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밭으로, 인력시장 라이딩

by 로컬일기

오전 5시 25분.

5분 안에 출발해야 인력사무소에서 얘기한 시간에 도착할 수 있다.

알커피로 시커먼 커피를 만들어 차에 오른다.


밭에는 이미 사람들이 나와서 작업을 시작하고 있다.

이미 환한 새벽은 활기가 넘친다.


30여분 달려 인력사무소에 도착한다.

환히 불 켜진 사무실 앞 공터에 한 무리, 건물 처마를 따라 좌우로 사람들이 삼삼 오오 모여있다.

대충 훑어봐도 여러 나라에서 온 듯하다.

갑자기 코끝이 찡하다.

관리자로 보이는 사람에게 말을 걸었다.


" 남자 3명 필요하다고 전화한 사람이에요. "

" 아 여기 있네요. 마늘 자르고 나르는 거 맞죠? "


내역을 확인 후 즉석에서 사람을 배정해 준다.

인도네시아에서 사람 둘에 키카 훤칠한 또 다른 나라 사람을 부른다.

일단 덩치가 좋아 보이니 다행이다 싶다.


"일당은 어떻게 드리면 되는 건가요?"

"일 끝나고 이리로 같이 돌아와서 지급하시면 됩니다. "


어디로 가는지는 알고 있을까?

갑자기 오늘 해야 할 작업보다 이 사람들에게 관심이 간다.

인도네시아 어디에서 온 걸까?

내가 가봤던 곳 근처일까 싶지만, 묻지 않는다.

인력사무소를 이용해 보는 건 처음이라

사람을 구했다는 안도감 반, 일을 잘할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 반으로 밭에 도착했다.


아버지는 처음에 말이 안 통할까 봐 나에게 작업을 맡기시고 다른 밭으로 가셨다.

걱정과는 달리 키가 훤칠한 사람은 유창하게 한국말을 구사했고 다른 사람들도 어느 정도는 하는 것 같았다.

비 예보가 있어 마음이 급하다.

바로 작업을 시작한다.


9시가 조금 넘은 시각.

하던 작업을 잠시 멈추고 간식을 건네며 한 마디씩 말을 걸어본다.

인도네시아 사람이면 돼지고기를 안 먹을 것 같아 물었더니 역시나 안 먹는단다.

옆에 있던 키 큰 이가 말한다.

"저는 다 먹어요."

알고 보니 이 사람은 네팔인이다.


한창 작업하다 보니 12시가 되어 밥을 먹으러 간다.

도착한 식당에는 인근에서 공사 중인 인부들 몇과 다른 마늘밭에서 수확 중인 사람들로 북적인다.

아프리카계 사람들도 눈에 띈다.

동태탕과 밥을 금세 비운다.


오후에도 부지런히 작업을 이어간다.

그런데 갑자기 비가 쏟아진다.

아직 3시가 조금 넘었을 뿐인데...

점점 굵어지는 빗방울에 작업을 철수한다.

아쉽기만 하다.


다시 인력사무소로 가서 세 사람을 내려준다.

품 값을 치르고 다른 사람들 틈에 섞여 있는 세 사람을 스캔하여 다시 한번 인사를 하고 나선다.


카니발이었으면 7명은 한 번에 데려올 수 있었을 텐데.

얼마 전까지 마당 한 구석을 지키고 있던 카니발이 생각난다.


시골살이 에피소드는 다음 주에도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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