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harim Jul 04. 2023

초등학교 3학년 상반기

엄마, 사춘기가 오면 어떻게 해요?

아주 오래전 언니 눈에 퍼런 멍이 들었다.

“이게 모야???”

“맞았어..”

“누구한테?”

“현이에게”

“맙소사”


아이가 태어나서 늘 옆에 끼고 자다가 나에게도 그 사건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작은 주먹이 무방비 상태에서 내 얼굴로 날아오는 일. 이 얼얼함은 누워서 핸드폰은 보다가 얼굴로 떨어지는 것의 5배 강도 정도 되는 듯하다.  


종종 벌어지는 이 사건들로 우리는 함께 잠을 잘 수 없게 되었다


어제는 아빠의 회식으로 아이와 함께 자기로 했다.

누워 있는 아이가 나에게 묻는다.

“엄마, 사춘기가 오면 정말 화도 많이 내고 말도 안 하고 그래?”

“글쎄… 일부러 그러는 건 아니고.. 호르몬이 변화하고 …”

“아! 맞다. 호르몬! 그래도 그럴까 봐 조금 걱정이 들긴 해. 그래도 어쩔 수 없는 거야?”

“음… 사람마다 다른 것 같아. 신체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더 성장하기 위한 자연스러운 과정일 거야! 그때가 되면 ‘내가 왜 태어났지? 난 누구지?’ 이런 질문들도 하게 되는데…“

“무서워…”

“그럼 이렇게 생각하자. 그런 고민과 걱정이 들면, 윤영이는 엄마를 만나기 위해 태어났고, 엄마는 너를 만나기 위해 태어났고! 그리고 엄마는 윤영이가 스스로 나아갈 수 있을 때까지 기쁘게 함께하고 응원할게.”

“엄마… 나 갑자기 막 눈물이 나…”

“애구… 왜 울어~~ 엄만 늘 네 편이고 어어엄청 사랑하는데~~“


초등학교 3학년이 벌써 이런 고민을 하고 있을 줄이야…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더 먼 즐거운 미래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보았다.


“혹시 꿈이 있어? 어떤 직업을 갖고 싶다거나 무엇을 이루고 싶거나.”

“응! 어부”

“아… … 어부구나…”

“엄마, 참돔 있지? 내가  85cm 되는 거 엄마에게 5마리에 15.000원에 줄게.”

“그게 그렇게 커? 그냥 주면 안 되는 거야?”

“응! 85cm, 5마리, 15.000원”

“그래! 고마워.”


아침에 일어나 대화했던 것이 생각나 참돔 크기와 시세를 찾아보았다.

헉!!!

완전 특가판매였다.


이제 내가 모르는 게임 용어도, “엄마 이건 애바지~”라는 언어도, 참돔 크기와 가격도, 아침에 늦게 일어나는 이유는 계속 누워있고 싶은 관성 때문이라는 빅재미도 준다.

나야말로 진짜 너를 만나 다행이다.

계속해서 너의 세상이 변해가고, 너는 거기에 순응하기도 저항하기도 하며 꾸준히 나아가고 있더라. 나는 그런 너의 뒤를 졸졸 따라가며 나의 세상을 살고 있어. 그러다 때때로 무섭고 두려우면 서로 씩 보며 웃어주자! ^_______^


그리고

서춘기가 오면, 그런 너를 잘 관찰하고 애쓰는 너를 기다릴게! 너의 사춘기도 나는 기대가 된다.



이사로 전학을 하게 된 아이는,

‘아이는 그럴 수 있다.’라는 선생님의 교육관 때문인지 아이의 사회성이 발전하고 있기 때문인지 모르지만 3학년이 된 하이클래스에 담임톡은 울리지 않고 있습니다.


생각해 보면, 육아의 대부분은 기다림과 사랑 같아요. 

그래서 저는 아이를 기다리는 사람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국어사진에서 '기다리다.'를 찾아보면,

            어떤 사람이나 때가 오기를 바라다. [출처: 네이버 국어사전]

라고 나오더라고요. 저는 아이가 어떤 사람이 되어 때가 오기를 바라고 있나 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Good Question.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