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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고, 물리고, 물리고

시골집, 벌레와 함께 사는 법

by 로컬일기

다다다다닥 다다다다닥

방바닥 장판을 두드리는 소리에 머릿털이 곤두선다.

설마? 아니겠지?

이미 온몸은 긴장 최고조 상태다.

그것이 무엇인지 확인해 볼 용기가 필요하다.

소리가 나던 곳에 있던 것은

예상대로 "지네"였다.

여기저기 엉성하게 틈이 많았던 내 방은

그해 가을, 수일동안 "지네"손님을 마주하였다.


지네를 어떻게 퇴치해야 하나?

여기저기서 조언을 얻었다.

일단 통계피를 사서 창틀과 문 출입구에 놓고

집 바깥쪽 테두리에 약을 뿌린다.

집 안으로 침입한 지네에게는 에프킬라를 난사한다.

살짝만 닿아도 맥을 못 춘다.


그러나 뒤처리도 대면만큼이나 가슴이 벌렁벌렁하다.

에프킬라 성분에 닿은 지네는 죽는 건 확실한데 바로 안 죽기 때문이다.

바로 치우려니 움직이는 걸 볼 수가 없고, 치우긴 치워야겠고

몇 번 심호흡을 하고 실눈으로 쓰레받기에 재빨리 쓸어 담아 창밖으로 던져버린다.


한 번은 마당에 개밥을 챙겨주러 나가던 길이었다.

몇 발자국 걷지 못하고 멈추었다.

발가락에서 갑자기 통증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 자리에서 신발을 벗고 발을 확인해 보려는 순간,

지네가 황급히 달아나고 있었다.

그렇다. 나는 지네에게 물린 것이다!

찌릿한 통증은 두 시간 정도 지속되는데 뭐 이 정도면 별거 아니네 싶었다.


그러나 그게 끝이 아니었다.

설거지를 하려던 어느 날,

고무장갑을 꼈는데 뭔가 손에 걸려 벗어던지던 순간,

또 그 녀석이 나를 지긋이 물었다.

지난번과는 달리 통증이 금세 가시지 않았다.

붓기는 점점 손바닥으로 퍼졌고 가렵기도 했다.

하필 그 손가락은 얼마 전 길고양이를 붙들다가 피가 뚝뚝 떨어지게 깊게 물렸던 손가락이었다.

가뜩이나 못난 손은 더욱 못나졌다.


어느 날, 장화를 신는데 뭔가 이상하다.

설마 또 지네?

이번엔 작은 게다.

정확한 이름은 알 수 없지만 작은 게가 종종 집안에 들어온다.

바닷가 마을 아니랄까!

얘네들은 물거나 해치지 않으니

보게 되면 다치지 않게 잡아 풀밭에 놓아준다.

어차피 집 안에선 곧 죽게 되기 때문이다.


해마다 날씨에 따라 더 벌레가 더 많이 나오기도 하고,

그중 특정 벌레가 더 출몰하기도 한다.

항상 물리는 것은 아니기에,

공존하고 있는 것에 비하면 물리는 빈도는 매우 적다.

시간이 지난다고,

시골에 산다고 해서 벌레가 좋아지지는 않는다.

그저 적응하고 벌레가 퇴치하는 법을 알아갈 뿐이다.


시골살이에서 벌레와의 에피소드는 현재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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