불렸다. 연중 싱싱한 먹거리가 넘쳐 나지만 곡식과 과일이 여무는 가을에는 남도의 식탁이 더욱 넉넉해진다.


이러한 지리적 이점은 유배객 다산에게도 축복이었다. 바다에서는 전복, 문어, 바지락, 해산물이, 강에서는 민물고기와 짱뚱어가, 들에서는 각종 산채와 곡물이 나왔다.


다산 정약용의 유배 밥상은 검소함과 절제 속에서도 건강과 자기 수양을 위한 실용적 식단, 그리고 강진 현지의 풍부한 식자원을 바탕으로 한 남도 음식문화의 정수를 보여준 사례였다.


주막집 호박죽 한 그릇으로 시작된 유배 생활은, 다산초당의 채식과 차 문화로, 그리고 남도의 풍요로운 해산물 밥상으로 이어졌다.


그 과정에서 다산은 "맛있고 기름진 음식을 즐기려 하면 결국 변소에 힘을 쏟는 것일 뿐"이라는 절제의 철학을 실천했고, 동시에 강진의 풍부한 식자원을 통해 건강을 유지했다.


18년의 긴 유배 생활 동안 다산이 남긴 500여 권의 저술은, 이 절제되고도 풍요로운 밥상이 뒷받침한 결과였다. 유배지의 밥상은 단순한 생존의 수단이 아니라, 학문과 사상의 자양분이었고, 남도 음식문화와 실학 정신이 만나는 접점이었다.


오늘날 강진의 회춘탕과 한정식에 담긴 그 풍요로움의 역사 속에, 200년 전 유배객 다산의 검소한 밥상이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고난 속에서도 절제와 지혜로 밥상을 차렸던 다산의 정신은,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도 여전히 유효한 삶의 지혜이다.


참고문헌

투데이광주전남, "[정약용 이야기 4] 전남 강진에서의 유배 생활... 18년의 여정", 2022.08.28, https://www.todaygwangju.com/news/articleView.html?idxno=141584

세계일보, "다산 정약용 유배지 강진에서의 삶과 음식", 2025.02.27, https://www.segye.com/newsView/20250227515212

대한민국 구석구석, "아버지 다산을 만나다, 강진 정약용 남도 유배길", 2016, https://korean.visitkorea.or.kr/detail/rem_detail.do?cotid=97065305-e9e7-425e-8dfa-558b5bcfc83c

우리 역사넷, "차 한 잔의 인연, 다산과 초의", https://contents.history.go.kr/mobile/km/view.do?levelId=km_010_0070_0040_0010

다산정약용유적지, "다산 정약용", http://tasan.or.kr/tasan/tasan4_c1_cn01.asp

강진군청, "강진 정약용 유적", https://www.gangjin.go.kr/culture/attractions/region?mode=view&idx=79

위키백과, "강진 정약용 유적", https://ko.wikipedia.org/wiki/강진_정약용_유적

쿠키뉴스, "남도음식 1번지, 강진 가면 무얼 먹을까?", 2018.09.17, https://www.kukinews.com/newsView/kuk201809170187

KTX매거진, "가을 남도의 맛, 강진·해남·영암", https://ktxmagazine.kr/가을-남도의-맛-강진·해남·영암

한국민족문화 대백과사전, "전복탕(全鰒湯)", https://encykorea.aks.ac.kr/Article/E0049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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