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살이의 첫차, 2004년식 카니발
시골살이에서의 필수품은 뭐니 뭐니 해도 자동차이다.
이곳은 버스가 드문드문 다닌다.
시골살이를 시작한 지 세 달이 되었을 때쯤 7km 떨어진 꽤 가까운 곳에서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급하게 차가 필요했는데 친척에게 얻은 2004년식 카니발로 운전을 시작했다.
첫차가 카니발이라니.
중고 모닝이나 하나 살까 했는데.
게다가 난 나름 환경을 생각하는 사람인데 노후경유차라니!
카니발은 타본 사람은 알겠지만 초보자가 운전하기엔 부담스럽다.
하지만 아버지가 말씀하셨다.
"카니발 몰면 다 할 수 있어"
역시 아버지 말씀은 일리가 있었다.
이젠 트럭도 곧잘 몰게 되었으니 말이다.
운전 초보였던 초반에는 툭하면 문제가 생겼는데 긴급출동을 부르면 50분만 기다리란다.
결국 아버지 출동을 부른다.
5분 만에 오셔서 응급조치를 해주시면 카센터에서 고치기를 수차례였다.
카니발은 묵묵히 역할을 했다.
패밀리 카이자 세컨드 트럭이었다.
사료포대와 수확한 고추를, 새참과 들밥을 날랐다.
덩치 큰 댕댕이들과 밭에서 흙투성이가 된 사람들을 태웠다.
논두렁 밭두렁을 달리는데 이만한 차는 없었다.
무엇보다도 차 없이는 돈벌이도,
사람 만나기도 어려운 이곳에서 나의 충실한 발이었다.
이곳에서 이렇게 12만 킬로를 함께 하였다.
아쉽지만 이제는 보내줘야 한다.
고물값을 더 준다는 도시로 출발 전,
덜렁덜렁한 사이드미러를 테이프로 휘휘 감는다.
직접 설치해서 삐죽 튀어나온 블랙박스의 선과
다이소에서 샀던 귀퉁이가 닳아버린 방석이 눈에 들어온다.
마지막 에스코트는 아버지가 맡으신다.
차 넘버를 새긴 키링을 꼭 쥔 채,
시야에서 벗어날 때까지 바라보았다.
다음 주에도 또 다른 시골 에피소드가 이어집니다.